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임금 노동자'는 누구인가
노동자는 일하고 임금을 받는다. 근로기준법에서는 노동자(근로자)에 대해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노동자는 곧 임금 노동자이며 당연히 근로기준법 등 노동법제의 적용을 받는 것으로 생각되지만, 그렇지 않은 노동자들이 많다.
근로기준법에서 얘기하는 임금은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임금, 봉급, 그 밖에 어떠한 명칭으로든지 지급하는 모든 금품"이지만, 민법에서는 '보수'라고 칭하면서 폭넓게 보수 지급 관계를 규정하고 있다. "노무를 제공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이에 대하여 보수를 지급"하는 계약 관계인 '고용'과, "일의 결과에 대하여 보수를 지급"하는 계약 관계인 '도급' 등이 그것이다.
민법상 고용 또는 도급 관계에 있지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 노동자들이 소위 얘기하는 비임금 노동자이다. 이들 중 일부는 노동조합법의 적용을 받지만, 근로기준법은 적용받지 못하기 때문에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 3.3%를 납부하고 있다. 노무수령자로부터 독립적으로 일하는, 말 그대로의 독립사업자도 있지만, 종속적인 관계에서 노무를 제공하고 있거나, 일반 노동자와 다를바 없는 '위장된 사업자'도 상당수이다. 이들을 소위 '가짜 3.3 노동자'로 부르기도 한다. 비임금 노동자, 위장된 사업자, 가짜 3.3 노동자는 모두 동일한 대상을 지칭하는 표현이다.
이렇게 설명하고 보니 그동안 특수고용이라고 부르는 노동자에 대한 설명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학습지 교사, 골프장 경기보조원, 레미콘 기사, 보험모집인 등 2000년대 초반부터 사회 쟁점화된 특수고용 노동자 문제는 이미 우리에게 익숙하다. 법적인 표현으로는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에서 현재는 '노무제공자'로 지칭되고 있고, 산재보험법 시행령(노무제공자 18개 직종), 고용보험법 시행령(노무제공자 17개 직종),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특수형태근로종사자 14개 직종)에서 개별 직종이 특정되어 있다.
노동시장 변화의 맥락에서는 특수고용과 비임금 노동자는 동일선상에 있기도 하지만 다른 양상을 보여주기도 한다. 노동자성 오분류 문제, 고용 지위를 분류할 수 있는 기준의 문제에서는 동일한 선상에 있지만, 근래의 비임금 노동자 문제는 기존의 특수고용과는 달리 '마구잡이식 3.3% 적용' 문제도 포함하고 있다.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 프리랜서 노동은 노무 제공 과정에서의 종속성을 판단하는 데 있어 정도의 차이가 있고,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지휘명령, 외근형 노동, 실적에 따른 성과급 적용의 용이함 등 종속성을 위장할 수 있는 몇 가지 기제가 작동되는 경우가 많으나, '마구잡이식 3.3% 적용'은 아무런 시빗거리가 없는데도 사용자가 계약상 우월한 지위를 활용해서 암묵적 또는 노골적 압력을 통해 3.3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도 포함된다.
이제는 공장 노동자, 식당 노동자, 편의점 노동자 등 사용 종속성이 명확함에도 3.3%를 적용받는 노동자가 다수 늘어나고 있다. 아래와 같은 종속성 판단 기준에 따르면, 기존의 특수고용과 관련된 쟁점은 주로 '자율적인 노동자' 범주에서 발생했다면, 현재의 비임금 노동자 쟁점은 '자율적인 노동자'만이 아니라 '전통적인 종속 노동자'와 '종속적 자영인' 범주까지를 포함해서 폭넓게 형성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특수고용, 플랫폼, 프리랜서, 가짜 3.3 노동, 위장사업자, 비임금 노동자 등의 개념은 법률적 개념 분류, 통계상 고용 분류, 노동시장 관행상 분류가 조금씩 달라서 때로는 중첩되기도 하고 때로는 구분되기도 한다. 법률, 통계, 관행 중 어떤 것을 중심으로 분류하냐에 따라 중첩과 구분의 경계가 달라지고, 이에 따라 개념지도가 조금씩 달라질 수 있으나 전반적으로 보면 다음 그림과 같이 표현될 수 있다.1)
비임금 노동자 : 고용의 초유연화
비임금 노동자 증가는 일탈적이든 법리적 시비가 있든, 사용자가 우월한 계약 지위를 기반으로 노동법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노무관리 전략의 일환이며, 결과적으로 노동시장을 초유연화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한국의 노동시장은 1987년 이전의 단일노동시장에서 87년 노동자 대투쟁을 거치면서 내부노동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후 1997년 외환위기는 노동시장 분절을 고착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2010년대 후반 이후에는 정보통신기술의 발전, 플랫폼 경제의 성장과 함께 비임금 노동자층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고용의 초유연화 시기로 접어들게 된다. 한국 노동시장의 전개 과정을 시기별로 구분해보면 다음과 같다.2)
2010년대 후반 이후 노동통계에서 잘 파악되지 않는 비임금 노동자 증가로 인해 노동시장 분절화 현상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기존의 전형적인 특수고용과는 다른 플랫폼 노동, 프리랜서 등 1인 자영업자로 취급되는 비임금 노동자 증가는 사용자의 일탈 행위 확산과 함께 노동법 밖 노동자를 양산하며 고용의 새로운 유연화 방식으로 확대되고 있다.
