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들이 가슴에 새겼으면 하는 세 글자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모든 수험생들을 응원하며
14일은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날이다. 이날은 수험생과 학부모는 물론 온 나라가 수능 시험이 무사히 치러지길 바라며 숨죽이는 하루를 보낸다. 대학 입시에서 수능 시험이 차지하는 비중이 과거에 비해 줄어들기는 했으나 여전히 주요 대학과 학과에서는 중요한 입시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수시모집에서는 최저 학력 기준으로 적용되고, 정시모집에서는 수능 위주 전형으로 선발하는 인원이 많아 수능 시험의 위력은 변함없이 대단하다. 수능 시험은 우리 사회에서 12년이라는 정규 학교 교육의 대미를 장식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수험생이나 학부모에게는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실패는 전화위복의 계기
그런데 매년 수능 시험이 끝나면 많은 수험생들은 홀가분하면서도 마음껏 실력을 발휘하지 못해 아쉬워한다. 교직에서 은퇴하기 전, 고3 담임 때 수능 다음 날의 교실 분위기는 대체로 어수선하면서 무거웠다. 학교에서는 대입 지도를 위해 수능 가채점 결과를 확인하는데, 표정이 어두운 아이들을 보면 뭐라고 위로해야 할지 안타까웠던 적이 많았다.
그동안 학업에 쏟은 노력과 열정이 좋은 결실을 거두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하면 속상하고 괴로울 것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현행 대입 제도 하에서 수능 시험의 표준점수와 등급으로 줄 세우기가 계속되는 한, 이런 우울한 풍경은 매년 되풀이 될 것이다.
몇 년 전에 고3 담임 때의 일이다. 당시 우리 반에서 내신 등급이나 모의고사 성적이 제일 나았던 학생이 수능 다음 날, 가채점 결과를 적어내지 않아 몹시 걱정스러웠던 적이 있었다. 점수를 적어내지 않은 것은 대수롭지 않았으나 그 아이의 어두운 모습이 염려되었다.
며칠 후 조용히 불러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컨디션 난조로 시험을 거의 포기하다시피 했다는 말에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었다. 고득점에 대한 부담감과 압박감에 평정심을 잃고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한 것 같았다. 누구보다 속이 상하는 것은 수험생 본인이라 어떻게든 마음의 안정을 찾도록 다독여야만 했다.
수능 결과가 발표되던 날, 그 아이가 말한 대로 그 학생의 수능 성적은 좋지 않았다. 결국 최저학력 등급을 맞추지 못해 수시모집 대학에 모두 불합격하고, 정시모집에도 지원하지 않아서 그해에 대학 진학을 하지 못했다. 주변의 친구들이나 선생님들이 걱정을 많이 하며 위로와 격려를 했는데, 다행히 시간이 지나면서 침울하던 아이의 표정이 밝아졌다.
졸업을 하고 재수를 한 그 아이는 또 실패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열심히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듬해 수능에서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어 무난하게 원하는 대학의 학과에 진학했다. 한 번의 실패가 오히려 큰 경험이 되었으며, 전화위복의 계기가 된 것으로 여겨진다.
대학을 그만두고 행복을 찾아가는 제자
얼마 전 거실에서 TV를 보다가 무심코 다른 방송으로 채널을 돌렸는데, 낯익은 얼굴이 보여 '쟤가 어떻게 저기에 나오지?' 하는 생각이 들어 많이 놀랐다. 몇 년 전에 지상파 방송에서 방영한 프로그램이었는데, 그 채널에서 재방영하고 있었다.
지상파에서 방송할 당시에는 보지 못했던 내용이라 유심히 지켜봤다. 거기에 출연한 청년은 내가 담임을 한 것은 아니지만 잘 알고 있던 제자였다. 그는 고교 재학 시절에 여러 방면에서 활발하게 학교생활을 하여, 대입 수시모집에서 이른바 서울의 상위권 명문대학에 합격했다.
