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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만명 다녀간 백제문화제, 이 축제가 남긴 '죽음'

[천막소식 191일차] 육화·쓰레기·녹조와 수질악화 등 문제 무시하고 진행된 담수화

등록|2024.11.08 10:50 수정|2024.11.08 10:50
공주시는 백제문화제에 75만 명이 방문해 잘 마무리가 됐다고 홍보 중이다.

백제문화제는 지난 9월 28일부터 10월 6일까지 9일간 공주보 상류 공산성 앞 미르섬 일대에서 진행됐다. 많은 시민들이 찾아와 백제문화제를 즐기고 갔지만, 백제문화제가 '죽음'을 남긴 문화제였다는 것은 알지 못했을 것이다.

공산성 앞에 부교와 황포돗배 유등을 띄우기 위해 공주시는 환경부에 공주보 담수를 요청하고, 환경부가 이를 수용하면서 금강을 일시적인 호수로 만들었다. 약 한 달간 공주보가 담수화 되면서 하천의 생물들을 죽이는 펄이 쌓였다. 이런 문제는 매년 반복되는 연례 행사가 되고 있어 환경단체들은 백제문화제를 '죽음의 문화제'로 부르고 있다.

▲ 공주보에 다시 쌓인 펄의 모습 ⓒ 김병기

▲ 공주시에 전달한 고마나루에 펄과 모래 ⓒ 시민행동


공주보 담수화 기간은 9월 22일 시작해서 10월 15일까지 채 한 달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국가 명승인 고마나루는 펼밭이 됐다.

지난 10월 30일과 11월 1일 찾아간 현장에는 펄이 30cm나 쌓여 있었다. 4~5급수 지표생물인 실지렁이와 붉은깔다구만 살 수 있는 환경이 됐다. 멸종위기종 흰목물떼새와 꼬마물떼새가 번식하던 모래사장에는 펄이 가득했다. 미호종개, 흰수마자가 살아가는 모래톱 역시 펄이 돼 살 수 없게 된 것이다.

대전환경운동연합과 대전충남녹색연합 등이 함께하는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아래 시민행동)은 1일 기자회견을 통해 공주시를 규탄했다.

형상변경 허가도 받지 않고 진행된 담수화

▲ 기자회견을 통해 항의하는 모습 ⓒ 시민행동


고운 모래사장이 사라지면서 공주시와 환경부는 국가명승도 스스로 훼손했다. 국가명승으로 지정될 때 고마나루 모래사장도 함께 지정된 것이지만 지금 모래가 아닌 펄밭이 됐다.

문화재보호법 제35조 제1항 1호 (및 동법 시행령 제21조의2 제1항 3호 라목)에 의하면, 국가지정문화재 보호구역 안에서 수량에 변경을 가져오는 행위는 국가유산청장의 현상변경허가를 얻어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문화재보호법 제99조 제1항 1호에 해당하여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공주시와 환경부는 모래사장 역시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이런 책무는 방기하고 9일간의 죽음의 축제로 문화제 형상변경을 했다. 그러나 국가유산청장의 허가는 받지 않았다. 2024년 4월 대전환경운동연합과 대전충남녹색연합이 모여, 공주고마나루에 지난해 문화제 이후 쌓인 펄을 제거했다.

공주시는 이런 소식에 형상변경허가를 받으라고 해서 단체에 요구했고, 결국 우리는 형상변경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정작 행정당국은 허가조차 받지 않고 법을 무시한 채 담수화를 진행했다.

▲ 펄걷어내기 행사의 모습 ⓒ 시민행동


더욱이 펄은 장기적으로는 영양염류가 너무 많아서 이곳은 육화를 가속화 한다. 하천의 백사장에는 식물들이 자리잡기가 힘들다. 모래에는 영양분이 없어 식물이 활착이 어렵기 때문이다. 영양분이 많은 펄은 다양한 식생들이 자리하게 되고, 결국 육지화 된다. 자연스러운 하천의 경우 지나친 육화가 되다 뿌리가 깊지 않아 홍수 때 모두 쓸려가 다시 모래로 복원되는 과정들 반복한다.

하지만, 고마나루 하류에 공주보가 있어 다시 모래사장으로 복원되기는 힘든 상황이다. 실제로 2018년부터 백제문화제를 매년 진행하면서 고마나루에 많은 면적이 육화되어가고 있다. 결국 수문을 상시개방하고 장기적으로 고정보를 없애야 한다.

백제문화제 준비를 위해 9월 22일 담수를 시작하고 닷새만인 26일 현장에 녹조가 대규모로 창궐했다. 녹조 물에 설치된 부교와 유등교 사이를 오가는 시민들의 안전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녹조의 경우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간독성, 신경독성 등을 가진 물질이 나온다. 청산가리의 6000배 이상의 독성을 가졌다고 알려져 있는 곳에 수많은 시민들이 무방비로 노출되었다.