일례로, 종합소득세 납부자 중 '인적용역 사업소득'(고용 관계없이 노무를 제공하고 받는 소득) 원천징수 대상 인원은 2011년 328만 명 가량이었고, 매년 50만 명 안팎의 증가세를 거듭해서 2022년에는 847만 명이다.3) 회사(원천징수 의무자)는 인적용역 소득자에게 보수 지급 시 3.3%의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하게 된다. 독립사업자라면 독자적으로 사업을 운영해야 하기에 사업자등록을 해야 세금계산서 발급 등 사업자로서 의무를 할 수 있고, 경비를 비용 처리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런데 사업소득세를 내는 자영업자 중 단 2만 5천 명 (0.3%)만이 사업자등록증이 있다. 비임금 노동자 1000명 기준 3명 만이 그나마 '자영업자'의 외형을 갖춘 것이다. 국세청의 '연 매출(수 입) 2천 5백만 원 이하 자영업자'에 대한 업종별•연령별•지급액 통계를 보면 비임금 노동자 847만 명 중 730만 명(86.3%)이 연 매출 2천 5백만 원 이하이다.4)
결국, 최저임금 수준의 수입을 얻고 있는 개인사업자는 노동법 적용을 받지 못할 뿐 저임금 노동자와 다를 바 없는 경제적 지위에 놓여 있다. 그러한 비임금 노동자 규모가 매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 노동시장은 이제 임금 노동자 중 '비정규직'만으로 노동시장 유연화를 논하기 어렵게 되었다. 비임금 노동자 증가가 전반적인 노동 지형을 바꾸고 있고, 노동시장의 초유연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비임금 노동자 운동의 중요성
고용의 초유연화 방식인 비임금 노동자 확산과 관련해서 노동권 확보를 위한 당사자 운동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비임금 노동자 확산과 관련된 정치권의 대응은 문제를 왜곡시키거나 논점을 흐릴 우려가 있다.
비임금 노동자를 '노동약자'로 호명하며 지원법을 제정하겠다고 하는 정부 태도는 문제를 왜곡시킬 뿐이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동약자지원법은 현재 직면하고 있는 노동법의 시대적 조응 과제와 전혀 무관한 접근일 뿐만 아니라 현실을 더욱 왜곡시키고 있다. 노동자성 문제를 회피하는 것을 넘어서서 배제하는 것을 전제로 입법안이 논의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접근은 노동권 사각지대를 더 세분화하는 것이며, 제3지대로 몰아서 논의 폭을 제한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노동약자'라는 어이없는 표현도 그렇거니와, 조직 노동자와 구분해서 미조직 노동자에 대한 보호 방안을 만들겠다는 의도 역시 불순하다. 보호 효과라도 있으면 모르겠는데, 사용자 책임은 쏙 빠지고 정부 지원 역시 밋밋한 수준에 그칠 공산이 크다. 입법안이 아직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언론에 소개된 내용을 보면 지원방안으로서의 공제회니 표준계약서 사용이니 경력인증이니 하는 것은 노동법적 권한이 없는 지자체에서도 이미 여러 모색과 접근을 하는 정책들이다. 법적 권한을 가진 정부가 권한 없는 지자체의 꽁무니를 쫓아가고 있는 형국밖에는 안 된다.
