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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 100년이 스러진다... 무모한 신공항 계획 백지화하라

[천막 소식 189일-191일차] 아기 고라니가 거니는 금강 천막농성장

등록|2024.11.07 10:09 수정|2024.11.0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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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막농성장에 놀러온 아기고라니들농성장을 한참 살펴보다 풀숲으로 사라졌다 ⓒ 임도훈


'아니, 쟤네 뭐야'

천막농성장 바로 앞 풀숲에서 부스럭부스럭 소리가 나더니 아기 고라니 두 마리가 얼굴을 내밀었다. 놀란 기색도 없이 동그란 눈으로 농성장에 앉은 이들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다. '도대체 너희는 누구냐'는 듯, '너희는 뭔데 여기서 놀고 있냐'고 묻는 듯 해서 너무 신기했다. 잠시 바라보던 두 고라니는 천천히 다시 풀숲으로 들어가더니 금강변 자갈길을 산책하다가 어디론가 사라졌다. 서두르지도, 두려워하지도 않는 몸짓이 너무 자연스럽고 귀여웠다.

자연이 말을 건다는 건 이런 순간일까 싶다. 서로를 말 없이 응시하고 탐색하는 그 순간이 참 신기하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이야기를 나눈 것 같다.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는 건 이렇게 오랜 시간 여기에 머물고 있기에 가능한 일일테다. 어린 고라니의 두 눈을 바라보고 침묵의 이야기를 나눈 오늘이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가덕도, 금강은 모두 같은 생태학살 현장… 신공항 백지화 하라

▲ 가덕도 신공항 백지화를 촉구하는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는 참석자들 ⓒ 이경호


지난 5일, '가덕도신공항 건설 백지화 촉구 전국시민행동(시민행동)'은 세종 국토교통부 앞에서 규탄집회를 열었다. 국토교통부와 가덕도신공항 건설 부지조성공사 입찰에 응한 현대건설 컨소시엄과의 수의계약 체결을 규탄하는 자리였다. 시민행동은 이날 오전에도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날 집회에는 100여 명의 시민들이 함께 했고 거리행진, 국토부 면담도 함께 진행되었다. (관련 기사 : "기껏 5년짜리 정권, '부산 보물섬' 파괴한다고?" https://omn.kr/2auuj)

▲ 국토부 앞에서 항의하는 참가자들 ⓒ 이상범


가덕도 신공항,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국책사업이다. 부지조성공사 예산만 10조에 달하고, 5년 만에 동남권 물류, 여객 관문 역할을 할 공항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근처에 활주로 2본짜리 김해공항이 있는데 또 가덕도를 파헤쳐 활주로 1본짜리 공항을 만든다니 납득이 되지 않는다. 인천공항은 13조 2000억 원을 들여 25년간 진행되었는데 비슷한 예산이 투입되는 가덕도 신공항을 단 5년 만에 만든다는 것은 사기에 가깝다. 심지어 전략환경영향평가도 3개월에 끝내고, 환경영향평가도 마치기 전에 착공부터 한 것을 보면 그야말로 '졸속' 아닌가.

국토부는 국가 균형발전을 내세우며 신공항 건설이 시급하다고 이야기 하지만 길이 없고, 공항이 없어서 지역소멸이 되는 것이 아니다. 길이 너무 많고, 공항을 포함한 대규모 적자시설들이 너무 많아 지역이 쇠퇴한다. 이미 15개 중 11개의 지역공항이 영업적자다. 그런데도 세금을 들여 지역마다 공항을 10개씩 짓는 것은 그야말로 '나라가 망하는 길'을 국토부가 여는 것 아닌가.

▲ 발언하는 강호열 기후위기부산비상행동 대표 ⓒ 이상범


"가덕도 국수봉과 성토봉을 무너뜨려서 수심 100m, 200m의 바다를 메우는 어처구니없는 토목 공사 계획 앞에서 참담한 분노를 금할 길 없다."

강호열 기후위기부산비상행동 공동대표는 이 같이 발언하며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 결국 가덕도라는 천혜의 자연유산을 파괴하는 생태학살임을 강조했다.

가덕도 100년을 지켜온 동백나무 수천그루, 우뚝 솟은 국수봉과 성토봉, 상괭이와 낙동강 하구의 철새들까지 명분없는 공항사업에 스러져 갈 것이다. 여기 금강 천막농성장에서도 '사라진다면 다시 만들어내지 못할 소중한 자연'들이 명분없는 세종보 재가동에 사라지지 않길 바라며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죽어도 되는 생명은 없다. 누군가의 권력을 위해,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자연이 도구로 희생 당하는 그 현장은 어디든 '가덕도'고, 어디든 '금강'이다. 지켜내야 한다.

검은 연지곤지 참새겨울을 준비하는지 몸을 키우는 참새들. 털이 복슬복슬하다. ⓒ 임도훈


'200일!'

시간은 흐르는 금강처럼 속도 없이 빨리 흘러가는 듯하다. 박새와 참새들이 겨울 준비를 하는지 몸을 부풀리고, 겨울 새들이 금강으로 모여들기 시작한다. 빠르게 우리 삶을 위협하는 기후위기, 자본과 기득권이 어떻게든 마음대로 해보려고 안달인 이 금강과 설악산, 지리산, 가덕도, 새만금, 제주를 생각하면 자연의 친구들은 세상 걱정이 없어 보인다. 그저 물이 흐르고, 은신할 수 있는 나무와 풀숲이 있어 이곳에 머무른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 자연스러움을 흐트리고 부수는 것이 인간일 뿐이다.

겨울이 길어질지도 모르지만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하나다. 다른 선택지를 택할 명분도 찾지 못하는 이 추운 시절을, 우리는 함께 싸우는 이들의 따뜻한 연대로 이겨낼 것이다. 어디까지 갈 거냐고 묻는 이들이 많다. 봄에도, 여름에도 다 답은 같았다.

'끝까지, 이길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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