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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면 볼수록 신기한 이 영화의 매력은...

[현장] 다큐 영화 <괜찮아, 앨리스> VIP 시사회

등록|2024.11.09 16:44 수정|2024.11.11 11:07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용산CGV 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괜찮아, 앨리스’(제작 오마이뉴스) VIP시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은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 ‘괜찮아, 앨리스’는 새로운 교육 실험에 나선 '꿈틀리 인생학교'(덴마크의 '에프터스콜레(Efterskole)를 모티브로 삼은 1년짜리 전환 학교)를 중심으로 한 청소년들과 그 부모들이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 이야기를 담은 다큐 영화다. ⓒ 권우성


지금까지 다큐 영화 <괜찮아, 앨리스>를 세 차례 봤다. 반은 기자, 반은 관객의 시선으로 개봉 전 시사회에 참석했다. 보면 볼수록 신기한 영화다. 교육을 주제로 했지만 '교육 밖의 이야기'가 여운처럼 남는다. 얼핏 남의 집 이야기인 듯 하지만, 보고 있다보면 내 집 이야기와 판박이다. 영화 속 과거의 기록 영상은 오래 전 LP를 틀어놓은 듯 '칙칙' 거리지만, 내용은 지금의 현실과 맞닿아 있다.

시사회를 통해 <괜찮아, 앨리스>를 먼저 본 관객들의 반응도 색다르다. 영화를 보고난 뒤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낸다. 처음 본 사람들 앞에서 학부모로서, 학생으로서 겪었던 아픔과 고민을 털어놓는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는 또다른 관객들은 자신이 겪는 문제처럼 공감한다. 이 영화 관객들은 <괜찮아, 앨리스>가 던진 물음을 자신의 문제로 치환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도록 하겠다며 '전도사'를 자처한다.

<괜찮아, 앨리스>는 '꿈틀리인생학교'의 학생·졸업생·학부모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2016년에 문을 연 꿈틀리인생학교는 '행복지수 1위 국가'인 덴마크의 '에프터스콜레(Efterskole)'를 모티브로 삼은 1년짜리 인생설계 학교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용산CGV 아이파크몰에서는 정치인, 문화예술인, 언론인과 '100개의 극장 프로젝트' 관객추진단, 제작진과 출연 배우 등 140여 명이 모인 VIP 시사회가 열렸다.

네 살배기 손주, 중3인 딸을 떠올리게 만든 영화

▲ 11월 7일 오후 서울 용산CGV 아이파크몰에서는 정치인, 문화예술인, 언론인과 '100개의 극장 프로젝트' 관객추진단, 제작진과 출연 배우 등 140여 명이 모인 VIP 시사회가 열렸다. 영화평론가인 강유정 민주당 의원(맨 오른쪽). ⓒ 이호 작가


이들은 75분 동안 숨죽이며 영화에 몰입했다. 영화가 끝난 뒤 함께 소감을 나누는 자리에서도 '따로 또 같은' 목소리가 이어졌다. 극장에 온 건 오랜만이라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잠깐 쉬어가더라도 내 삶을 살아야지, 강요된 젊은 시절이 얼마나 아프겠냐"면서 아빠가 아들에게 마음을 전한 편지를 읽어줄 때 자신의 아들 생각에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두 아들의 아빠다.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은 봐도 봐도 행복한 네 살배기 손주를 떠올렸다. 지금은 하루하루가 행복한데, 아이가 커가면서 불안감이 든다는 거다. "이 끔찍한 한국의 교육 시스템 속에서 이 아이가 불행해지지 않을까" 걱정이 돼서다. 영화평론가인 강유정 민주당 의원은 16살인 중3 딸을 생각하면서 영화에 몰입했다. 영화 속 아이들 모습 속에서 딸이 오버랩된 거다. 강 의원은 "정치하는 분들이 꼭 봐야 할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고, 관련된 입법 활동을 고민해보겠다고 했다.

