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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점대 득점에 20-30점차 경기, 프로농구 왜 이럴까

[주장] 2024-25시즌 프로농구, 극심한 빈공과 전력 양극화 현상 뚜렷

등록|2024.11.11 17:01 수정|2024.11.11 17:01
2024-25시즌 프로농구가 시즌 초반이지만 극심한 빈공과 전력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다득점과 빠른 공수전환을 트레이드 마크로 하는 농구의 매력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다.

KBL 인기 중흥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던 지난 2023-24시즌, 프로농구 10개구단의 평균 득점은 83.5점이었다. 올시즌에는 1라운드 46경기를 마친 현재 76.4점에 그치며 평균 7.1점이나 크게 하락했다.

프로농구 평균득점이 80점대 이하로 하락한 것은,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시즌을 완주하지 못한 2019-20시즌 이후 약 5시즌만이다. 80점대 이상의 평균 득점을 기록하고 있는 팀은 서울 SK(83.3점), 대구 한국가스공사(83.1점), 울산 현대모비스(80.3점) 세 팀 뿐이다.

빈공에 시달리거나 점수차가 크게 벌어지는 경기들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 주말인 9일과 10일간 열린 프로농구 6경기 중 50점대 팀득점을 기록한 경기가 무려 4번이나 쏟아져 나왔다.

최근 6연패에 허덕이고 있는 창원 LG는 9일 수원 KT(59-65)전과 10일 원주 DB(51-73)에 이틀 연속 50점대 빈공에 그쳤다. 부산 KCC는 9일 서울 SK에 36점차(57-93), 서울 삼성은 안양 정관장에 43점차(59-102)로 각각 대패했다.

개막 10월까지만 해도 50점대 팀득점을 기록한 경기는 단 한번도 나오지 않았다. 11월에 들어서만 벌써 5번이다. 야투율은 모두 3할대, 3점슛은 2할대 이하를 밑돌기 일쑤였다. 빈곤한 득점력에 일찍 점수차가 벌어지는 경기가 속출하면서, 박진감넘치는 경기를 기대했던 팬들로서는 다소 맥이 빠질 수밖에 없다.

시즌 초반 프로농구 득점력 하락의 주된 원인은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과 달라진 파울콜의 영향이 크다는 평가다. 각 구단들은 1라운드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인하여 정상적인 전력을 제대로 가동하지 못한 팀이 많았다.

창원 LG는 아셈 마레이, 전성현, 두경민 등 주요 득점원들이 번갈아 부상에 시달리며 평균 71.8점(9위)을 득점하는데 그쳤다. 삼성(73.2점, 8위)도 십자인대부상으로 개막 전부터 이탈한 가드 이대성의 공백이 뼈아프다. 지난 시즌 팀득점 1위를 기록했던 DB(70.8점,10위)는 올시즌 팀을 떠난 디드릭 로슨의 공백을 메워야할 새 외국인 선수 오누아쿠와, 아시아쿼터 이선 알바노의 동반부진으로 인하여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지난 시즌 우승팀 KCC는 송교창, 최준용 등 우승주역들이 모두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외국인 선수 디온테 버튼의 활약에 따라 경기력이 극과 극을 달리는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개막 4연승을 달리며 다크호스로 부상하는듯했던 고양 소노 역시 국가대표 가드 이정현의 무릎부상으로 주춤하며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반면 에이스 자밀 워니가 건재하고 속공 1위라는 강력한 무기를 갖춘 SK, 경기당 평균 11.7개의 3점슛을 자랑하는 양궁부대 한국가스공사 정도만이 그나마 득점력에 대한 부담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올시즌 KBL에서 강화된 '하드콜' 역시 공격수들에게는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주말 백투백에 이틀 단위로 연전이 이어지는 빡빡한 일정으로 선수들에게 체력적인 부담이 크다.

한편으로 하드콜은 수비력이 뛰어난 팀들에게는 더 유리해진 측면도 있다. 현재 7승 2패로 리그 공동선두를 달리고 있는 가스공사(67.3점)가 SK(72.7점)은 수비력에서도 1,2위를 다투고 있다. 두 팀 모두 선수구성상 압박과 스피드에 강점이 있고, 정성우나 오재현처럼 상대 볼핸들러를 끊임없이 괴롭힐수 있는 전문 수비스페셜리스트를 보유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두 팀은 적극적인 수비로 상대의 볼을 가로채거나 실책을 유도하는 플레이를 펼친다. 이제 어지간한 몸싸움에는 파울이 불리지 않는 기조로 인하여, 일대일에 강점이 있는 상대 선수들도 끊임없는 압박과 더블팀으로 쉬운 득점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분위기가 됐다. 예전처럼 플라핑으로 상대의 파울이나 자유투를 끌어내는 것도 쉽지않다.

하드콜에 아직 익숙하지 못한 몇몇 에이스급 득점원들은 판정 기준에 불만을 토로하는 장면도 나오고 있지만 앞으로 시간이 흐르면서 차츰 적응해 나간다면 상황은 또 바뀔 수도 있다. 실제로 SK 자밀 워니, 삼성 코피 코번, 가스공사 앤드류 니콜슨 등 하드콜의 영향과 상관없이 꾸준히 자기 활약을 다해주고 있는 선수들도 적지 않다.

물론 팀마다 부상과 조직력 문제 등, 각자 크고 작은 사정들이 있다. 하지만 명색이 40분 정규시간동안 100번 이상의 공수 포제션을 오가는 프로농구 경기에서, 팀득점이 겨우 50점을 넘기는 것도 허덕이고 20-30점차가 속출하는 맥빠진 경기가 계속된다는 것은, 확실히 문제가 있다.

지난 시즌 프로농구가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이른바 '속도와의 전쟁'을 통하여 빠른 템포의 다득점 공격농구가 활성화된 덕분이었다. 과연 2라운드에서는 각 팀들이 달라진 진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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