민주당에서 2건을 발의한 '일하는 사람 보호 법안'(김주영 의원 대표발의안, 장철민 의원 대표발의안)은 노동약자지원법과 동일하게 노동자와 별도의 법 적용 범주를 설정한다는 점에서 노동자성 문제를 우회 혹은 무시하고자 하는 정부나 자본의 흐름에 활용될 소지가 크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정부 추진 법안의 보호 내용이 속 빈 강정이라면 그나마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노동법의 일부를 준용하면서 사용자에게 부분적인 책임을 부과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한 점에서 볼 때 '일하는 사람 보호법안'은 기존 노동법의 보완재적 접근을 하고 있지만, 논의 맥락에서 노동자성 확대(확립)에 대한 선행논의를 촉구할 때만 그 의미를 지닐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보수 정부나 야당에서 비임금 노동자에 대한 자기중심적 해법을 추진하고 있는 것에 비해 정작 당사자의 요구와 목소리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업종별(배달, 대리운전 등), 산업별(화물, 건설 등) 요구와 투쟁은 있지만, 비임금 노동자 문제를 포괄할 수 있는 요구와 투쟁은 제대로 못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무엇보다도 당사자 조직률이 낮다는 점이 작용하고 있다. 당사자 조직률을 높이는 것은 항상적 과제이고, 노동권 보장에 대한 입장과 요구를 수립하고 이를 중심으로 사회운동을 만들어가는 실천이 필요한 때이다.
1) 비임금 노동자의 개념 구분에 따른 규모는 다음 꼭지인 박영삼 센터장의 글 참조.
2) 남우근(2024), '3장. 노동시장과 노사 관계의 변화', 「대전환 시대 노동운동 진단」, 민주노 동연구원, 2024.을 참조해서 정리
3) 경향신문(2024. 5. 7.), '비임금 노동자 847만 명…커지는 노동법 사각지대'
4) 국세청이 박용진 의원실, 장혜영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 플랫폼노동희망찾기 보도자료 (2024. 6. 20.)
노동자는 일하고 임금을 받는다. 근로기준법에서는 노동자(근로자)에 대해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노동자는 곧 임금 노동자이며 당연히 근로기준법 등 노동법제의 적용을 받는 것으로 생각되지만, 그렇지 않은 노동자들이 많다.
민법상 고용 또는 도급 관계에 있지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 노동자들이 소위 얘기하는 비임금 노동자이다. 이들 중 일부는 노동조합법의 적용을 받지만, 근로기준법은 적용받지 못하기 때문에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 3.3%를 납부하고 있다. 노무수령자로부터 독립적으로 일하는, 말 그대로의 독립사업자도 있지만, 종속적인 관계에서 노무를 제공하고 있거나, 일반 노동자와 다를바 없는 '위장된 사업자'도 상당수이다. 이들을 소위 '가짜 3.3 노동자'로 부르기도 한다. 비임금 노동자, 위장된 사업자, 가짜 3.3 노동자는 모두 동일한 대상을 지칭하는 표현이다.
이렇게 설명하고 보니 그동안 특수고용이라고 부르는 노동자에 대한 설명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학습지 교사, 골프장 경기보조원, 레미콘 기사, 보험모집인 등 2000년대 초반부터 사회 쟁점화된 특수고용 노동자 문제는 이미 우리에게 익숙하다. 법적인 표현으로는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에서 현재는 '노무제공자'로 지칭되고 있고, 산재보험법 시행령(노무제공자 18개 직종), 고용보험법 시행령(노무제공자 17개 직종),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특수형태근로종사자 14개 직종)에서 개별 직종이 특정되어 있다.
노동시장 변화의 맥락에서는 특수고용과 비임금 노동자는 동일선상에 있기도 하지만 다른 양상을 보여주기도 한다. 노동자성 오분류 문제, 고용 지위를 분류할 수 있는 기준의 문제에서는 동일한 선상에 있지만, 근래의 비임금 노동자 문제는 기존의 특수고용과는 달리 '마구잡이식 3.3% 적용' 문제도 포함하고 있다.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 프리랜서 노동은 노무 제공 과정에서의 종속성을 판단하는 데 있어 정도의 차이가 있고,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지휘명령, 외근형 노동, 실적에 따른 성과급 적용의 용이함 등 종속성을 위장할 수 있는 몇 가지 기제가 작동되는 경우가 많으나, '마구잡이식 3.3% 적용'은 아무런 시빗거리가 없는데도 사용자가 계약상 우월한 지위를 활용해서 암묵적 또는 노골적 압력을 통해 3.3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도 포함된다.