그 제자가 졸업한 이후, 유튜브 활동을 왕성하게 하여 구독자가 100만, 200만이 넘었고, 방송에도 출연했다는 이야기를 간간이 듣기는 했다. 유튜브를 즐겨보는 아이들 사이에서는 유명인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 제자가 다니던 대학을 스스로 자퇴했다는 소식을 듣고, 처음에는 다소 의아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가고 싶어하는 '인서울' 그것도 상위권 명문대학을 휴학도 아니고, 자퇴를 했다니 쉽게 납득이 되지 않았다. 이후에 그가 학교에 찾아와 직접 물어보지는 않았으나 자기가 하는 일에 열중하느라 무척 바쁘다고 하였다. 대학생활과 유튜브 콘텐츠 창작 활동을 병행하기가 어려워서 내린 결정으로 짐작이 갔다.
제자가 출연한 다큐 방송을 보니, 그와 그의 가족이 얼마나 열심히 재미나게 살고 있는지 알 수가 있었다. 그가 유튜브 콘텐츠 창작 장비와 시설을 갖추고 일에 매진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이 일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지만, 지금은 즐겁고 행복하게 일하고 있다'는 제자의 말에서, 자신의 일에 집중하고자 대학을 그만둔 것이라는 확신이 더욱 들었다.
제자는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들까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영상물을 올리고 있었다. 특히 제자의 할머니는 손자가 컴퓨터로 놀고 있는 줄 알았는데, 일을 하고 있었다며 대견스러워했다. 할머니도 이웃 할머니들과 함께 직접 영상물에 등장하고, 자신의 영상물에 달린 구독자들의 댓글에 일일이 답글을 달아주며 즐거워했다.
현재 제자의 유튜브 채널에는 구독자들이 300만 명이 넘는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행복해하는 제자가 자랑스럽다.
'중꺾마'를 가슴에 새겼으면
수능이나 대학 진학은 인생이라는 긴 여정에서 보면, 지나가는 하나의 과정이다. 수능을 한 번 잘못 봤다고 하여 지나치게 의기소침해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
수능에 미련이 남으면 다시 학업에 정진하여 재도전하면 된다.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데 굳이 대학에 갈 필요성을 느끼지 않으면 대학이 아니라 다른 길을 가도 된다. 인생길을 가다 보면 넘어지거나 쓰러지기도 한다. 그때마다 다시 일어서는 의지와 패기가 있어야 진정한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 된다.
고3을 비롯한 수험생들은 '중꺾마' 이 세 글자를 가슴에 새겼으면 한다.
수시모집에서는 최저 학력 기준으로 적용되고, 정시모집에서는 수능 위주 전형으로 선발하는 인원이 많아 수능 시험의 위력은 변함없이 대단하다. 수능 시험은 우리 사회에서 12년이라는 정규 학교 교육의 대미를 장식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수험생이나 학부모에게는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 배재만 기자 =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사흘 앞둔 11일 오전 세종시 한 인쇄공장에서 인수책임자와 관계자들이 수능 문제지와 답안지를 무진동 특수차량으로 옮기고 있다. 2024.11.11 [공동취재] ⓒ 연합뉴스
그런데 매년 수능 시험이 끝나면 많은 수험생들은 홀가분하면서도 마음껏 실력을 발휘하지 못해 아쉬워한다. 교직에서 은퇴하기 전, 고3 담임 때 수능 다음 날의 교실 분위기는 대체로 어수선하면서 무거웠다. 학교에서는 대입 지도를 위해 수능 가채점 결과를 확인하는데, 표정이 어두운 아이들을 보면 뭐라고 위로해야 할지 안타까웠던 적이 많았다.
그동안 학업에 쏟은 노력과 열정이 좋은 결실을 거두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하면 속상하고 괴로울 것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현행 대입 제도 하에서 수능 시험의 표준점수와 등급으로 줄 세우기가 계속되는 한, 이런 우울한 풍경은 매년 되풀이 될 것이다.
몇 년 전에 고3 담임 때의 일이다. 당시 우리 반에서 내신 등급이나 모의고사 성적이 제일 나았던 학생이 수능 다음 날, 가채점 결과를 적어내지 않아 몹시 걱정스러웠던 적이 있었다. 점수를 적어내지 않은 것은 대수롭지 않았으나 그 아이의 어두운 모습이 염려되었다.
며칠 후 조용히 불러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컨디션 난조로 시험을 거의 포기하다시피 했다는 말에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었다. 고득점에 대한 부담감과 압박감에 평정심을 잃고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한 것 같았다. 누구보다 속이 상하는 것은 수험생 본인이라 어떻게든 마음의 안정을 찾도록 다독여야만 했다.
