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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아지도 벼도 나무도 죽었다", 충북 음성에 무슨 일?

[제보취재] 금왕읍 봉곡리 오선산단 A공장 주변 벼, 나무 고사... 인근 한 축사, 현재까지 송아지 40~50마리 폐사

등록|2024.11.06 15:19 수정|2024.11.06 16:35

▲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음성군 금왕읍 봉곡리 소재 오선산단 인근 축사와 농지에서 나무와 벼가 고사하고, 송아지 40~50마리가 폐사하는 일이 발생했다. (사진제공=봉곡리 주민) ⓒ 충북인뉴스


"저녁에 소밥을 주러 왔는데 송아지가 기침을 하면서 팔짝 팔짝 뛰더라고요. 그래서 급하게 링겔 주사는 놨는데 다음 날 아침 피똥을 사고 죽었어요. 그날 축사가 자욱하게 연기 같은게 그득했어요. 연기가 막 들어오더라고요. 저쪽 공장에서 피어오른 연기가, 축사로 밀려 들어왔어요. 저 공장이 들어온 뒤로 지금까지 송아지 40~50마리가 죽어 나갔어요." (금왕읍 봉곡리 한 축산인)

"지난 8월 말인가 9월 초인가 벼 이삭이 막 피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벼 이파리가 벌겋게 타 들어갔어요. 이삭이 피는 가 하더니 누렇게 말라가기 시작했어요. 비가 오니까 벼가 힘 없이 자빠졌어요."(금왕읍 봉곡리 한 농민)

충북 음성군 금왕읍 봉곡리에 위치한 오선산단 내 A공장 인근 주변 농가와 축사에서 송아지가 갑자기 죽고, 수목이 고사하는 일이 벌어졌다.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이유를 모른 채 죽어간 송아지가 40~50마리로 추정됐다. 마을 주민들은 A공장이 불산을 취급하고 있다며 불산 유출을 의심하고 있다. 충북도는 6일 관계자를 보내 실태 파악에 나섰다.

[제보 사례(1)] 음성군 금왕읍 봉곡리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 B씨가 경작하던 논에서 지난해 갑자기 벼가 말라갔다. B씨는 그때 농협에서 진행한 농약 항공(드론)방제가 떠올랐다.

방제는 이른 아침에 해야 하는데 햇볕이 강한 정오 시간대에 방제한 것이 머릿속에 남아있었다. 벼가 말라 죽은 것이 농약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농협에 항의했지만 지금까지 방제 때문에 죽은 적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

올해 8월 말에서 9월 초순, B씨가 경작하던 논에서 다시 지난해처럼 벼가 말라 죽어가기 시작했다. 벼 이삭이 막 피기 시작했는데 이파리는 벌써 벌겋게 타 들어가고 있었다. 결국 벼는 쭉정이만 남긴 채 누렇게 죽고 말았다.

그런데 이상했다. 올해는 농약 항공방제를 하지 않았다. B씨는 음성군 농업기술센터에 조사를 의뢰했다. 검사 결과 의심했던 농약은 기준치 이하로 검출됐다.

▲ 음성군 금왕읍 봉곡리 소재 한 논에서 벼가 말라 죽은 모습. 사진 왼쪽 상단 수확을 앞둔 벼의 모습과 돼조된다. 말라죽은 벼는 오선산단 소재 A공장과 밀접한 곳에 집중돼 있다. (사진제공=봉곡리 주민) ⓒ 충북인뉴스


[제보 사례(2)] 지난 2일 저녁 시간. 음성군 금왕읍 봉곡리에 소재한 소 230여 마리를 사육하고 있는 축산인 C씨는 그날도 여느 때처럼 소밥을 주러 축사로 들어왔다. 이날은 이상했다. 축사가 뿌연 연기로 가득 차 있었다. 소밥을 주고 있는데 A공장과 가장 가까이 있는 축사 구석에서 송아지 한 마리가 펄쩍펄쩍 뛰며 기침을 했다.

놀란 C씨는 급하게 링거 주사를 놨다. C씨는 축사 안에 있는 연기의 정체가 궁금했다. A공장 쪽을 보니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 연기는 다시 바람을 타고 C씨의 축사로 계속 밀려 들어왔다.

다음 날 아침 C씨가 축사에 들렀을 때 기침을 하며 뛰던 그 송아지는 피똥을 싼 채로 죽어 있었다.

▲ 지난 11월 초 폐사한 송아지 모습 (사진제공=봉곡리 주민) ⓒ 충북인뉴스


송아지가 죽어 나가는 일은 그 날이 처음이 아니었다. 지난해부터 송아지가 죽어 나갔고, 지금까지 40~50마리가 죽었다.

C씨에 따르면 송아지가 보인 증상은 비슷했다. 제대로 서거나 걷지 못하고, 젖을 제대로 빨지 못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C씨가 '아름다운 축사' 만들기 일환으로 축사 주변에 심어놓은 각종 유실수와 소나무가 죽어가기 시작했다.

감 나무도 밤 나무도, 호두나무와 배 나무도 하나 둘 말라가기 시작했다. 소나무도 솔잎부터 타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 이전까지는 유실수에서 나온 열매를 수확했지만 지난해부터는 모두 지난 일이 됐다. 복숭아 나무는 꽃이 피면서 열매가 막 올라오기 시작할 무렵 모두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다른 나무도 마찬가지. 심지어 아카시 나무까지 죽었다.

"불산이 유출됐다고 의심해요. 진상을 밝혀주세요."

▲ 고사한 소나무 (사진제공=봉곡리 주민) ⓒ 충북인뉴스

▲ 금왕읍 벌곡리 오선산단 A공장 주변의 수목들이 고사하고 있다. (사진제공=봉곡리 주민) ⓒ 충북인뉴스


주민 B씨와 C씨는 현재 이번 사태를 일으킨 곳으로 A공장을 의심하고 있다. B씨는 올해 벼가 말라 죽은 뒤 A공장의 사장을 찾아가 항의했다.

B씨는 항의를 했더니 "A사 사장이 매달 몇십만 원을 준다고 했다고 했지만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C씨는 "확인해보니 A공장은 불산을 취급하고 있다"며 "A공장 벽면은 붉게 착색돼 있었는데, 지난 10월경 도색을 새로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A공장에서 나온 불산 때문에 소가 죽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화학물질안전원이 운영하는 '화학물질 배출‧이동량 정보' 시스템에서 A사를 찾아봤지만 검색되지 않았다. 이 사이트에는 각 업체가 신고한 화학물질 관련 사용정보가 공개돼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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