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에 가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여행
[문명의 요람 이집트를 가다-7] 나일강을 거슬러 올라가다
▲ 나일강 크루즈나일강 크루즈 유람선은 현재도 이집트의 주요 관광자원이다. ⓒ 운민
사회과부도에서나 보던 세계 유수의 강을 현장에서 직접 바라보면 어떤 기분이 들까? 강의 흐름에 몸을 맡겨 유유자적하게 경치를 감상하며 유람을 한다면 그보다 더한 신선놀음은 없을 것이다.
무너져 가는 고성들과 로렐라이 언덕을 통과하는 라인강과 삼국지의 무대이자 장강삼협으로 알려진 장강은 해마다 수많은 여행객들이 크루즈를 통해 그 강을 누비고 있다.
나일강 크루즈 여행
▲ 크루즈 객실 내부2박 3일 이상 나일강을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여행자를 위한 객실이 마련되어 있다. ⓒ 운민
현재 나일강크루즈는 이집트를 방문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여행이다. 아스완에서 룩소르까지 2박 3일 또는 3박 4일에 거쳐 강을 따라가며 강변에 자리한 신전 곳곳을 방문하며 배안에서 먹고 자는 것을 전부 즐길 수 있다. 쾌적한 나일강 크루즈를 즐기기 위한 관건은 어떤 배를 선택할 것인지에 달려있다.
우선 크루즈를 중개하는 에이전트에게 연락을 취해 희망하는 날짜와 인원, 프로그램을 정확하게 이야기해 줘야 한다. 인터넷 후기를 통해 에이전트의 평판을 유심히 살피고 연락을 바로 시도하니 오래지 않아 미리 준비하듯 다양한 옵션을 제공한다. 가격은 하루에 10만 원선, 끼니를 모두 제공하고 잠도 잘 수 있으니 이만하면 만족할 만한 금액대다.
▲ 크루즈 로비 전경나일강 크루즈는 하나의 작은 호텔이라 불릴 만큼 여러 시설을 갖추고 있다. ⓒ 운민
나일강 크루즈는 움직이는 호텔이라 해도 무방할 만큼 충실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금액에 따라 내부장식과 시설, 먹을거리가 업그레이드 된다고 하지만 구조는 얼추 비슷하다. 일렬로 나란히 서 있는 배의 내부로 들어오면 1층은 로비시설로 체크인, 체크아웃을 여기서 담당한다.
여기서 지하로 내려가면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식당이 등장하고 가는 길에는 오늘의 일정표가 붙어있다. 2층과 3층은 객실과 더불어 바나 라운지 등 커뮤니티 공간이 자리해 있다. 옥상에는 야외 수영장이 있어 탁 트인 풍경으로 언제든지 나일강을 만날 수 있다.
에이전트와 소통할 때 반드시 요청해야 할 부분이 있다. 이동 중에는 생각보다 엔진소리가 커 밤에 잠을 자기 힘들 수 있으니 방을 위층으로 요구하는 것이 좋다. 적어도 삼일 이상은 온전히 배에서 보내야 하기에 에이전트가 제시하는 배의 명칭을 미리 구글에 검색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방에 짐을 풀고 식사를 하러 식당에 내려가니 나이 지긋하신 여행자들이 많았다. 저마다 한껏 차려입고 인종, 성별, 나이를 가리지 않고 대화를 즐기는 모습을 보니 작은 지구촌이 아닌가 싶었다.
배 위에서 누리는 호사
▲ 어수룩한 나일강의 풍경해가 질 무렵 나일강 주변은 어두워진다. ⓒ 운민
석양이 지도록 배는 출발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지는 해에 비친 나일강의 일몰은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웠다. 다음날 새벽 배는 굉음소리를 내며 선착장을 떠나기 시작했다.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처음으로 정착한 곳은 콤옴보 신전이다.
