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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할 노동권익서포터즈 사업

노동권익서포터즈 사업의 성과와 한계

등록|2024.11.12 14:26 수정|2024.11.12 14:26
지난 20여 년간 비정규 노동의 주요 변화 양상 중 하나가 바로 단시간 노동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는 점이다.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자료를 보면 2001년 87만 3천 명이었던 단시간 노동자 규모는 2023년 387만 3천 명으로 343% 증가했다. 전체 비정규 노동자 내에서 단시간 노동자 비중도 2001년 11.9%에서 2023년 42.8%로 30.9%p나 증가했다. 장시간 노동이 관행화되어 있는 한국의 노동 현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비정규 고용형태였지만 지속적으로 증가해 지금은 무시 못 할 규모를 보이는 셈이다.

2016년, 국가인권위원회 지원으로 한국비정규노동센터의 조돈문 대표가 연구책임을 맡은 <초단시간 근로자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단시간 노동에는 여성, 청소년 및 준고령 노동자 등 대체로 노동시장 내 취약 계층이 집중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업'이라는 인식을 배경으로 노동시장 내 취약집단별로 직종·업종이 분리·분절화되고 있으며, 특히 청소년이 단시간으로 취업하는 프랜차이즈 서비스 업종·직종 들은 노동조건도 열악하고, 5인 미만 소규모 사업체라는 점에서 사업주에 의한 근로기준법 위반 등 노동기본권 침해도 심각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단시간 노동자 규모 추이단시간 노동자 규모에 대해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원자료를 기반으로 연도별로 분석하였다. ⓒ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그에 따라 2010년대부터 지역의 비정규센터를 중심으로 급증한 프랜차이즈 업종에서 일하는 단시간 노동자 실태 파악과 처우 개선 노력이 지속되어 왔다. 2020년부터는 경기도가 산하 기초지자체·노동 센터와 함께 '노동권익서포터즈'라는 단시간 노동자 노동인권 개선 사업을 전개해 왔다. 안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가 2015년부터 진 행한 '힘내라 알바' 사업을 경기도 차원으로 확대한 것이다.

경기도 노동권익서포터즈 사업은 첫해인 2020년에는 6개 시군으로 시작해 2024년에는 11개 시군으로까지 확대해 진행하고 있다. 지역의 노동 권익서포터즈들이 해당 지역에 소재한 편의점, 커피점 등 프랜차이즈 점포를 전수조사에 가까울 정도로 방문해 점주와 노동자를 대상으로 근로계약서 작성 여부, 최저임금 및 주휴수당 위반 여부, 사업주의 성희롱 및 폭언·폭력, 임금명세서 교부 실태 등 기초 노동법 위반 실태를 파악하면서 계도하는 사업이다. 사업에 참여한 단시간 노동자 또한 2020년 3306명에서 2023년 8482명으로 증가했으며, 심층 상담이 필요할 경우에는 마을노무사와 연결해 단시간 노동자의 노동인권 보장을 위해 노력해 오기도 했다.

성과는 괄목할 만하다. 기초 노동법 위반이 가장 심각한 편의점 업태만을 놓고 보면 최저임금 미만자 비율이 2020년 22.7%에서 2023년 1.8%까지 하락했다.

경기도 노동권익서포터즈 사업을 통해 드러난 최저임금 미만자 비율(편의점만)경기도 노동권익서포터즈 사업 결과 중 편의점을 중심으로 최저임금 미만자 비율을 분석하였으며, 그 규모가 점차 줄어드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 경기도 노동권익서포터즈 사업 결과


근로계약서 미작성 비율도 2020년 16.4%에서 2023년 9.2%로 감소했으며, 근로계약서를 받지 못했다는 비율도 2020년 12.8%에서 2023년 3.5%로 낮아졌다. 비록 모르겠다는 비율이 여전히 1~5% 내외에 이르고 있지만, 일선에서 단시간 노동자를 만나는 노동권익서포터즈는 확실히 나아지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증언하고 있다.

한편 주휴수당의 경우에는 받는다는 비율이 2020년 46.4%에서 2023년 48.0%로 증가 폭이 미미한 편이다. 못 받는다는 비율은 48.8%에서 2023년 34.3%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잘 모르겠다는 비율이 2023년 기준으로 15.9%에 이르고 있어 주휴수당 부문에서 편의점 업주의 인식은 여전히 낮다. 무엇보다 주 15시간 미만자 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주휴수당과 퇴직금 지급을 회피하기 위한 편의점 업주의 인사·노무관리 노력이 점증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하지만 경기도 노동권익서포터즈 사업처럼 대한민국의 어느 지자체도 민간 부문 비정규 노동자의 처우 개선 사업을 직접 진행한 적이 없다. 이런 점에서 노동권익서포터즈 사업은 지자체와 노동센터, 그리고 지역의 노동인권 활동가가 협업을 통해 지역의 비정규 노동자 처우를 어떻게 개선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 준 모범 사례이다.

하지만 한계와 과제 또한 남아 있다. 노동권익서포터즈 사업의 핵심 대상은 단시간 노동자뿐만 아니라 프랜차이즈 점주도 대상이다. 하지만 단시간 노동자에 비해 프랜차이즈 점주의 이해를 반영한 성과는 미미한 편이다. 고율의 로열티와 카드 수수료 문제가 대표적인 예이다.

이 문제 또한 단시간 노동자의 경우처럼 지자체가 직접 개입하기 힘든 영역이지만 상대적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실패했던 이유가 중소사업주의 지불 여력 제고 미흡이었던 것처럼 노동권익서포터즈 사업을 통한 단시간 노동자 처우 개선 노력이 일종의 제로섬으로 귀결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가짜 3.3 노동자 문제(노동자를 사업자로 위장 등록하는 것)가 단시간 노동자 고용에 스며들고 있다는 점도 문제이다. 2023년에 처음 조사된 가짜 3.3 노동자 실태조사에서 19.6% 노동자가 명시적으로 사업소득세 3.3%를 공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근로소득세, 아니면 사업소득세 중 어떻게 세금을 공제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노동자는 무려 60.3%에 달했다.

노동권익서포터즈 사업 참여 단시간 노동자 5명 중 1명은 세금 신고상으로는 사업소득세를 공제하는 개인사업자 신분인 것이다. 심지어 동일 점포에서 일하는 단시간 노동자인데도 누구는 근로소득세를, 누구는 사업소득세를 공제하는 상황까지 확인되고 있다. 향후 서포터즈 사업을 통해 변칙적인 위장 자영업자 문제를 어떻게 개선시켜 나갈지가 핵심 관건이다.

나아가 프랜차이즈 업태를 넘어서서 비 서비스 부문의 소규모 사업장까지 어떻게 확대할지도 과제이다. 대표적인 예가 소규모 영세 제조 사업체이다. 필자가 일하고 있는 시화공단에는 근로기준법이 전면 적용되지 않는 5인 미만 사업체가 대다수이며 노동법에 대한 사업주의 이해가 매우 낮다. 이런 영역들까지 노동권익서포터즈 사업을 어떻게 확대할 것인가가 여전히 향후 과제라 할 수 있다.

한계와 과제가 여전하지만, 경기도 노동권익서포터즈 사업은 지자체와 노동단체·활동가의 협력 네트워크가 비정규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한 대표 사례로서 지속적으로 확대·발전시켜야 할 모범 사업이라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격월간 <비정규노동> 169호에도 실립니다.글쓴이는 손정순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연구위원입니다. 이 글은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서 발행하는 격월간 <비정규노동> 11,12월호 '정책 칼럼' 꼭지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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