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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독립영화제의 특별함, 선정 작품만 봐도 알아요

50회 맞는 서울독립영화제 주요 상영작

등록|2024.11.07 17:27 수정|2024.11.07 17:50

▲ 지난 5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올해 주요 상영작을 설명하고 있는 김동현 집행위원장 ⓒ 서울독립영화제 제공


올해 50회를 맞는 서울독립영화제는 한 해의 영화제를 결산하는 성격이 있다. 일반적으로 3월 말에서 4월에 시작되는 영화제 시즌은 11월 말~12월까지 이어지는 서울독립영화제로 마무리된다.

한 해의 독립영화가 모이는 행사지만 부산국제영화제·전주국제영화제·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상영됐거나 수상한 작품들이 서울독립영화제를 통해 다시 한번 경쟁에 들어가는 것도 특별하다. 경쟁에 오른 상당수가 이들 영화제를 거쳤다. 동시에 이들 영화제에서 미처 챙겨보지 못했던 수상작들을 서울독립영화제를 통해 만날 수 있다. (관련기사 : "드라마틱한 50주년이지만... 고난 없으면 독립영화 아니지 않나" https://omn.kr/2auth)

주요 영화제 수상작, 다시 경쟁

▲ 이란희 감독 <3학년 2학기> 한 장면 ⓒ 서울독립영화제 제공


대표적으로 올해 본선 장편경쟁에 오른 12편의 작품 중 11편이 부산과 전주, 부천을 거쳐 당도한 작품이다. 수상작도 있지만 수상하지 못한 작품 역시 서울독립영화제를 통해 한 번 더 기회를 얻게 되는 셈이다. 물론 서울독립영화제의 시선이 다른 영화제와 꼭 일치하는 건 아니다. 비슷한 부분도 있지만 다른 시선도 있기에 서울독립영화제의 수상작을 보면 독립영화의 독창적인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장편 경쟁 12편 중 올해 부산영화제 수상작은 4관왕을 차지한 이란희 감독의 < 3학년 2학기 >, 다큐멘터리 상인 비프메세나상을 수상한 박민수 안건형 감독의 <일과 날>, 다큐멘터리 관객상을 차지한 조세영 감독 < K-Number >, 배우상 작품인 이승재 감독 <허밍>, 배우상 특별언급 <이제한 감독 <환희의 얼굴> 등 5편이다. 이밖에 박송열 감독 <키케가 홈런을 칠거야>, 강미자 감독 <봄밤> 조희영 감독 <다른 것으로 알려질 뿐이지>를 포함하면 부산영화제 상영작만 장편 경쟁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부천영화제 상영작은 코리아 판타스틱 작품상을 수상한 정재훈 감독 <에스퍼의 빛>과 배급지원상 특별언급인 허범욱 감독 <구제역에서 살아 돌아온 돼지> 등 두 편이다. 서울독립영화제를 통해 첫선을 보이는 작품은 신인기 감독 <비트 메이커>와 박지윤 감독 <(환영합니다) 난초의 행성입니다> 두 편이다.

새로운 선택 장편도 비슷하다. 부산영화제 촬영상과 초록뱀미디어상을 받은 최종룡 감독 <수연의 선율>, 크리틱b상 이종수 감독 <인서트>, 이한주 감독 <파동> 다큐멘터리 경쟁에 올랐던 이소정 감독 <모든 점> 등과 전주영화제에서 선보였던 정해일 감독 <언니 유정>, 김이소 감독 <나선의 연대기> 등이 경쟁한다.

▲ <헨젤: 두 개의 교복치마> 한 장면 ⓒ 서울독립영화제 제공


본선 단편경쟁 역시 전주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은 공선정 감독 <작별>, 감독상을 받은 임지선 <헨젤: 두 개의 교복치마>, 부산영화제 선재상 수상작인 송지서 감독 <유림>을 비롯해 2024 경기필름스쿨페스티벌 개막작인 황지완 감독 < 4000BPM > 등이 포함됐다.

페스티벌 초이스 장편 쇼케이스에서는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한국경쟁 장편 대상을 받은 박봉남 감독 < 1980 사북 >, 전주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이원우 감독 <오색의 린>, 양주연 감독 감독 <양양>, 남궁선 감독 <힘을 낼 시간>, 부쳔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상영된 윤은경 감독 <세입자> 등이 상영된다.

