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나는 너무 쉽게 반려인이 되었다

반려견을 키우기 전엔 미처 몰랐던 것들... 입양할 때 반드시 따져야 할 것들

등록|2024.11.07 08:22 수정|2024.11.07 08:41
내 딸 반려견 켈리는 작은 얼굴에 풍성한 흰색 턱시도와 흑갈색의 긴 털, 짧은 흰 다리를 가진 귀엽고 화려한 외모를 자랑하는 셔틀랜드 쉽독견이다. 그런데 명성에 맞지 않게 엉덩이에 큰 땜빵 자국이 생겼다. 얼마 전 엉덩이에 생긴 지방종 제거 수술을 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실룩실룩 엉덩이를 흔들며 걷는 뒤태는 여전히 귀엽다. 하지만 그것을 볼 때마다 마음 한켠이 무거워진다.

반려견 켈리지방종 제거수술로 왼쪽 엉덩이에 털을 밀어버렸다 ⓒ 김경희


처음 데려올 때 800그램에 뼈가 만져질 정도로 말랐던 아이였다.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자기 똥을 먹기도 했다. 숍에서 더 크지 못하도록 적게 먹인 것인지, 어미와 일찍 떨어져 교육을 받지 못한 탓인지는 모른다. 잘 먹이라는 의사 선생님 말에 따라 영양이 많다는 고급 사료와 간식을 열심히 먹였다.

어느 순간 말라깽이 녀석이 적정 체중을 초과하기 시작하더니 이젠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 형편이 되었다. 제 몸의 30%를 감량해야 하다니! 이번에 수술한 한 이유도 살이 찌다 못해 지방이 근육을 뚫고 나와 혹처럼 굳어졌기 때문이었다. 간 수치도 좋지 않고 안과 질환에 피부 질환까지 하루가 멀다 하고 병원 신세를 졌다.

잘 크라고 시도 때도 없이 먹인 사료, 이쁘다고 한없이 줬던 간식, 그저 살이 찐 게 아니라 털이 찐 거라고 가볍게 여겼던 지난 시간들이 아쉬웠다. 수술비도 크게 나갔다. 비싼 병원비가 야속하기도 하면서 딸이 아픈데 병원비를 따지는 내가 모순적이게 느껴졌다.

23년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발행)에 따르면, 22년 말 한국 반려 가구는 552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25.7%이고, 반려인은 1,262만 명에 이른다. 눈에 띄는 항목이 몇 개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입양 기간이었다. '당일에 바로' 입양한 경우가 27.1%를 포함하여 1개월 이내 입양을 한 경우가 66.5%였다.

나머지 1개월 이상이 소요됐던 이유 중 61%는 '양육에 대한 책임감'에 대한 것이었다. 또 하나는 양육 만족도였다. 만족이 67.3%, 반반이 37.8%였다. 대부분은 만족하는 것으로 답변을 한데 반해 타인 추천 의향은 41.9%로 양육 만족도에 비해 추천 의향은 낮았다. 왜 추천 의향이 낮은 것일까?

나는 일주일 정도 고민 후 숍을 통해 입양을 했다. 입양 전 알아봤던 것은 가족의 성향과 맞는 품종과 양육 주의사항, 사료 및 간식, 양육 물품 정도였다. 처음 안았을 때 바르르 떨며 품 안에 쏙 안기던 녀석이 사랑스럽고 안쓰러워서 잘 키우자는 마음 하나로 입양을 했다.

반려인이 된 후에는 숙명과도 같은 의무가 주어졌다. 반려견이 사람과 살기 위한 기본예절이랄 것을 가르쳐야 했다. 매번 깨니를 제때 먹이는 것 외에도 대소변 훈련은 필수다. 나의 경우 1년 정도가 소요됐는데 그 시간이 적잖이 스트레스였다. 소음 문제 때문에 거실과 방, 복도를 매트로 깔아야 했고 배변 패드를 여러 장소로 옮기며 적응시켜야 했다. 이갈이를 하는 시기에는 집안 물건 몇 개 상하는 것은 각오해야 한다.

외출 시 혼자 덩그러니 남겨두기 미안하여 웬만하면 식구 전체가 외출하는 일을 만들지 않고 있다. 어쩌다 식당이나 카페를 가도 바깥 신세를 면키 어려워 편의점에서 간편식을 사서 차 안에서 먹는 경우도 많았다. 어쩔 수 없이 혼자 남겨야 한다면 불을 켜놓고 에어컨을 가동한다.

견종마다 차이가 있지만 매일 1시간 이상 산책을 한다. 요즘처럼 날이 선선하면 좋겠지만 뜨거운 여름은 개도 사람도 힘들다. 소음이 큰 오토바이나 버스가 지나가면 짖어버리기 일수여서 사전 통제를 하지 않으면 큰 민폐다. 중형견 정도 되면 덩치만 봐도 질겁하는 사람, 입마개를 하라는 사람이 간혹 있다. 의외로 거리에 담배꽁초, 유리조각 등 위험한 쓰레기가 많다. 평화로운 산책을 위해선 보호자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반려인의 최대 관심사는 건강 관리가 아닐까 싶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어디가 아픈지를 수시로 살펴야 하고 적정한 시기마다 예방주사를 맞혀야 한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병원을 찾는 횟수는 계속 증가하는데 병원비는 보험 처리가 안 되니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통계 자료를 보니 2년간 지출한 평균 치료비는 78만 7천 원이었으며 반려 가구 중 21.5%가 별도의 건강관리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나 역시 그에 못지않은 금액을 지출하고 있다.

내가 가장 두려운 것은 반려견이 생을 다했을 때이다. 개의 기대 수명은 10~15년이니 앞으로 캘리는 10년이면 이별을 해야 한다. 이별의 과정을 온전히 잘 보낼 수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되고 슬프다.

그저 좋아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언제나 꼬리치며 반겨주고 웃음을 주는 존재를 사랑으로 키워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반려동물과 가족이 된다는 것은 생활 전반의 변화가 생기며 시간적, 경제적 비용까지도 감수하는 일이기도 하다. 반려견이 생을 마칠 때까지 온전히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랄 수 있도록 '책임 있는 사랑'을 쏟아야 한다.

누군가 내게 반려견을 키워도 되냐 물으면 나는 이렇게 묻겠다. "책임 있는 사랑을 할 수 있나요?라고.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블로그에도 실립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