수능 결과가 발표되던 날, 그 아이가 말한 대로 그 학생의 수능 성적은 좋지 않았다. 결국 최저학력 등급을 맞추지 못해 수시모집 대학에 모두 불합격하고, 정시모집에도 지원하지 않아서 그해에 대학 진학을 하지 못했다. 주변의 친구들이나 선생님들이 걱정을 많이 하며 위로와 격려를 했는데, 다행히 시간이 지나면서 침울하던 아이의 표정이 밝아졌다.
졸업을 하고 재수를 한 그 아이는 또 실패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열심히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듬해 수능에서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어 무난하게 원하는 대학의 학과에 진학했다. 한 번의 실패가 오히려 큰 경험이 되었으며, 전화위복의 계기가 된 것으로 여겨진다.
대학을 그만두고 행복을 찾아가는 제자
얼마 전 거실에서 TV를 보다가 무심코 다른 방송으로 채널을 돌렸는데, 낯익은 얼굴이 보여 '쟤가 어떻게 저기에 나오지?' 하는 생각이 들어 많이 놀랐다. 몇 년 전에 지상파 방송에서 방영한 프로그램이었는데, 그 채널에서 재방영하고 있었다.
지상파에서 방송할 당시에는 보지 못했던 내용이라 유심히 지켜봤다. 거기에 출연한 청년은 내가 담임을 한 것은 아니지만 잘 알고 있던 제자였다. 그는 고교 재학 시절에 여러 방면에서 활발하게 학교생활을 하여, 대입 수시모집에서 이른바 서울의 상위권 명문대학에 합격했다.
그 제자가 졸업한 이후, 유튜브 활동을 왕성하게 하여 구독자가 100만, 200만이 넘었고, 방송에도 출연했다는 이야기를 간간이 듣기는 했다. 유튜브를 즐겨보는 아이들 사이에서는 유명인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 제자가 다니던 대학을 스스로 자퇴했다는 소식을 듣고, 처음에는 다소 의아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가고 싶어하는 '인서울' 그것도 상위권 명문대학을 휴학도 아니고, 자퇴를 했다니 쉽게 납득이 되지 않았다. 이후에 그가 학교에 찾아와 직접 물어보지는 않았으나 자기가 하는 일에 열중하느라 무척 바쁘다고 하였다. 대학생활과 유튜브 콘텐츠 창작 활동을 병행하기가 어려워서 내린 결정으로 짐작이 갔다.
제자가 출연한 다큐 방송을 보니, 그와 그의 가족이 얼마나 열심히 재미나게 살고 있는지 알 수가 있었다. 그가 유튜브 콘텐츠 창작 장비와 시설을 갖추고 일에 매진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이 일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지만, 지금은 즐겁고 행복하게 일하고 있다'는 제자의 말에서, 자신의 일에 집중하고자 대학을 그만둔 것이라는 확신이 더욱 들었다.
제자는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들까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영상물을 올리고 있었다. 특히 제자의 할머니는 손자가 컴퓨터로 놀고 있는 줄 알았는데, 일을 하고 있었다며 대견스러워했다. 할머니도 이웃 할머니들과 함께 직접 영상물에 등장하고, 자신의 영상물에 달린 구독자들의 댓글에 일일이 답글을 달아주며 즐거워했다.
현재 제자의 유튜브 채널에는 구독자들이 300만 명이 넘는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행복해하는 제자가 자랑스럽다.
'중꺾마'를 가슴에 새겼으면
수능이나 대학 진학은 인생이라는 긴 여정에서 보면, 지나가는 하나의 과정이다. 수능을 한 번 잘못 봤다고 하여 지나치게 의기소침해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
수능에 미련이 남으면 다시 학업에 정진하여 재도전하면 된다.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데 굳이 대학에 갈 필요성을 느끼지 않으면 대학이 아니라 다른 길을 가도 된다. 인생길을 가다 보면 넘어지거나 쓰러지기도 한다. 그때마다 다시 일어서는 의지와 패기가 있어야 진정한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 된다.
고3을 비롯한 수험생들은 '중꺾마' 이 세 글자를 가슴에 새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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