이제는 공장 노동자, 식당 노동자, 편의점 노동자 등 사용 종속성이 명확함에도 3.3%를 적용받는 노동자가 다수 늘어나고 있다. 아래와 같은 종속성 판단 기준에 따르면, 기존의 특수고용과 관련된 쟁점은 주로 '자율적인 노동자' 범주에서 발생했다면, 현재의 비임금 노동자 쟁점은 '자율적인 노동자'만이 아니라 '전통적인 종속 노동자'와 '종속적 자영인' 범주까지를 포함해서 폭넓게 형성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 범주별 종속성 판단 기준범주별 종속성 판단 기준에 대한 내용입니다. ⓒ 조경배(2005)
특수고용, 플랫폼, 프리랜서, 가짜 3.3 노동, 위장사업자, 비임금 노동자 등의 개념은 법률적 개념 분류, 통계상 고용 분류, 노동시장 관행상 분류가 조금씩 달라서 때로는 중첩되기도 하고 때로는 구분되기도 한다. 법률, 통계, 관행 중 어떤 것을 중심으로 분류하냐에 따라 중첩과 구분의 경계가 달라지고, 이에 따라 개념지도가 조금씩 달라질 수 있으나 전반적으로 보면 다음 그림과 같이 표현될 수 있다.1)
▲ 임금노동자, 비임금노동자 개념지도임금노동자와 비임금노동자 개념과 유형별 특징 ⓒ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비임금 노동자 : 고용의 초유연화
비임금 노동자 증가는 일탈적이든 법리적 시비가 있든, 사용자가 우월한 계약 지위를 기반으로 노동법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노무관리 전략의 일환이며, 결과적으로 노동시장을 초유연화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한국의 노동시장은 1987년 이전의 단일노동시장에서 87년 노동자 대투쟁을 거치면서 내부노동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후 1997년 외환위기는 노동시장 분절을 고착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2010년대 후반 이후에는 정보통신기술의 발전, 플랫폼 경제의 성장과 함께 비임금 노동자층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고용의 초유연화 시기로 접어들게 된다. 한국 노동시장의 전개 과정을 시기별로 구분해보면 다음과 같다.2)
▲ 한국 노동시장 시기 구분한국 노동시장 시기별 노동시장 특성과 노동시장 상황 ⓒ 남우근(2024)
2010년대 후반 이후 노동통계에서 잘 파악되지 않는 비임금 노동자 증가로 인해 노동시장 분절화 현상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기존의 전형적인 특수고용과는 다른 플랫폼 노동, 프리랜서 등 1인 자영업자로 취급되는 비임금 노동자 증가는 사용자의 일탈 행위 확산과 함께 노동법 밖 노동자를 양산하며 고용의 새로운 유연화 방식으로 확대되고 있다.
일례로, 종합소득세 납부자 중 '인적용역 사업소득'(고용 관계없이 노무를 제공하고 받는 소득) 원천징수 대상 인원은 2011년 328만 명 가량이었고, 매년 50만 명 안팎의 증가세를 거듭해서 2022년에는 847만 명이다.3) 회사(원천징수 의무자)는 인적용역 소득자에게 보수 지급 시 3.3%의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하게 된다. 독립사업자라면 독자적으로 사업을 운영해야 하기에 사업자등록을 해야 세금계산서 발급 등 사업자로서 의무를 할 수 있고, 경비를 비용 처리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런데 사업소득세를 내는 자영업자 중 단 2만 5천 명 (0.3%)만이 사업자등록증이 있다. 비임금 노동자 1000명 기준 3명 만이 그나마 '자영업자'의 외형을 갖춘 것이다. 국세청의 '연 매출(수 입) 2천 5백만 원 이하 자영업자'에 대한 업종별•연령별•지급액 통계를 보면 비임금 노동자 847만 명 중 730만 명(86.3%)이 연 매출 2천 5백만 원 이하이다.4)
결국, 최저임금 수준의 수입을 얻고 있는 개인사업자는 노동법 적용을 받지 못할 뿐 저임금 노동자와 다를 바 없는 경제적 지위에 놓여 있다. 그러한 비임금 노동자 규모가 매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 노동시장은 이제 임금 노동자 중 '비정규직'만으로 노동시장 유연화를 논하기 어렵게 되었다. 비임금 노동자 증가가 전반적인 노동 지형을 바꾸고 있고, 노동시장의 초유연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비임금 노동자 운동의 중요성
고용의 초유연화 방식인 비임금 노동자 확산과 관련해서 노동권 확보를 위한 당사자 운동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비임금 노동자 확산과 관련된 정치권의 대응은 문제를 왜곡시키거나 논점을 흐릴 우려가 있다.
