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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싫어하는 사람도 반하는 정약용 도서관

매트 깔린 유아자료실부터 질높은 큐레이션까지... "멋있다" 감탄하는 이용자들

등록|2024.11.12 16:24 수정|2024.11.13 21:34
독서의 계절이지만, 독서는 어렵다. 마음에 드는 책을 고르고, SNS와 미디어의 유혹을 이겨내고 책 읽는 시간을 내야 한다. 이런 고난을 이겨내고 책을 읽기 시작해도 오래도록 집중하기 쉽지 않다. '숏폼'과 같은 자극적이고 짧은 영상에 익숙해져 긴 글을 읽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 되어버렸다.

늘 숙제처럼 따라다니는 독서. 책과 가까이하고 싶은 마음과 다르게 지금도 숌폿을 시청하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장소가 있다. 바로 경기 남양주에 있는 정약용도서관이다.

9월에 있었던 독서의 달 도서관 축제 홍보를 통해 정약용도서관을 알게 되었다(당시 접수마감이 되어 행사에는 아쉽게도 참여하지 못했다). 나중에 보니 방문객들이 올린 정약용도서관의 메인홀이 웅장하고 매력적이었다. 가을이 다 가기 전 들러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청명한 가을 하늘, 길에는 바스락거리는 낙엽들이 수북이 쌓이고 있는 요즘. 며칠 전 방문한 정약용도서관의 정원은 가을의 날씨와 퍽 어울리는 곳이었다.

도서관 정원은 시민 누구나 편히 쉬어갈 수 있고, 문화 행사를 하기에도 충분한 곳이다. 너른 잔디와 곳곳에 심어진 나무들, 넉넉하게 배치된 벤치, 그리고 가운데로 흐르는 작은 시내는 문화 공간이자 쉼의 공간이 돼 준다.

▲ 정약용도서관 ⓒ 서희연


도서관 이름에 걸맞게 도서관 정원엔 정약용 선생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이 동상은 생가와 유택이 있는 정약용 유적지에 있던 것을 2020년 정약용 도서관을 개관하며 옮겨 모셨다고 한다. 아마 도서관 이용객들이 정약용 선생의 정신을 기리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지 않았을까.

도서관 입구에 들어서니 사진으로 본 웅장 광경이 펼쳐졌다. 높은 층고와 조명, 사방을 책으로 채운 정약용도서관의 로비는 으리으리했다.

내 앞에 들어가신 아주머니 세 분도 나와 같은 마음인 듯했다.

"여기 너무 좋다. 사실 나 책 읽는 거 별로 안 좋아하는데, 여기 오면 책 읽고 싶어질 거 같아."
"정말 그럴 거 같네."
"그러게. 진짜 멋있다."

이 대화를 관장님과 사서 선생님 그리고 도서관을 설계하신 분들이 들으면 얼마나 기뻐하셨을까.

이들의 대화를 들으며 '저도 그래요'라고 마음속으로 대답했다.

▲ 정약용도서관 로비 ⓒ 서희연


웅장한 로비 옆에 어린이자료실이 있다. 좌석이 다양한 형태로 구비되어 있어 아이들이 원하는 좌석에 앉아 책을 읽으며 책과 친숙해질 수 있는 환경이다.

유아자료실은 걷지 못하거나 걸음마를 하는 정도의 유아를 위해 매트가 깔려 있고 헝겊 책도 준비되어 있다. 안쪽엔 수유실이 있어 아기를 데려와 엄마들이 부담 없이 아기들과 책을 즐길 수 있는 장소다.

교과서와 연계된 책이 학년 별로 큐레이션 전시되어 있었다. 초등생 엄마들의 수고를 덜어주는 센스도 엿보였다.

어린이 자료실 옆엔 지역에서 활동하는 착한 기업들이 한 뼘 더 성장하는 것을 지원하는 공간인 <스토어 한 뼘>이 있다.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 사회적 경제기업의 홍보와 함께 더불어 사는 것을 희망하는 창업 팀들의 제품과 서비스를 만나볼 수 있는 곳이다.

평일엔 전시, 판매를 하고 주말에 업사이클링 제품 만들기, 전문 코칭 프로그램 운영한다.

어린이 자료실 맞은편에 있는 베이커리 카페는 공공기관 내부에 있는 카페지만 매장도 넓고 음료와 빵 메뉴가 다양했다. 책을 읽다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카페인 충전을 위해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될 만큼 다양한 메뉴를 구비하고 있다.

2,3층을 올라가는 계단이 1층과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층층마다 잡지, 지역작가 등 테마가 있는 공간이 있다.

2층과 3층은 다른 도서관과 마찬가지로 많은 책들이 구비 되어 책을 보고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넓은 공간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개방감이 느껴졌다.

▲ 정약용자료실 ⓒ 서희연


2층 한편에 목민심서, 경세유표, 흠흠심서 등 정약용 선생의 저서를 모아둔 전용 자료실이 있다. 정약용 선생의 삶과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작은 전시 공간인 '정약용 자료실'이다.

정약용 선생의 책만 모아 잘 정돈되어 있다. 같은 제목으로 다른 출판사에서 낸 정약용선생의 도서들이 모아져 있어 비교해 보는 재미도 있다.

정약용도서관은 책을 읽기만 하는 도서관뿐만 아니라 복합문화공간으로의 기능을 하는 혁신적 개방형 도서관이다. 책 읽기를 좋아하지 않아도 머무르고 싶은 장소, 정약용 도서관에 한 번 들러보길 권한다.

-주소 : 경기도 남양주시 다산중앙로 82번안길 138(다산동)
-이용시간 : 평일 09:00 ~ 22:00
주말 및 공휴일 09:00~ 18:00
정기휴관 첫째, 셋째 주 금요일
-주차 : 가능(1시간 무료, 10분당 200원, 일 최대 5천원)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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