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쟁한 단편영화 몰렸다, 특색있는 수상소감은 덤
[현장] 2회 한국단편영화상 시상식 열려... 5개 부문 시상
이상화 감독의 애니메이션 영화 <고라니 아이돌과 나>가 제 2회 한국단편영화상 작품상을 수상했다. 감독상은 장재우 감독의 <소용돌이>, 배우상은 <마이디어>에서 공동 연출로도 참여한 전도희 배우, 기술상은 홍승기 감독 <체화>, 관객상은 심이안 감독의 <빼고>가 각각 선정됐다.
10일 저녁 서울 홍대 'KT&G상상마당 시네마'에서 개최된 시상식은 단편영화 격려의 장이면서 젊은 한국영화 미래 감독 배우를 발굴한다는 의미도 있었다. 국내외 영화제를 통해 관객들에게 한 번씩은 눈도장을 찍은 쟁쟁한 단편영화들이 몰린 탓에 참석자들은 수상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었다.
매년 한국영화아카데미와 한국종합예술학교를 비롯해 주로 대학 영화전공학과를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단편영화는 1500편 이상이다. 각 대학의 졸업작품전 등에서 소개된 이후 국내외 영화제를 통해 관객과의 접촉면을 늘리고 있다. 이날 수상작들 역시 다양한 영화제에서 검증을 받은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다.
작품상을 받은 <고라니 아이돌과 나>는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서울인디애니페스트 상영작이었다. 감독상 <소용돌이>는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으로 서울예대 재학 중인 감독이 연출했다. 배우상 <마이디어>는 2023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재상을 수상했다. 기술상 수상작인 <체화> 역시 올해 원주옥상영화제와 가치봄영화제 등에서 관객들과 만났다. 관객상 수상작인 <빼고>는 한국종합예술학교 졸업 작품으로 올해 서울여성독립영화제 관객상과 광주여성영화제 작품상을 받은 바 있다.
"관객이 오지 않는 시대에 받는 관객상 뜻깊어"
수상자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각각 특색있는 수상 소감으로 감사를 전했다.
첫 수상자로 발표된 관객상 <빼고>는 이날 막을 내린 광주여성영화제에서 '귄 작품상'을 수상하며 같은 날 두 개의 상을 받는 특별한 영광을 안았다. 광주에 있는 감독을 대신해 수상자로 나온 조아영 배우는 "관객 한 분께서 영화가 엄마에게 보내는 러브레터 같다고 말씀해 주셨다"라며 "이번에 한국 단편영화상에서 관객상을 받으면서 편지에 대한 답장을 관객분들한테 받은 것 같아서 정말 감사드리고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인사했다. 이어 감독이 보내온 수상 소감을 읽었다.
심이안 감독은 "극장에 관객이 예전에 비해 많이 오지 않는 시대에 관객상을 받는 것은 더더욱 감사하고 뜻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입시 당시 논술에서 극장에서 관객들끼리 나누는 몰입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관객들이 함께 소리를 내며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영화관이 조금은 변형될지라도 계속 존재할 것이라고 했는데, <빼고>라는 졸업 작품을 통해 관객들의 웃음소리, 훌쩍거리는 소리, 기침 소리를 듣는 경험은 참으로 소중했다"고 인사했다.
배우상을 받은 전도희 배우는 "올해 개인적으로 기쁜 일도 되게 많았고 슬픈 일도 되게 많았기에 오늘까지만 힘들어하자 오늘까지만 슬퍼하자 이렇게 다짐했다"라며 "이 상도 (받았지만) 오늘까지만 기뻐하자 이렇게 다짐할 건데 한동안은 이 삶이 행복할 것 같다"라고 인사했다.
감독상을 수상한 <소용돌이> 장재우 감독을 대리해 나온 프로듀서는 "누구나 갑자기 갑자기 몰려오는 소용돌이를 맞을 때가 많은데 다들 소용돌이를 너무 무서워하지 말고 자기가 선택한 길을 좀 단단하게 걷다 보면 언젠가 소용돌이가 끝나고 모두에게 거창한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며 "다른 분들도 다들 힘차게 살았으면 좋겠다"라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작품상을 받은 <고라니 아이돌과 나>는 해외 일정 중인 감독을 대신해 프로듀서가 대리 수상했다. 그는 "감독님이 MZ(세대)와 인터넷에 대한 사랑을 이 작품에 전부 쏟았다고 했고, 평소에도 어떤 덕후나 학교에서 왕따 당하는 사람들, 성소수자 등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고 했었다"라며 "이 작품 안에 이제 그런 부분을 많이 넣어 속 시원하다는 말을 했다"고 감독의 마음을 전했다.