비임금 노동자를 '노동약자'로 호명하며 지원법을 제정하겠다고 하는 정부 태도는 문제를 왜곡시킬 뿐이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동약자지원법은 현재 직면하고 있는 노동법의 시대적 조응 과제와 전혀 무관한 접근일 뿐만 아니라 현실을 더욱 왜곡시키고 있다. 노동자성 문제를 회피하는 것을 넘어서서 배제하는 것을 전제로 입법안이 논의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접근은 노동권 사각지대를 더 세분화하는 것이며, 제3지대로 몰아서 논의 폭을 제한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노동약자'라는 어이없는 표현도 그렇거니와, 조직 노동자와 구분해서 미조직 노동자에 대한 보호 방안을 만들겠다는 의도 역시 불순하다. 보호 효과라도 있으면 모르겠는데, 사용자 책임은 쏙 빠지고 정부 지원 역시 밋밋한 수준에 그칠 공산이 크다. 입법안이 아직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언론에 소개된 내용을 보면 지원방안으로서의 공제회니 표준계약서 사용이니 경력인증이니 하는 것은 노동법적 권한이 없는 지자체에서도 이미 여러 모색과 접근을 하는 정책들이다. 법적 권한을 가진 정부가 권한 없는 지자체의 꽁무니를 쫓아가고 있는 형국밖에는 안 된다.
민주당에서 2건을 발의한 '일하는 사람 보호 법안'(김주영 의원 대표발의안, 장철민 의원 대표발의안)은 노동약자지원법과 동일하게 노동자와 별도의 법 적용 범주를 설정한다는 점에서 노동자성 문제를 우회 혹은 무시하고자 하는 정부나 자본의 흐름에 활용될 소지가 크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정부 추진 법안의 보호 내용이 속 빈 강정이라면 그나마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노동법의 일부를 준용하면서 사용자에게 부분적인 책임을 부과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한 점에서 볼 때 '일하는 사람 보호법안'은 기존 노동법의 보완재적 접근을 하고 있지만, 논의 맥락에서 노동자성 확대(확립)에 대한 선행논의를 촉구할 때만 그 의미를 지닐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보수 정부나 야당에서 비임금 노동자에 대한 자기중심적 해법을 추진하고 있는 것에 비해 정작 당사자의 요구와 목소리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업종별(배달, 대리운전 등), 산업별(화물, 건설 등) 요구와 투쟁은 있지만, 비임금 노동자 문제를 포괄할 수 있는 요구와 투쟁은 제대로 못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무엇보다도 당사자 조직률이 낮다는 점이 작용하고 있다. 당사자 조직률을 높이는 것은 항상적 과제이고, 노동권 보장에 대한 입장과 요구를 수립하고 이를 중심으로 사회운동을 만들어가는 실천이 필요한 때이다.
1) 비임금 노동자의 개념 구분에 따른 규모는 다음 꼭지인 박영삼 센터장의 글 참조.
2) 남우근(2024), '3장. 노동시장과 노사 관계의 변화', 「대전환 시대 노동운동 진단」, 민주노 동연구원, 2024.을 참조해서 정리
3) 경향신문(2024. 5. 7.), '비임금 노동자 847만 명…커지는 노동법 사각지대'
4) 국세청이 박용진 의원실, 장혜영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 플랫폼노동희망찾기 보도자료 (2024. 6. 20.)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격월간 <비정규노동> 169호에도 실립니다.글쓴이는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입니다. 이 글은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서 발행하는 격월간 <비정규노동> 169호 11,12월호 '특집[비임금 노동자]' 꼭지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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