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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를 향해 달리지 않는 학생들, 참 부러웠다

[리뷰] 다큐 <괜찮아, 앨리스>

등록|2024.11.12 12:10 수정|2024.11.12 12:10
지난 10월 25일, 시민기자와 함께하는 <괜찮아, 앨리스>(감독 양지혜) 연남CGV 특별시사회에 다녀왔다. 오마이뉴스가 제작한 이 영화의 주인공은 '꿈틀리인생학교'와 그곳의 학생, 선생님들이다. 학교는 덴마크의 '에프터스콜레(Efterskole)'를 모티브로 삼았고, 학생들은 이곳에서 1년간 생활하며 자신의 진로를 탐색한다.

부러웠다. 저런 1년이 포함된 인생이라니. 그리고 용기에 감탄했다. 남들이 입시를 향해 쉬지 않고 달려갈 때, 잠시 멈춰 쉬었다 갈 수 있다니. 잘하지 않아도, 혹은 다른 길로 가도 괜찮다고 생각하다니. 그것은 분명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새로운 길을 내는 것은, 이미 있는 길을 따라가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참 부러운 용기다.

나는 혁신학교를 졸업했다. 그러나 초등학교 6학년 1년밖에 다니지 않아 그 가치에 대해 직접 많은 걸 경험하진 못했다. 대신 교육언론 '창'에서 <혁신학교 청년 졸업생> 인터뷰 시리즈를 연재하며 여러 졸업생을 만나고 있다. 이들의 모습은 꿈틀리인생학교 학생들의 모습과 비슷했다.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정확히 알고, 가고자 하는 길을 가는데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을 사랑했다.

유시민 작가는 한 강연에서 "진짜 인생의 의미는 스스로 선택하고, 설계하고, 결정한 삶을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삶이야말로 최선을 다한 삶, 주체적인 삶, 성공한 삶이라는 것이다. 혁신학교, 꿈틀리인생학교 학생들이 사는 삶이 그것과 가깝다. 입시 위주 교육에서는 얻기 힘든 배움이다. 특히 한국의 공교육과 사교육을 거치며 그렇게 삶을 사는 법을 배운 이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은둔형 외톨이 청년 50만 명 시대, 이제는 바꾸자

▲ 다큐멘터리 <괜찮아, 앨리스> 스틸컷 ⓒ 미디어나무(주)


꿈틀리인생학교 이사장이기도 한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는 영화 상영 후 진행된 대화에서 우리나라 은둔형 외톨이 청년이 50만 명에 달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일등주의 교육, 경쟁지상주의 교육이 낳은 비극이다.

약 4명 중 3명인 75%의 학생들을 '지잡대생'이라며 깎아내린 사회의 당연한 결말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시험을 못 보면, 수능을 못 보면 괜찮지 않은 사회다. 잘 본 학생들의 노력과 그에 따른 보상을 폄훼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4명 중 1명만 괜찮을 수 있는 사회라면, 그 사회는 행복할 수도 지속될 수도 없다. 그 결과를 우리는 지금 행복도, 자살률, 출생률 등을 통해 보고 있는 거다.

그래서 혁신교육을 경험한, 꿈틀리인생학교를 졸업한 우리가 현 체제를 바꾸고 새로운 시대를 만드는 첫 물결이 됐으면 한다. 지금 우리는 분명 비주류다. 그러나 우리가 계속 나아간다면, 우리는 가려고 하는 곳까지 가지 못하더라도 그다음 파도가, 또 다음 파도가 그곳에 데려다 줄 수 있을거다.

그래서 나는 우리가 정말 괜찮았으면, 그리고 꼭 성공했으면 좋겠다. 여기서 성공이란 많은 돈이나 명예나 권력을 갖는 것이 아닌, 내 인생을 스스로 설계하며 나의 존엄과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거다. 내가 존엄하고 가치 있는 만큼, 다른 사람 역시 똑같이 그렇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되는 거다. 이런 사례가 많아진다면 사회는 분명 바뀔 수 있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함께 가면 길이 된다.

수시 모집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을 시점이다. 6년 전 이맘때, 수시 모집에서 떨어지고 하늘이 무너진 듯 속상해하던 친구의 얼굴을 잊을 수 없다. 매일 같이 놀던 친구였는데, 그에게 그런 표정이 있는 줄 그날 처음 알았다. 나는 합격했지만, 그 친구 옆에서는 차마 좋은 티를 낼 수 없었다.

이제 개봉 하루 전이다. 내일 13일 영화가 개봉하고, 모레 14일은 수능일이다. 1등급을 받을 수 있는 수험생은 단 4%. 나머지 96%의 수험생들도 부디 괜찮기를, 우리 사회가 그들도 괜찮을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 13일 개봉하는 영화 <괜찮아, 앨리스> 포스터 ⓒ 미디어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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