뱃머리에서도 훤히 보일 만큼 신전에서 가깝다. 몇몇 사람들은 전문적인 설명을 듣기 위해 가이드와 동행하기도 한다. 고대이집트의 끝물인 프톨레미 왕조 때 건설된 이 신전은 로마시대에 꽤 번성했었다.
또한 이 신전은 남쪽 절반은 하토르와 소베크, 북쪽은 호루스에게 헌정된 이중사원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 열주를 따라 빼곡히 차 있는 부조들은 어제 조각한 듯 생생하게 다가왔다. 특히 수술 도구 장면에서 고대와 현대의 간극이 많이 좁혀진 느낌을 받았다.
▲ 콤옴보 신전고대 문명이 보존된 콤옴보신전의 풍경 ⓒ 운민
출구 쪽에 자리한 박물관에는 악어 미라로 표현된 소베크 신과 관련된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나란히 놓여 있는 악어 미라를 보며 이집트에 와 있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배는 다시 북으로 향한다. 배에 가만히 앉아 있어도 눈높이에 맞춰 옛 신전과 무덤이 스쳐 지나가니 이보다 더한 호사가 어디 있을까?
나일강변의 신전 중 가장 규모가 크고 볼거리가 많다고 알려진 에드푸에 크루즈는 기항한다. 여기는 콤옴보와 달리 선착장과의 거리가 조금 멀어 도보로의 방문은 힘들고 마차를 대여해 왕복하는 시스템이 구비되어 있다. 하지만 여기는 이집트라 마부들이 관광객들에게 갖은 명목을 들며 바가지를 씌우기 일쑤다. 혹자는 피라미드의 낙타 상인보다 악명이 높다 하니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가장 완벽하게 보존된 에드푸 신전
▲ 에드푸 신전호루스신을 모신 에드푸신전 ⓒ 운민
마차를 타고 번잡한 시내를 지나 언덕을 오르자 웅장한 탑문이 눈앞에 두둥 등장한다. 에드푸는 신화적으로 호루스와 세트의 대결이 일어났던 곳으로 파라오의 권위를 상징하는 호루스 신앙이 예로부터 번성했던 곳이다.
고대 신전 중 가장 완벽한 보존상태를 자랑하는 에드푸신전은 부조는 물론 탑문 양옆으로 매모양의 호루스 상이 늠름한 자태로 신전을 보호하고 있었다. 고스란히 남아 있는 내부공간은 불에 그을린 흔적을 제외하고는 예전 그 상태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고, 안쪽에 자리한 지성소에는 태양의 배를 타고 있는 호루스의 상이 놓여 있었다. 오랜 기간 모래에 파묻혔기 때문에 신전이 보호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다시 배는 룩소르를 향해 힘차게 나아간다. 이번 프로그램에 포함되지 않은 에스나 신전을 지나 사람이 제법 많아 보이는 마을을 지나가니 강변에 사는 아이들이 저마다 손을 흔들며 반갑게 승객들을 맞이해 준다. 하루에 5번 울린다는 모스크의 아잔소리도 우리를 반겨주듯 메아리친다.
어느덧 배는 에스나 수문에서 한동안 머무는데 조그마한 운하길을 크루즈가 통과하는 것도 나일강에서만 즐길 수 있는 묘미다. 그동안 보트 상인들이 배 주변으로 모이기 시작한다. 야구선수처럼 그들은 비닐에 물건을 담아 던져주고 사람들은 물건을 받아 돈을 넣어 다지 던지는 시스템이다. 수문을 열리고 배가 통과하면 물의 높낮이를 조정해 룩소르 가는 길로 빠져나온다. 댐처럼 서로 높낮이가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별들이 하늘에 가득하고 고요함만 가득한 저녁, 배는 룩소르 선착장에 도착했다. 여기서 여행객들은 새벽 벌룬투어를 떠나는 팀, 룩소르 시티 투어로 떠나는 팀, 다음날 체크아웃을 하는 여행자로 나뉘어 각자 여행의 무운을 빌게 된다. 인류의 역사와 늘 함께 한 나일강, 언제든지 사람들을 넓은 품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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