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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이 노랗게 물들겠네... 영주 부석사 가는 길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우리나라 일곱 사찰 중 한 곳

등록|2024.11.11 09:20 수정|2024.11.11 09:24
노심초사 단풍 소식이 들리기를 기다리다가 마침내 영주 부석사로 향했다. 가을이되면 늘 그리움으로 떠오르는 부석사를 오랜만에 찾아가는 마음은 설렘으로 한가득이다. 영주 봉황산 중턱에 자리잡은 부석사는 신라 문무왕 16년(676)에 의상대사가 창건했으며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우리나라 일곱 사찰 중 한 곳이다.

▲ 영주 부석사 일주문. 일주문과 천왕문으로 오르는 길의 은행단풍이 가장 아름답다. ⓒ 김숙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일주문으로 가는 길, 노란 은행잎 단풍이 보이기 시작한다. 부석사에서 은행잎 단풍이 제일 아름다운 곳은 일주문과 천왕문으로 가는 길이다. 온 몸에 노란 물이 들 것 같다.

▲ 일주문을 지나 천왕문으로 가는길. 노란 은행단풍이 무척 아름답다. ⓒ 김숙귀


▲ 천왕문을 지나면 범종루가 있다. 범종루에서 또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무량수전이 있는 안양루에 이른다. ⓒ 김숙귀


천왕문을 지나고 높은 계단을 올라 범종루에 이르면 다시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 무량수전이 있는 안양루에 닿는다. 부석사는 다른 사찰과 달리 산 능선을 따라 거의 일직선으로 가람이 배치되어 있다.

▲ 부석사 무량수전. 경북 안동의 봉정사 극락전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물로 국보 제 18호이다. ⓒ 김숙귀


숨이 차오를 무렵 무량수전 앞마당에 도착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물로 국보 제 18호인 무량수전은 언제봐도 간결하고 단순하면서도 멋스럽고 웅장하다. 현판은 홍건적 침입 때 안동으로 피난왔다가 부석사에 들렀던 고려 공민왕이 썼다고 한다.

가운데가 약간 불룩한 기둥 앞에 잠시 서 본다. '호젓하고 스산스러운 희한한 아름다움'이라고 했던 혜곡 최순우 선생의 글,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서서'가 생각난다. 법당 안에는 국보 제 45호인 소조여래좌상이 모셔져 있다. 건물은 남향인데 동쪽을 바라보고 앉아 계신다.

▲ 무량수전에 모셔놓은 국보 제 45호인 소조여래좌상. 건물은 남향인데 동향으로 모셔져 있다. ⓒ 김숙귀


무량수전 뒤쪽에 선묘각이 있고 그 곁에 부석(浮石)이 떠 있다. 부석사가 아름다운 이유 중의 하나는 선묘낭자의 사랑 이야기 때문이기도 하다. '삼국유사'에 전하는 설화에 의하면, 당나라에서 유학하던 의상대사를 흠모한 선묘가 대사가 귀국할 때 따라와서 줄곧 보호하며 절을 지을 수 있게 도왔다고 한다.

▲ 무량수전 뒤쪽, 선묘각 옆에 있는 떠 있는 부석(浮石), 부석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 김숙귀


도적떼들이 의상대사가 절을 짓는 것을 방해하자 선묘가 바위로 변해 도적떼를 물리친 후 무량수전 뒤에 내려 앉았다고 한다. 선묘각에는 선묘낭자의 모습과 설화의 내용을 그려놓았다. 전해오는 이야기일 뿐이지만 선묘를 떠올리며 부석을 바라보는 마음이 애틋하다.

▲ 무량수전 뒤쪽에 있는 선묘각. 선묘낭자의 모습과 설화의 내용을 그려놓았다. ⓒ 김숙귀


▲ 사랑하는 의상대사의 귀국길을 안전하게 지키는 선묘낭자 ⓒ 김숙귀


무량수전 마당, 안양루 왼쪽에 있는 삼층석탑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가히 절경이다. 부석사 전경이 보이고 그 앞으로 소백산 준령이 넘실댄다. 아직 일몰 시각이 한참이나 남았는데도 사람들은 삼층석탑 주위를 서성인다.

▲ 삼층석탑앞에서 넘실대는 소백산 준령을 바라본다. 여기서 맞는 장엄한 일몰은 부석사 여행의 백미이다. ⓒ 김숙귀


아마도 일몰광경을 보기 위함일 듯하다. 나는 몇 해 전에 보았던 장엄한 해넘이 광경을 떠올리며 아쉬운 발걸음을 옮겼다. 은행잎 단풍이 아름다운 일주문으로 가기 위해서는 박물관이 있는 후문 주차장에 차를 세우지 말고 대형, 또는 소형 주차장을 이용해야 한다.

▲ 뒤돌아 내려오는 길, 부석사 은행단풍은 아름답다는 말로는 부족할 듯하다. ⓒ 김숙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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