꿈틀리인생학교 5기 졸업생이자, 이 영화의 배우 중에 한 명인 황하름 학생이 등장하자 박수 소리가 커졌다. 아르바이트 하느라 바빠서 이날 처음 영화를 봤다는 그도 대한민국 고3으로 살면서도 뭔가 마음이 따뜻해지는 순간들이 있었다면서 그 모습에 눈물이 났다고 했다. 거창연극고를 졸업한 뒤 문화예술경영을 전공하는 대학생이 된 그는 대학 면접 때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이 과를 선택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다큐 감독이기도 한 최승호 <뉴스타파> PD는 "언론에 있으면서, 아이들을 키우면서 우리 교육 시스템이 정말 문제가 많다는 걸 느꼈지만, 어떻게 하면 바꿀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은 못 해봤다"면서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이 응답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장해랑 DMZ다큐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저도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사람이지만, <괜찮아, 앨리스>는 의미있는 다큐 영화"라면서 (교육 시스템을 바꿔낸다는 게) 힘든 일이지만, 계속 두드려야 한다고 응원했다.

<괜찮아, 앨리스> '100개의 극장 상영'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김성환 <미디어나무> 대표는 관객과 직접 만나는 뭔가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이같은 프로젝트를 추진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해보니까 '배급'이 아니라 전선에 식량을 잘 전달하는 '보급'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이런 영화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신 건강을 챙겨주는 거니까 '보급투쟁'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학생과 학부모, 정치인들 모두가 보고 토론하면 좋겠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용산CGV 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괜찮아, 앨리스’(제작 오마이뉴스) VIP시사회에서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 양지혜 감독이 함께 영화를 보고 있다. ‘괜찮아, 앨리스’는 새로운 교육 실험에 나선 '꿈틀리 인생학교'(덴마크의 '에프터스콜레(Efterskole)를 모티브로 삼은 1년짜리 전환 학교)를 중심으로 한 청소년들과 그 부모들이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 이야기를 담은 다큐 영화다. ⓒ 권우성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의 저자인 편성준 작가는 영화 관람 후 페이스북에 소감을 올렸다. "청소년들이 대입 준비 대신 춤이나 악기를 배우고 연극을 만드는 학교가 있다고 하면 미쳤다고 할텐데, 진짜 그런 학교에 다니는 학생과 그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는 부모가 있다. 그런데도 낙오되기는커녕 졸업 후에 자신이 하고 싶은 분야에서 인정받고 살고 있다"면서, 그러한 '꿈틀리인생학교'의 이야기를 담은 <괜찮아, 앨리스>를 꼭 보라고 추천했다. 절대로 후회하지 않을 거라면서.

임그린 작가도 페이스북에 올린 소감을 통해 "학습에만 매진하는 게 아니라 1년 동안 오롯이 나를 들여다 볼 시간을 주는 건 대안학교만이 아니라 공교육에서도 선택의 자유를 보장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내 아이도 (꿈틀리인생학교와 같은) 저런 학교에 보내고 싶었다는 임 작가는 "이런 게 특별한 교육이 아니라 (덴마크 에프터스콜레처럼) 누구나 선택하면 받을 수 있도록 학생과 학부모, 정치인들 모두가 보고 토론했으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괜찮아, 앨리스>를 만든 양지혜 감독은 "30회 정도 시사회를 다니면서 (<괜찮아, 앨리스>) 영화를 본 많은 분들이 이렇게 공감하고 변화를 원하는구나, 라는 걸 체감했다"고 말했다. 이 영화를 제작한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꿈틀리인생학교' 설립자)는 "엔딩 크레디트에 '스페셜 땡스' 명단에 오른 '100개 극장 관객추진단'과 꿈틀리인생학교 교장·교사·학부모님들 덕분에 200여 명의 학생들을 배출할 수 있었고 우리 교육에 새로운 화두를 던질 수 있었다"면서 관객들과 함께 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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