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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이 된 감독교체, 생존왕 인천의 다이렉트 강등

[주장] 21년 만에 첫 강등 수모... 대대적인 체질개선 필요해

등록|2024.11.11 15:37 수정|2024.11.11 15:37
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가 창단 이후 처음으로 2부 리그 강등이라는 비극을 피하지 못했다. 인천은 11월 10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대전하나시티즌과의 하나은행 K리그1 2024 37라운드 홈 경기에서 1-2로 패배했다.

이로써 인천은 8승 12무 17패(승점 36)를 기록했다. 11위 대구(승점 40)와의 승점차가 4점으로 벌어지면서 최종전 결과에 상관없이 최하위가 확정, 강등이 확정됐다. K리그는 10위와 11위가 승강플레이오프에서 2부리그 팀과 맞대결을 펼쳐 잔류를 가리고, 최하위인 12위는 다이렉트 강등된다.

인천은 2003년 팀 창단 이래 줄곧 1부리그에서만 활동해왔다. 2013년 승강제가 K리그에 도입된 이후에도, 고비마다 뒷심을 발휘하며 결국엔 1부 리그에 살아남았다. 그리고 '생존왕'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승강제 도입 이후 부산 아이파크, 수원 삼성같은 대기업 구단도 강등을 피하지 못한 K리그에서, 지난해까지 시도민 구단 중 강등 경험이 없는 유일한 팀이 인천이었다. 하지만 천하의 인천도 올해는 21년 만에 끝내 첫 강등의 수모를 피하지 못했다.

사실 생존왕이라는 수식어 자체가, 바꿔 말하면 그만큼 만년 하위권을 전전하는 위기 상황을 자주 겪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인천은 창단 이래 최고 성적이 2005년 준우승(2위) 한 차례가 전부였고, 코리아컵(FA컵)까지 범위를 넓혀도 우승 경력이 전무한 무관이다. 정규리그에서는 올시즌을 포함하여 21시즌간 9위 이하의 하위권 성적을 거둔 것만 무려 13번이나 된다.

성적이 나지 않다 보니 감독교체도 잦을 수밖에 없었다. 인천은 21년 간 12명의 감독이 거쳐갔다. 평균 임기가 1년 반에 불과했고, 이중 대부분이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시즌 중도에 경질되었을만큼 '감독들의 무덤'으로 악명을 떨쳤다.

아이러니하게도 강등을 당하기 직전 몇 시즌간은 인천의 짧은 화양연화였다. 인천은 2020년 8월 조성환 감독이 부임한 이후 한때 중흥기를 맞이했다. 조성환 감독은 부임 당시 개막 14경기 무승 행진을 기록하던 인천에 시즌 중도에 지휘봉을 잡아 13경기에서 승점 22점을 쌓으며 꼴찌에서 8위까지 반등시키고 잔류에 성공하는 기적을 연출했다.

이어 2021시즌에는 8위로 강등권을 탈출했고, 2022시즌에는 4위, 2023시즌 5위로 구단 역사상 첫 2년연속 상위스플릿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조 감독은 비록 우승컵과는 인연이 없었지만 인천 역사상 최장수 감독이자 최고의 성적을 낸 감독의 반열에 올랐다. 인천 팬들은 드디어 만년 하위권 이미지를 떨쳐내고 도약의 희망을 찾는 듯했다.

하지만 짧았던 회광반조를 뒤로 하고 2024년의 인천은 다시 추락했다. 이미 지난 시즌부터 지적받았던 중원 장악력 부족과 노장 선수 의존, 유망주 육성의 실패가 한꺼번에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지난 5월에는 FC서울과의 경인 더비에서 일부 홈관중들의 '물병 투척 사태'로 인하여 5경기 홈응원석 폐쇄라는 징계를 받았고 K리그 축구팬들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성적부진에 시달리던 조 감독은 지난 7월 5일 김천 상무전을 끝으로 결국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인천이 새롭게 데려온 최영근 신임 감독은, 2022년까지 인천에서 조 감독을 보좌하는 수석코치로 일한 경력이 있었다. 하지만 코치 경험 외에 1군 정식 감독 경력은 전무한 인물이었다.

조성환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을 동안 인천은 4승 9무8패로 9위였다. 하지만 이후 변재섭 감독 대행(1승1무2패)을 거쳐 최영근 감독 체제에서 인천은 3승 1무 7패에 그치며 역주행했다. 조 감독 사퇴 당시 그나마 9위로 잔류권이었던 순위는 최하위로 더 추락하고 말았다. 감독교체가 오히려 더 큰 재앙을 불러온 악수가 된 셈이었다.

물론 감독만이 인천이 안고있는 문제의 전부는 아니다. 인천은 지난해 연봉총액으로 약 119억원을 지출했다. 이는 K리그 시도민구단 중에서는 유일하게 100억원대를 넘긴 압도적인 1위 기록이며, 기업구단을 포함한 K리그 전체에서도 5위에 해당할만큼 결코 적지않은 규모였다.

하지만 겉보기에 선수단의 몸값만 높아졌을뿐 효율성은 떨어졌다. 고액 연봉자가 늘어난데 비하여 경기력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를 동시에 소화하는 시즌에도 불구하고 선수영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며 가용 자원 부족에 시달렸다.

더구나 올시즌에는 리그 36경기에서 고작 35골로 K리그1 팀득점 최하위에 그치며 무고사(15골)에게만 의존하는 답답하는 흐름이 반복되는데도, 여름 이적시장 끝까지 이렇다 할 전력보강이 없었다.

인천 구단주인 유정복 인천시장은 구단의 2부 강등이 확정되자 SNS를 통하여 인천 축구팬들에게 뒤늦게 사과문을 발표했다. 유 시장은 "인천 유나이티드의 구단주로서 이번 강등에 대한 책임을 느끼고 송구스러운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구단 운영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구조적 변화를 통해 새로운 기반을 다지겠다.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새로운 출발과 미래에 시민 여러분께서 따뜻한 격려와 지지를 부탁드린다"라고 말하며 빠른 1부리그 복귀를 기약했다.

하지만 2부리그에서 다시 올라오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K리그의 거함으로 꼽히던 수원 삼성은 지난 시즌 충격의 창단 첫 2부 강등을 당한 이후, 올시즌 K리그2에서도 6위에 그치며 승격에 실패했다. K리그1 우승 경험이 있는 또다른 시도민구단 성남은 올시즌 K리그 2에서 최하위에 그쳤다. 인천이 빠른 시간 안에 다시 1부리그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팀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성찰과 대대적인 체질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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