"어려울 때일수록 단편영화 더 지원해야"
한국단편영화상은 국내 6개 단편영화 배급사가 주축이 된 '한국단편영화배급사네트워크(센트럴파크, 씨앗, ㈜인디스토리, ㈜퍼니콘, ㈜포스트핀, 필름다빈)' 주최로 마련됐다. 2019년 2월부터 활동을 시작한 이후 매년 다양한 기획전을 공동으로 기획하고 있는데, 지난해부터 단편영화상을 별도도 제정했다. 작품상, 감독상, 배우상, 기술상, 관객상 등 5개 부문을 시상한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공개된 단편영화 570여 편 가운데 내부 심사를 통해 부문별 후보작을 선정했다. 관객상의 경우 구글 투표를 통해 관객들이 후보작을 직접 투표(1239표)해 총 7편의 후보작이 정해졌다.
포스트핀 나일선 대표는 "배급사 별로 30~70편 정도의 단편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중에서 후보작을 추렸다"며 "관객상을 제외하고는 배급사들의 심도있는 논의를 (바탕으로) 수상작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나 대표는 "수상작들은 온라인을 통해 별도로 상영될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단편영화는 역량있는 감독들을 발굴해 냈던 국내 대표적인 미장센단편영화제와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등이 사라지면서 주요 국제영화제와 지역의 독립영화제를 중심으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단편영화에 집중하는 영화제들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단편영화상은 한국영화를 이끌어갈 젊은 감독들에게 동기부여 한다는 측면에서 의미 있는 상으로 평가된다.
이날 시상식에서 축사한 공동 주최자 키노라이츠 양준영 대표는 "준비가 힘들었다"며 "영화제 예산 삭감 등으로 어려울 때인데, 이럴수록 단편영화를 더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재호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도 "단편영화에 경외심을 갖고 있다, (단편영화가) 장편영화 전단계가 아닌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라며 "단편 창작자들이 단편만으로 다음 작품을 준비할 수 있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10일 저녁 서울 홍대 'KT&G상상마당 시네마'에서 개최된 시상식은 단편영화 격려의 장이면서 젊은 한국영화 미래 감독 배우를 발굴한다는 의미도 있었다. 국내외 영화제를 통해 관객들에게 한 번씩은 눈도장을 찍은 쟁쟁한 단편영화들이 몰린 탓에 참석자들은 수상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었다.
작품상을 받은 <고라니 아이돌과 나>는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서울인디애니페스트 상영작이었다. 감독상 <소용돌이>는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으로 서울예대 재학 중인 감독이 연출했다. 배우상 <마이디어>는 2023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재상을 수상했다. 기술상 수상작인 <체화> 역시 올해 원주옥상영화제와 가치봄영화제 등에서 관객들과 만났다. 관객상 수상작인 <빼고>는 한국종합예술학교 졸업 작품으로 올해 서울여성독립영화제 관객상과 광주여성영화제 작품상을 받은 바 있다.
"관객이 오지 않는 시대에 받는 관객상 뜻깊어"
▲ 10일 저녁 서울 홍대 KT&G상상마당 시네마에서 열린 2회 한국단편영화상 수상자들 ⓒ 성하훈
수상자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각각 특색있는 수상 소감으로 감사를 전했다.
첫 수상자로 발표된 관객상 <빼고>는 이날 막을 내린 광주여성영화제에서 '귄 작품상'을 수상하며 같은 날 두 개의 상을 받는 특별한 영광을 안았다. 광주에 있는 감독을 대신해 수상자로 나온 조아영 배우는 "관객 한 분께서 영화가 엄마에게 보내는 러브레터 같다고 말씀해 주셨다"라며 "이번에 한국 단편영화상에서 관객상을 받으면서 편지에 대한 답장을 관객분들한테 받은 것 같아서 정말 감사드리고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인사했다. 이어 감독이 보내온 수상 소감을 읽었다.
