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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 3회' 도로공사 김세인, 더 성숙해졌다

[여자배구] 10일 GS칼텍스전 교체 출전해 12득점 활약, 도로공사 첫 승 견인

등록|2024.11.12 09:20 수정|2024.11.12 09:20
GS칼텍스 구단은 지난 10일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와의 경기에 앞서 V리그에 한 획을 그은 레전드 미들블로커 정대영의 은퇴식 행사를 진행했다. 사실 정대영은 GS칼텍스(8년)보다 도로공사(9년)에서 활약한 기간이 더 길었다. 하지만 GS칼텍스 구단은 2013-2014 시즌 챔프전 우승의 주역이자 정대영의 마지막 구단으로서 정대영이 가장 오랜 기간 활약했던 도로공사전에 앞서 그녀의 은퇴식을 개최했다.

지난 10월 20일에는 V리그에서 20시즌을 소화했던 한송이가 현역 생활을 마감하는 은퇴식을 가졌다. 도로공사와 GS칼텍스를 거쳐 지난 2017-2018 시즌부터 KGC인삼공사(현 정관장 레드스파크스)에서 활약한 한송이는 V리그에서 유일하게 득점 1위(2007-2008 시즌)와 블로킹 1위(2020-2021 시즌)를 모두 차지했다. 아웃사이드히터와 미들블로커 두 포지션에서 모두 정점에 올랐던 선수라는 뜻이다.

사실 정대영이나 한송이처럼 V리그를 대표하는 스타가 아닌 이상 이적이 잦은 선수는 선수 생활을 마감할 때 구단에서 은퇴식을 해주는 경우가 많지 않다. 많은 선수들이 타의에 의한 이적을 원치 않는 이유다. 하지만 소속팀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던 선수에겐 이적이 또 다른 기회가 되기도 한다. 1년 만에 복귀한 도로공사에서 뜻밖의 기회를 잡고 있는 아웃사이드히터 김세인처럼 말이다.

기구한(?) 이적 스토리 가진 선수들

▲ 김세인은 10개월의 짧았던 대전유학(?)을 마치고 지난 6월 김천으로 복귀했다. ⓒ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현재 V리그에서 가장 많은 이적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선수는 바로 표승주(정관장)다. 2010년 도로공사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해 2010-2011 시즌 신인왕을 수상했던 표승주는 2014년 FA 정대영의 보상선수로 지명 받으면서 GS칼텍스로 이적했다. GS칼텍스에서 여러 포지션을 오가면서 멀티 플레이어로 활약하던 표승주는 2018-2019 시즌이 끝나고 FA자격을 얻어 IBK기업은행 알토스로 이적했다.

표승주는 기업은행 이적 후 주전 아웃사이드히터로 활약하면서 2020도쿄올림픽에 출전해 4강 멤버로 활약하는 등 성공적인 선수생활을 이어갔다. 특히 2022-2023 시즌에는 529득점을 기록하며 김연경(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669점)에 이어 국내 선수 득점 2위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표승주는 지난 4월 기업은행이 FA 이소영을 영입하면서 다시 한 번 보상 선수로 지명돼 정관장 유니폼을 입었다.

7개 구단 최연소(만25세) 주장 유서연(GS칼텍스)의 이적 스토리 또한 만만치 않다. 2016년 흥국생명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유서연은 2017년 4월 김해란 리베로의 보상선수로 인삼공사의 지명을 받았다가 곧바로 오지영 리베로와 트레이드돼 도로공사로 이적했다. 유서연은 도로공사에서 어려울 때마다 투입돼 제 역할을 해주며 '에이유'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2020년5월 GS칼텍스로 트레이드 됐다.

결과적으로 트레이드는 유서연에게 새로운 기회가 됐다. 이적 첫 시즌 쟁쟁한 팀 동료들 덕분에 트레블 멤버가 된 유서연은 2021년 이소영의 이적으로 GS칼텍스의 주전 아웃사이드히터 자리를 차지해 294득점을 기록하면서 데뷔 후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그 후 매 시즌 200득점 이상 기록하며 공수에서 GS칼텍스의 살림꾼으로 활약한 유서연은 이번 시즌엔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1경기 출전에 그치고 있다.

김채원은 방출의 아픔을 극복하고 다시 얻은 기회를 잡아 기업은행의 주전 리베로로 도약했다. 2015년 GS칼텍스에 입단한 김채원은 나혜원과 한다혜(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에 가려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하다가 2021년 팀에서 방출을 당했다. 방출 후 수원시청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던 김채원은 2023년 기업은행에 합류해 신연경(흥국생명)의 부상을 틈 타 주전 리베로 자리를 차지했다.

만21세에 이적만 세 번, 하지만 꺾이지 않았다

▲ 김세인(오른쪽)은 지난 10일 GS칼텍스와의 원정경기에서 깜짝활약으로 도로공사의 시즌 첫 승을 견인했다. ⓒ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김세인은 2003년생으로 V리그에서 신예로 꼽히는 김지원과 오세연(이상 GS칼텍스), 이선우(정관장), 최정민(기업은행) 등보다 한 살 어리다. 하지만 2002년생 선수들 대부분이 아직 프로 입단 후 한 번도 이적을 경험하지 못한 것에 비해 2003년생 김세인은 만 21세의 어린 나이에 벌써 세 번이나 이적을 경험했다. V리그 역사상 김세인처럼 어린 나이에 이렇게 많은 이적을 경험한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202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5순위로 신생구단 페처저축은행에 지명된 김세인은 루키 시즌 리베로와 아웃사이드히터를 오가며 31경기에서 6득점을 올렸다. 시즌이 끝난 후 이고은 세터(흥국생명)의 보상 선수로 지명 받아 도로공사로 팀을 옮긴 김세인은 2022년 컵대회 5경기에서 69득점을 올리면서 MIP를 수상했다. 하지만 V리그 개막 후에는 문정원에 밀리면서 31경기에서 11득점을 올리는 데 그쳤다.

그렇게 도로공사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던 김세인은 작년 8월 트레이드를 통해 다시 정관장으로 이적했다. 정규리그에서 주로 교체로 출전했던 김세인은 흥국생명과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깜짝 선발 출전해 안정된 수비와 함께 9득점을 올리며 정관장의 승리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김세인은 지난 6월 도로공사와 정관장의 2:2 트레이드에 포함되면서 10개월 만에 도로공사로 복귀했다.

도로공사 복귀 후 5경기에서 단 3득점을 올리는 데 그쳤던 김세인은 10일 GS칼텍스와의 경기에서 2세트 중반 전새얀 대신 코트를 밟았다. 김세인은 이날 풀타임을 소화하지 못했음에도 서브득점 1개를 포함해 알토란 같은 12득점을 올리며 도로공사의 시즌 첫 승에 큰 힘을 보탰다. 상대 블로킹을 이용한 영리한 공격은 물론이고 52.94%의 리시브 효율을 기록하며 공수에서 만점 짜리 활약을 선보였다.

유니에스카 로블레스 바티스타를 2경기 만에 퇴출한 도로공사의 김종민 감독은 새 아시아쿼터 영입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도로공사의 아시아쿼터 영입이 늦어진다는 것은 김세인이 자신의 기량을 보여줄 시간이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잦은 이적에도 굴하지 않고 야무진 활약으로 도로공사의 시즌 첫 승을 이끈 김세인은 2라운드에서도 도로공사의 조커로 좋은 활약을 이어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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