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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여사 감싼 윤 대통령, 새벽 휴대폰 대리 답장 일화 공개

"도움 받으면 인연 못 끊어"..."지금도 외교상 꼭 필요한 일정만 참여" 순방 동행 의사 밝혀

등록|2024.11.07 13:26 수정|2024.11.07 15:56

답변하는 윤석열 대통령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대통령 부인이 대통령을 도와 선거도 잘 치르고 남들한테 욕 안 얻어먹고 원만하게 잘 하길 바라는 그런 일들을 '국정 농단'이라고 한다면 그건 국어사전을 다시 정리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김건희 여사의 '국정 개입 여부'를 묻는 질문에 내놓은 답변이다.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 등 최근 윤석열 정권의 국정 동력을 약화시키는 각종 논란이 결국 '김 여사의 국정 개입 여부'와 맞닿아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온 질문이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김 여사를 "어떤 면에서 순진하다"거나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으면 인연을 못 끊고 말 한마디라도 고맙다고 얘길 해야 하는 (성격)"이라고 표현하며 김 여사 감싸기에 나섰다.

오히려 김 여사를 향해 문제제기하는 비판 세력을 향해 "집사람(을 향해) 침소봉대는 기본이고 없는 것까지 만들어서 저를 타깃으로 제 처를 많이 악마화시켰다"며 화살을 돌리기도 했다.

"없는 것까지 만들어 저와 처를 악마화"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된 대국민담화 자리에서 "김건희 여사가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와 대통령 취임 후에도 수시로 연락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연락을 언제까지, 왜 한 것인지 설명해달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대해 "(이런 논란이 있지만) 제 아내 휴대폰을 보자고 할 수는 없어서 물어봤다"며 "본인도 많이 줄였지만 (명씨와) 몇 차례 정도 문자나 이런 걸 했다고는 얘길 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 내용에 "일상적인 것들이 많았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국정 농단이나 국정 개입과 관련해선 철저히 선을 그었다. "(배우자가) 공직자는 물론 아니지만 대통령 부인은 대통령과 함께 선거도 치르고 도와야 하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또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야단을 많이 친다는 얘기가 있던데 당신, 좀 부드럽게 하라'는 (말이) 국정관여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대통령 부인이 대통령을 도와 선거도 잘 치르고 남들한테 욕 안 얻어먹고 원만하게 잘 하길 바라는 그런 일들을 '국정농단'이라고 한다면 그건 국어사전을 다시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반박했다.

또 김 여사를 향한 최근 비판 여론과 관련해 "제가 검찰총장 할 때부터 저를 타깃하는 것이지만 집사람(을 향해) 침소봉대는 기본이고 없는 것까지 만들어서 제 처를 많이 악마화시킨 게 있다"며 "그러나 가릴 건 명확히 가려야 한다. 저는 공직 생활을 오래하면서 공사를 분명히 구분할 것을 신조로 해 왔다"고 이야기했다. "어느 누구라도 보고도 (절차를) 밟도록 했다"며 "물론 직보도 있긴 해야 하지만 계통을 밟지 않고 일하는 데 대해서는 받아들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부인했다.

김 여사 '인간미' 강조한 윤석열... 특별한 처신도 없어

물 마시는 윤석열 대통령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 중 물을 마시고 있다. ⓒ 연합뉴스


이밖에도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에 입당하던 시절의 일화를 공개하며 김 여사의 '인간미'를 부각시키기도 했다. 그는 "2021년 7월 정치 선언을 하고 국민의힘에 입당했을 때 그 신청서와 함께 제 휴대폰 번호가 공개 됐다. 그날 하루만 문자를 3000개가 받았다"면서도 "그런데 (김 여사가) 새벽 5~6시에 안 자고 엎드려서 제 핸드폰을 보고 답을 하고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미쳤냐, 잠 안 자고 뭐하냐'고 했더니 '지지하거나 잘하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에게 고맙습니다라든지 잘하겠다든지 답을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가) 조금이라도 누구한테 도움을 받으면 인연을 못 끊고 말 한마디라도 고맙다는 얘기를 해야 하는 (성격)"이라며 "나중에 언론에서 무분별하게 이렇게 될 거라고 생각을 그때는 못했다. 전부 제 책임"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전 정부' 얘기도 꺼내들었다. 윤 대통령은 "저도 과거에 대통령 전화를 받은 적도 있다. 참모에게 전화가 와서 발신자 표시 제한이라고 오면 대통령 전화인 걸로 알라고 했는데 저는 그런 걸 안 했다"며 "과거 전직 대통령 부부가 그런 프로토콜을 정해둔 게 다 국민들 걱정 끼쳐드릴 만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핸드폰으로 들어오는 다양한 얘길 생생하게 봐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고 이야기했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 김 여사의 대외 활동 중단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고는 "앞으로 부부싸움 많이 해야 할 것 같다"면서도 "지금 여론을 충분히 감안해 외교관계상, 국익활동상 반드시 해야 한다고 저와 제 참모들이 판단하는 일을 제외하고는 (김 여사는 외부활동을) 사실상 중단해 왔다"고 해명했다. 그는 "앞으로 이런 기조를 이어가겠다"며 "제2부속실장을 오늘 발령냈다. 아마 제2부속실장이 같이 일할 직원들을 금명간에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럼 (김 여사가) 꼭 해야 할 일을 판단하는 것, 또 여기저기서 편지가 오고 대통령 부인에게 요구하는 것들이 오면 어떻게 할지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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