심이안 감독은 "극장에 관객이 예전에 비해 많이 오지 않는 시대에 관객상을 받는 것은 더더욱 감사하고 뜻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입시 당시 논술에서 극장에서 관객들끼리 나누는 몰입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관객들이 함께 소리를 내며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영화관이 조금은 변형될지라도 계속 존재할 것이라고 했는데, <빼고>라는 졸업 작품을 통해 관객들의 웃음소리, 훌쩍거리는 소리, 기침 소리를 듣는 경험은 참으로 소중했다"고 인사했다.
배우상을 받은 전도희 배우는 "올해 개인적으로 기쁜 일도 되게 많았고 슬픈 일도 되게 많았기에 오늘까지만 힘들어하자 오늘까지만 슬퍼하자 이렇게 다짐했다"라며 "이 상도 (받았지만) 오늘까지만 기뻐하자 이렇게 다짐할 건데 한동안은 이 삶이 행복할 것 같다"라고 인사했다.
감독상을 수상한 <소용돌이> 장재우 감독을 대리해 나온 프로듀서는 "누구나 갑자기 갑자기 몰려오는 소용돌이를 맞을 때가 많은데 다들 소용돌이를 너무 무서워하지 말고 자기가 선택한 길을 좀 단단하게 걷다 보면 언젠가 소용돌이가 끝나고 모두에게 거창한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며 "다른 분들도 다들 힘차게 살았으면 좋겠다"라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작품상을 받은 <고라니 아이돌과 나>는 해외 일정 중인 감독을 대신해 프로듀서가 대리 수상했다. 그는 "감독님이 MZ(세대)와 인터넷에 대한 사랑을 이 작품에 전부 쏟았다고 했고, 평소에도 어떤 덕후나 학교에서 왕따 당하는 사람들, 성소수자 등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고 했었다"라며 "이 작품 안에 이제 그런 부분을 많이 넣어 속 시원하다는 말을 했다"고 감독의 마음을 전했다.
"어려울 때일수록 단편영화 더 지원해야"
▲ 2회 한국단편영화상 축사하는 백재호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 ⓒ 성하훈
한국단편영화상은 국내 6개 단편영화 배급사가 주축이 된 '한국단편영화배급사네트워크(센트럴파크, 씨앗, ㈜인디스토리, ㈜퍼니콘, ㈜포스트핀, 필름다빈)' 주최로 마련됐다. 2019년 2월부터 활동을 시작한 이후 매년 다양한 기획전을 공동으로 기획하고 있는데, 지난해부터 단편영화상을 별도도 제정했다. 작품상, 감독상, 배우상, 기술상, 관객상 등 5개 부문을 시상한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공개된 단편영화 570여 편 가운데 내부 심사를 통해 부문별 후보작을 선정했다. 관객상의 경우 구글 투표를 통해 관객들이 후보작을 직접 투표(1239표)해 총 7편의 후보작이 정해졌다.
포스트핀 나일선 대표는 "배급사 별로 30~70편 정도의 단편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중에서 후보작을 추렸다"며 "관객상을 제외하고는 배급사들의 심도있는 논의를 (바탕으로) 수상작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나 대표는 "수상작들은 온라인을 통해 별도로 상영될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단편영화는 역량있는 감독들을 발굴해 냈던 국내 대표적인 미장센단편영화제와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등이 사라지면서 주요 국제영화제와 지역의 독립영화제를 중심으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단편영화에 집중하는 영화제들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단편영화상은 한국영화를 이끌어갈 젊은 감독들에게 동기부여 한다는 측면에서 의미 있는 상으로 평가된다.
이날 시상식에서 축사한 공동 주최자 키노라이츠 양준영 대표는 "준비가 힘들었다"며 "영화제 예산 삭감 등으로 어려울 때인데, 이럴수록 단편영화를 더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재호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도 "단편영화에 경외심을 갖고 있다, (단편영화가) 장편영화 전단계가 아닌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라며 "단편 창작자들이 단편만으로 다음 작품을 준비할 수 있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 2회 한국단편영화상 수상작 ⓒ 성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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