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조 재난 국회청문회 청원 무산 ... 싸움은 이제부터
'녹조 재난 사회'에 대한 인식 확산... 사태 악화하면 국회 스스로 나설 것
▲ 낙동강녹조재난대책위원회의 한 활동가가 양산의 한 행사장에서 국민청원 서명운동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 낙동강녹조재단대책위원회
총 24,391명 서명으로 그쳤다. 낙동강 녹조 재난 국회 청문회 국민 청원을 요청하고 서명 운동에 돌입해 지난 한달의 마지막날인 10일 자정까지 서명한 인원 수다. 5만 청원의 49%다. 결국 실패냐 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결코 적지 않은 수다.
국회 국민 청원이라는 것이 휴대폰으로 여러 번의 본인 인증을 거치는 다소 복잡하고 불편한 과정이 있어서 하다가 중도에 포기하는 이들, 특히 기기를 잘 다루지 못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지금의 배는 더 많은 이들이 서명운동에 동참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낙동강 유역의 영남권 환경단체와 시민사회단체가 중심이 되어 결성한 '낙동강녹조재난국민대책위원회'가 발족돼 이번 국회 국민 청원을 이끌게 된 계기는 청원의 이유에 잘 요약되어 있다. 2012년 낙동강 보가 준공된 이후 12년째 심각한 녹조가 되풀이 되는데도 정부는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녹조는 치명적인 독을 포함하고 있다.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이 맹독은 발암 물질로 간과 생식기 그리고 신경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알려져 있다. 그 독이 녹조가 짙어지면 더불어 창궐해 낙동강에 가득해지고 그 물을 정수한 수돗물에서도 녹조 독이 검출되고, 낙동강 물로 농사지은 농작물에서도 검출된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 콧속에서도 녹조 독이 검출된 사실을 알리며 국민청원 동참을 요청하는 포스터 ⓒ 환경운동연합
설상가상 지난해부터는 녹조 독이 공기에서도 검출되고, 올해는 녹조 독 유전자가 사람의 콧속에서 검출되기에 이르렀다. 위험한 상황이란 것이 속속 밝혀졌고 그에 따라 낙동강 녹조는 재난이란 인식이 확산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하지도, 대책을 강구하지도 않고 있어 국민의 대표 기관이 국회가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해줄 것을 요청하게 됐다.
그러나 이번 청원은 결국 미완으로 그쳤다. 필요한 국민 청원 5만 명의 절반 가량인 49%만이 청원에 동참했다. 미완으로 그쳤지만 결코 적지 않은 국민이 이번 청원에 동참했고, 이번 청원으로 낙동강 녹조 사태의 심각성이 더욱 알려지게 되는 계기는 됐다.
이를 바탕으로 더 치열한 운동이 필요하다. 녹조 재난 사회에 대한 인식의 지평이 더 넓혀져야 한다. 아직까지 절대 다수의 국민 특히 낙동강 유역 주민들조차도 녹조의 위험성을 잘 모른다. 이들에게 낙동강 녹조의 심각성과 아울러 녹조 독이 우리에게 치명적 위험을 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더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
아울러 강은 단순히 물을 저장하는 공간이 아니라 무수한 생명이 함께 살아가는 생명의 공간이고 그 자체로 살아있는 생명체란 인식의 지평 또한 넓힐 필요가 있다. 강에는 물고기뿐 아니라 마실 물을 강에서 구하는 야생동물에게 없어서는 안되는 생태 공간으로 그들의 서식처다.
▲ 흐르는 강은 다양한 야생 동식물이 살아가는 공존의 공간이다. 사진은 흐르는 금호강으로 녹조가 전혀 없다. ⓒ 정수근
▲ 강은 인간과 동식물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 정수근
야생동물만이 아니다. 다양한 수생식물부터 곤충이나 양서 파충류 같은 무수한 생명들이 살아가는 거대한 생태계다. 이 거대한 생태계를 일거에 파괴해 버린 것이 4대강 사업이다. 이로 인해 무수한 생명이 죽었고 현재도 죽어나고 있다. 뭇 생명의 죽음이자 강의 죽음이다. 뭇생명과 강의 통곡이다. 녹조는 어쩌면 4대강 사업으로 죽어간 수많은 생명과 죽음 직전의 강이 인간 사회에 보내는 저주인지도 모른다. 인간 사회에 치명적인 독을 퍼트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보내는 이 강력한 신호를 빨리 해독해야 한다.
녹조 재난 사회 종식을 위한 길 ... 이제 시작이다
국회 청문회에서 낙동강을 비롯해 4대강에서 일어나는 녹조 재난 사태를 정확한 진단하고 그 책임을 정부에 묻고자 하였으나 결국 그것이 무산됐다.
그렇지만 끝이 아니다. 녹조 재난 사회는 4대강 보가 유지되는 한 반복될 것이고, 그 위험성은 더 커질 것이며, 재난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은 더 많아질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국회 스스로 이 문제를 들고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번 낙동강 녹조 재난 국회 청문 청원 운동은 비록 미완으로 막을 내리지만 결코 진 싸움이 아니란 점은 분명하다.
가을이 깊어간다. 이 가을 낙동강에서는 아직까지 녹조가 사라지지 않았다. 경남 창녕과 부산에서는 아직까지 조류 경보가 내려져 있다. 안동댐에서는 이 가을에도 '녹조 곤죽'을 만나고 있다. 이 가을까지 이렇게 심각한 녹조가 바로 재난이다.
우리와 우리 아이들의 생명과 안전이 달린 문제다. 녹조 재난 사회의 조기 종식을 꿈꾼다. 그것은 막힌 강이 비로소 흐르게 되는 것이다. 흐르는 강에서는 녹조가 발생하지 않는다. 주변 흐르는 강을 가보면 누구나 확인하게 된다.
▲ 합천창녕보 개방으로 돌아온 낙동강 모래톱 그 위를 백로와 왜가리 같은 새들이 돌아와 먹이사냥을 하고 있다 2022년 1월의 모습이다. ⓒ 정수근
▲ 2022년 1월 합천창녕보를 열자 대구 달성군의 박석진교 아래 모래톱이 나타나고 그 위로 낙동강에 맑은 강물이 흐른다. 낙동강의 오래된 미래다. ⓒ 정수근
문재인 정부 당시 보 개방 모니터링을 위해서 막힌 강을 열었을 때가 있다. 그때 낙동강엔 거대한 모래톱이 나타났고, 녹조 없는 맑은 강이 흘러갔다. 고라니나 독수리, 황새, 백로와 왜가리 같은 새들이 강으로 돌아왔다. 강이 비로소 생기가 돌면서 생명이 약동했다.
낙동강의 '오래된 미래'가 그곳에 있었다, 그렇다. 막힌 낙동강을 열어 흐르게만 해주면 낙동강은 다시 살아난다. 낙동강이 자유롭게 흐르고 그 흐름을 따라 수많은 생명들이 돌아오게 된다.
낙동강의 부활이다. 낙동강이 비로소 건강하게 되고 건강한 낙동강은 우리에게 다시 건강한 물과 그 물로 재배한 건강한 농산물 그리고 맑은 공기를 선사해줄 것이다. 더불어 행복한 공동체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날을 간절히 희망하며 고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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