아시아 영화에 초점을 맞춘 해외초청 작품 중 지아장커 감독의 <풍류일대>는 올해 부산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에서 상영작이기도 하다. 이란에서 반정부 영화를 만들었다가 징역형을 받고 해외로 망명한 모함마드 마슬로프 감독 <신성한 나무의 씨앗>은 칸영화제 상영작이었다.

지역영화의 성장도 눈여겨 볼만하다. 올해 윤석열 정부의 지역영화 예산 전액 삭감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지역영화에 투자해 온 성과가 나타나면서 출품작만 161편에 달할 정도였다고 한다.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대도시권 외에 청주 세종, 목포, 포항, 밀양에서도 영화를 만들었고, 서울독립영화제는 이 중에서 13편을 선정했다. 창원을 담은 김진 감독 <작은 하루> 포항에서 제작된 황재필·김효준 감독 <라스트 씬>, 부산 중앙동을 무대로 한 정지영 감독 <무빙 아웃>, 강릉 목공소의 따뜻한 이야기를 그린 조남편 감독 <몽고반점> 등으로 모두 단편영화다.

1960년대까지 들어간 독립영화 아카이브전

▲ 김의석 감독 <창수의 취업시대> 한 장면 ⓒ 한국영화아카데미 제공


2018년부터 한국영상자료원과 공동으로 개최하는 '독립영화 아카이브전'은 한국영화운동의 역사적인 작품들을 상영하는데. 올해는 1960년 때까지 들어갔다. 유현목 감독의 실험영화 <손>(1966)과 하길종 감독이 미국 유학 시절 졸업영화로 만든 <병사의 제전>(1969)이 대표적이다.

두 감독은 1980년~1990년대 한국영화운동에 정신적 영향을 크게 미쳤다. 하길종 감독은 1970년대 프랑스문화원을 오가며 예술영화를 접한 이른바 문화원 세대들에게 우상 같은 존재였다. MGM사가 수여하는 '메이어 그랜드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병사의 제전>은 젊은 시절 하길종 감독의 자취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영화다. 유현목 감독은 샌프란시스코 영화제를 통해 하길종 감독을 통해 미국의 실험영화를 소개받은 이후 소형영화 활동을 주도하고 실험영화를 지원하며 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했던 한국영화 거장이다.

김의석 감독의 1984년 작품 두 편인 <천막도시>와 <창수의 취업시대>도 선보인다. <천막도시>는 1980년대 최초의 독립영화제로 평가되는 1984년 '작은영화를 지키고 싶습니다-8mm/16mm 단편영화발표회'(일명 작은영화제)에서 상영된 작품이다. 필름만 남고 사운드가 유실되었으나 김의석 감독의 총연출하에 사운드를 100% 재작업해 40년 만에 온전한 형태로 공개된다.

한국영화아카데미 1기인 김의석 감독은 1984년 7월에 열린 작은영화제 당시 집행위원장 역할을 맡기도 했다.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는 <창수의 취업시대>를 제작했는데, 여기에는 제작사 영화세상 안동규 대표 등이 출연했다. 김의석 감독은 신철 대표가 제작한 <결혼이야기>를 연출하며 1990년대 기획영화시대를 열었다.

서울독립영화제 예산삭감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 비판받은 한상준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도 당시 작은영화제 준비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핵심이었다.

<판놀이 아리랑>(1982)은 서울대 얄라셩 회원들이 졸업 후 만든 서울영화집단의 첫 작품이다. 극단 연우무대의 공연 '판놀이 아리랑 고개'를 영화적으로 재구성한 다큐멘터리다. 민중의 현실을 담고 있는 극 본연의 메시지를 전달하면서도 1980년대 젊은 영화인들의 영화적 도전이 투영돼 있다.

변영주 감독의 <낮은 목소리 – 아시아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앞서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상영된 적이 있으나 16mm 프린트가 유실되어 필름 디지털화 포맷으로 상영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국영상자료원이 지속적으로 영화의 향방을 추적한 끝에 프랑스의 '시몬느 드 보봐르 센터'에 기증된 필름을 발견해 수집할 수 있었다고 한다. 16mm 필름의 디지털화 버전으로 이번에 최초 공개된다.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고 있는 변영주 감독은 영화운동단체 '장산곶매'와 기록영화제작소 보임 등에서 활동하며 1990년대 이후 진보적 영화운동을 바탕으로 한국영화의 대표적 감독으로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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