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47대 미국 대통령 당선… 4년 만의 백악관 재입성
선거인단 과반 확보하며 예상 밖 신승... 해리스 '고배'
▲ 6일 오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11·5 미국 대통령 선거 승리 선언 방송을 보고 있다. ⓒ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4년 만에 백악관 재입성에 성공한 것은 이른바 '바이든-해리스 정부 심판론'이 힘을 발휘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각) 전체 538명의 선거인단 가운데 과반(270명)인 276명을 확보하며 당선을 확정했다고 CNN방송이 전했다.
이로써 트럼프 전 대통령은 1892년 그로버 클리블랜드 이후 130여 년 만에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첫 임기 후 낙선했다가 재선에 성공하는 '징검다리 집권' 기록을 쓰게 됐다.
1기 정부 때의 독단적 국정 운영, 2020년 대선 결과 불복과 1·6 의사당 폭동 선동, 유례없는 전직 대통령의 중범죄 형사 기소 등으로 사실상 미국 정계에서 완전히 밀려나는 듯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강력한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민심을 돌려놓았다.
이번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첫 승리였던 2016년 대선 때보다 민주당이 텃밭으로 여겼던 미국 동부 지역에서의 득표가 눈에 띄게 늘어난 데다가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층이었던 흑인 남성, 히스패닉, 노조까지 지지를 확대한 것이 특징이다.
문제는 역시 경제... 진보 진영도 인정한 바이든노믹스 '낙제'
▲ 도널드 트럼프의 2024 미국 대선 승리 확정을 보도하는 CNN 방송 ⓒ CNN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바이든-해리스 정부 심판론이 먹혀든 가장 큰 이유는 인플레이션을 비롯해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나빠진 경제 상황에 대한 불만이다.
특히 물가의 경우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4년 반 만에 기준 금리를 0.5%포인트 내리는 '빅컷'에 나설 정도로 안정을 되찾았고, 실업률도 낮은 수준을 유지했으나 유권자들이 느끼는 현실은 달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전 여론조사에서 줄곧 경제 분야만큼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보다 높은 평가를 받았다.
진보 성향의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도 지난달 칼럼에서 "국가가 신체라면 경제 문제는 가장 예민한 말초신경"이라며 "1980년대 이후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고전하는 노동 계층은 1월 6일(의사당 폭동 날짜)보다 월급날을 더 걱정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소득뿐만 아니라 자존심까지 회복시켜주겠다고 약속하는 비이성적인 후보에게 유권자들이 반응하더라도 그들을 비난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를 파고들어 모든 수입품에 대해 10~20%의 보편 관세를, 중국산에 대해서는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했다. 또한 미국 자동차 산업을 되살리겠다며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멕시코에서 생산하는 자동차에 대해서는 최대 20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관세 폭탄이 수입품 가격을 상승시켜 결국 미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에도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 등 미국의 쇠락한 공업지대를 일컫는 '러스트벨트' 유권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표를 줬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가 사실상 확정되자 "과거에 민주당에도 여러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정책과 성과로 인기를 얻었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사례가 있다"라며 "민주주의 사회의 많은 유권자에게는 투표할 때 실용주의적 본능이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더 극단적이고, 도덕성이 떨어지고, 미국을 보호하려면 무자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유권자는 나쁜 사람을 좋아하지 않지만 지도자가 경제나 군사적으로 승리를 가져온다면 성격적 결함도 용서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이 트럼프 1기 정부 때의 경제나 외교 정책을 그리워하며 도덕적 결함을 받아들인 것"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유권자를 확보했다"라고 풀이했다.
후보 교체 너무 늦었나... 해리스, 바이든과 차별화 실패
▲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이 2024년 10월 10일 애리조나주 챈들러의 로하이드 이벤트 센터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 게티이미지=AFP=연합뉴스
반면에 미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에 도전했던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실패한 것이 패배 원인으로 꼽힌다.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포기하며 극적으로 선거판에 나선 해리스 부통령은 젊은 감각으로 유권자와 자유롭게 소통하고, 중산층 확대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경제 정책은 고물가를 해결하지 못한 바이든노믹스를 사실상 답습하는데 그쳤고, 선거 과정에서 셰일가스 추출법인 프래킹(수압파쇄) 허용 입장을 밝히는 등 환경 분야에서 정책을 번복하기도 했다.
NYT는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4년 내내 끔찍했고, 그럼에도 민주당은 대선 후보 투표용지에 바이든의 이름을 너무 오래 남겨놨다"라면서 "민주당은 바이든 대통령의 성과를 자랑스러워하며 그가 인기가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이 대선 후보 교체를 미룬 대가로 해리스 부통령 측은 새로운 기조와 정책을 마련할 시간이 부족했다"라며 "해리스 부통령은 주어진 시간 시간 동안 영리하게 선거전을 펼쳤고, 민주당 지도부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성과를 올렸으나 시간이 더 많았다면 국가가 처한 상황을 더 깊이 공감하고 선거 방향을 정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과감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흑인, 여성, 고학력 지지층만 믿고 외연 확장에 나서지 않았다는 것이다.
WP는 "해리스 부통령도 트럼프 전 대통령처럼 우파 성향이고 남성 편향적인 팟캐스트에 나가는 전략을 따랐어야 했다"라며 "해리스 부통령은 실질적인 공격을 전혀 하지 않았다"라고 선거 전략의 실패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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