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사안인데... 학폭처리 '즉시 신고의무' 미작동 정황
충주 초등생 집단 성추행 사건, 신고·통보 과정 살펴보니... 조치 없이 흘려보낸 '20일'
▲ ⓒ 충북인뉴스
충주시 관내 운동부 소속 초·중·고등학생 5명이 동성 초등생 후배에 집단 성추행 가한 사건이 발생했지만, 성폭력 신고 과정에서 '학교폭력 매뉴얼' 중 즉시 신고 의무가 지켜지지 않은 정황이 파악됐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20조(학교폭력의 신고의무)에 따르면 학교폭력 현장을 보거나 그 사실을 알게된 자는 학교 등 관계기관에 즉시 신고하도록 돼 있다. 교육부의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도 수사기관(112, 117) 즉시 신고를 의무로 규정해놨다. 가이드북은 성범죄 신고의무에 대해 "피해학생 측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반드시 신고"라고 설명했다.
성폭력 피해를 주장하는 피해 아동의 학부모 A씨에 따르면 성폭력 사실은 지난 9월께 인지됐다. 피해아동 학부모 측은 10월 1일 운동부 지도자(코치) C씨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다. 충북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도자 C씨는 충주시 관내의 한 초등학교 소속으로 '무기계약직' 신분이다. 그는 피해아동을 포함해 충주시 관내 초‧중‧고 소속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었다.
그런데 피해 사실을 통보받은 C씨는 수사기관에 즉시 신고하지 않았고, 학교에 통보하지 않았다. C씨는 피해아동 학부모 A씨 측이 '학교폭력 접수를 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해 신고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C씨는 "신고 의무가 있는 만큼 신고하려고 했지만 '(피해아동 학부모 측이) 가해자 측과 대화를 하고 있으니 유보해달라'고 했다"라며 "10월 20일 A씨가 학폭 신고와 경찰 고소를 했다고 해서 하루이틀 뒤에 학교에 학교폭력 신고를 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피해아동 학부모 A씨의 설명은 조금 다르다. A씨는 "10월 9일 코치에게 학폭 신고를 유보해달라는 입장을 건넸다"라며 "그 이전엔 그런 요청을 한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 지난 10월 9일 피해아동 학부모 A씨가 운동부 지도자(코치) C씨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사진제공=피해아동 부모). ⓒ 충북인뉴스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지만, 10월 1일 피해아동 측이 지도자에게 피해 사실을 알린 뒤부터 피해아동 학부모 A씨가 코치 C씨에게 문자를 보낸 9일 사이에 공백이 존재한다.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 상 '즉시 신고 의무'가 작동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C씨가 학교에 성폭력 사안을 통보한 시점은 결과적으로 피해 사실 인지로부터 약 20일 뒤였다.
20여 일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학교와 교육청은 학교폭력 사안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 사이 피해아동은 치료와 치유를 위한 공적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했다.
즉시 신고 의무가 지켜지지 않은 점과 관련해 충북도교육청은 <충북인뉴스>에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으므로 이와 관련한 구체적 내용을 언급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관련 기사]
충주서 초등생 집단성추행 신고... "충격으로 정신과 치료중" https://omn.kr/2awm7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