최근 환경운동연합은 녹조가 마시는 것뿐만 아니라 공기 중으로도 전파되는 것을 확인했다. 녹조가 발생하는 인근 주민 비강에서 녹조 유전자가 검출된 것이다. 이런 상황인데 대규모 녹조가 발생한 곳에 사람들을 대규몰 집결시키는 행사를 한 것이다.

미국의 경우 녹조 농도 8ppb, 세계보건기구(WHO)의 경우 20ppb 이상이면 강에 접근을 차단한다. 당시 현장은 이미 이 수준을 넘는 녹조가 창궐해 있었다. 그럼에도 시민들이 대규모 집결하는 행사를 진행한 최원철 시장과 환경부는 시민의 안전을 위협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네 번이나 떠내려간 유등과 부교

▲ 녹조가 가득한 부교 ⓒ 김병기

▲ 녹조가 가득한 행사장 모습 ⓒ 김병기


더욱이 올해는 가을에 큰 비가 내려서 행사장을 설치하던 과정 중에 유등과 부교가 떠내려 갔다. 약 1억 원 정도의 비용이 유실됐고, 모두 강의 쓰레기가 됐다.

공주시는 백제문화제를 진행하면서 벌써 네 번째 유등과 돗배 부교가 떠내려가는 사고를 발생시켰다. 시민들의 소중한 세금을 그냥 강에 버린 것과 같다.

▲ 떠내려가는 부교의 모습 ⓒ 임도훈


그럼에도 공주시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백제문화제는 앞으로도 담수화를 진행하면서 계속하겠다고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더욱이 플라스틱, 중금속 등이 포함돼 있는 쓰레기를 하천에 불법 투기를 하고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공주시에서 떠 내려온 쓰레기는 강경과 하구에서도 확인이 되기도 했다. 공주시의 도덕적 해이를 확인할 수 있는 지점이다.

공주보 수문을 개방한 2018년부터 공주시는 매년 수문을 닫고 백제문화제를 개최하고 있다. 그러나 공주보 민관협의체와 금강수계 보호 민관협의체는 "2018년도에만 수문을 닫는 조건으로 협의를 했다"면서 "2019년도부터는 수문을 개방한 상태에서 백제문화제를 연출을 하겠다고 약속을 했고, 공주시의 관계자가 직접 회의 때 발언한 회의록도 남아있다. 그럼에도 매년 이 약속을 어기고 수문을 닫아왔다"고 말한다.

▲ 백제문화제에 항의하는 시민행동 ⓒ 김병기


최근에는 심지어 백제문화 이음길 데크 건설사업까지 65억 원을 들여 진행 중이다. 이음길 사업 코스 중에 금강을 지나가는 구간이 있다. 공주보가 개방된 상태로 설계되어서 건설 중인데, 결국 수문을 닫으면서 이음길은 잠기게 되었다. 한 달여간 공사가 중단되었고, 이미 설치된 데크가 물에 잠겼다.

수문이 다시 개방된 지금 이음길 데크 현장은 처참하다. 오염된 펄이 쌓인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이며, 일부 시설물은 유실돼 재시공을 해야 한다.

▲ 무너진 이음길의 모습 ⓒ 임도훈

▲ 물에잠긴 이음길의 모습 ⓒ 임도훈

▲ 백제문화 이음길에 펄이 쌓여있는 모습 ⓒ 임도훈


백제문화제가 매년 공주보 담수화를 한다면, 이런 유실과 펄 등의 문제는 매년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중행정의 전형인 셈이다. 그러나 공주시는 "설치 과정에서 (시설이) 물에 잠기면 유실이나 부서질 것"이라는 환경단체의 경고에도 "잠기는 것은 이미 예상한 일이며, 시설은 20년은 버틸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지금 현장은 그야말로 폭탄을 맞은 격이니, 그 말은 허언이 됐다. 65억 원의 예산이 그대로 낭비된 것이다. 이를 만회할 방법은 백제문화제를 수문이 개방된 흐르는 강에서 진행하는 것 밖에 없어 보인다.

지난 10월 2일 최원철 시장은 민관합의에 대해서도 모르쇠로 일관했을 뿐 아니라, "공주보 담수 문화제 추진 시 불법 사항, 또는 문제가 발생할 경우 법적, 행정적, 경제적 책임을 모두 지겠다"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백제문화제 개최 이후 사후 모니터링을 통해 담수 이후 생태계 변화가 심각한 것을 확인하고도 매년 연례행사처럼 하천점용허가를 하고 있다. 환경부가 아니라 환경개발부라고 욕 먹는 이유다. 결국 하천점용허가를해준 환경부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우리는 천막농성장에서 세종보의 담수만 막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과 함께 반드시 공주시와 환경부에 책임을 물을 것이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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