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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빵 축제보다 훨씬 더 많은 인파 몰렸다는 새우젓 축제?

[그 정보가 알고 싶다] 서울시 자치구 대표 축제와 깜깜이집계

등록|2024.11.13 16:33 수정|2024.11.13 16:33

▲ 제17회 마포나루 새우젓축제 새우젓장터를 시민들이 구경하고 있다. ⓒ 마포구청


지역마다 특색을 살린 축제들이 화제다. 대전시에서 개최한 빵 축제에는 이틀간 14만여 명, 김천시 김밥 축제에는 10만여 명의 인파가 몰렸다고 한다. 김천시 인구가 13만여 명이라고 하니, 인구수에 맞먹는 방문객이 들렀다.

축제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음을 알리는 성과 보고에는 의아할 정도로 큰 숫자도 있었다. 서울시 마포구에 따르면 올해 '마포나루 새우젓축제(이하 새우젓축제)'에 사흘간 무려 75만여 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이는 마포구 인구 36만여 명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인산인해로 방문객들이 곤혹스러웠다는 대전시 빵 축제, 김천시 김밥 축제보다도 훨씬 더 많은 사람이 새우젓 축제를 찾았다는 것이다. 이게 가능한 일일까? 가능한 것이라면, 그 많은 수를 어떻게 센 것일까? 근 10년 간의 축제 결과보고서를 청구해 서울시 자치구 축제의 방문 인원과 추산 근거를 확인해 보았다.

결과보고서에 기재된 방문 인원은 축제의 종류와 규모에 따라 천차만별이었다. 패션쇼를 비롯한 여러 공연과 전시, 체험행사를 겸하는 종로한복축제는 16만여 명, 성북로 일대 부스에서 판매하는 음식을 즐기는 성북구의 세계음식축제에는 6만여 명, 노원역 일대에 여러 구역을 설정해 프로그램이 진행된 댄싱노원 거리페스티벌(구 노원탈축제)에는 이틀간 약 17만 명 등이었다.

새우젓축제는 이들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관광객을 유치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퍼레이드, 공연, 걷기대회와 장터까지 겸하여 사흘간 열리는 것을 감안해도 어마어마한 수다.

이런 대인원을 어떻게 세는 것일까. 결과보고서에 추산 방문객 수는 있어도 어떻게 추산된 것인지는 하나같이 명시되어 있지 않았다. 정보공개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추가로 질의한 결과, 계수기 사용이라는 다소 고전적인 방법부터 드론샷이라는 기술을 동원한 방법까지 자치구마다 천차만별의 답변이 돌아왔다.

축제 공간이 행사장으로 한정되는 경우는 입장객 수를 세면 되니 그나마 양반이다. 복수의 공간에서 진행되는 축제의 경우 경찰이나 축제대행사가 추산하기도 하고, 직원들이 면적당 인원을 세서 추산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이동식 화장실 수통으로 가늠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깜깜이 어림짐작 멈추고 체계적인 통계 만들어내길

▲ 마포나루 새우젓축제 방문객 수 추이를 보여주는 그래프. 2018, 2023, 코로나19 기간을 제외하면 계속 증가해 왔음을 알 수 있다 ⓒ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새우젓축제는 어땠을까? 기본적으로 계수기를 사용하지만, 현실적으로 너무 많은 수이기 때문에 "작년도 대비 추산"을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러니까 어느 특정 시점에 추산하였을 때 작년에 비해서 많았다면 전체적으로 많았던 것으로 어림잡는다는 소리다.

10년간 새우젓축제 방문객 추이를 살펴보면, 코로나19 시기와 2018년, 2023년을 제외하고 방문객 수가 꾸준히 증가해 왔음을 볼 수 있다. 방문객 75만 명 유치의 비결이 아무도 모르는 모호한 집계 방식과 관련 있을지 모른다.

물론 다양한 구역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대규모 축제의 경우 방문 인원을 집계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일 수 있다. 이런 난점을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돌파하려는 자치구들이 있었다.

길거리 곳곳에서 축제가 진행되는 노원구는 KT의 '관광분석솔루션'을 이용해 축제 참가 인원을 추산하고 있었다. 축제 전후 유동 인구를 측정하여 축제에 참가한 관광객을 추산하는 것이다. 기술을 활용해 지역 주민과 외지인, 외국인 등을 구분하고 성별과 연령을 고려해 통계를 작성할 수 있고, 관광객 추이를 시간대별로 확인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자체적으로 유동 인구를 분석하는 지자체들도 있었다. 종로구 스마트도시과나 서대문구 스마트정보과는 축제가 진행되는 장소 곳곳에 스마트폰의 신호를 감지하는 센서를 설치하여 유동 인구를 추산하고 있었다. 이러한 방식은 통신사에 관계없이 스마트폰 소지자라면 집계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산책로나 공원 등에서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펼쳐지는 축제에 활용하기 적합한 집계 방식이다.

결과보고서에 방문객 수나 그 근거가 제법 구체적으로 기재된 연도들이 있었다. 바로 코로나19 시기이다. 사전 참가 접수를 받거나, 명부를 작성하고 정해진 수까지만 입장시켰기 때문이다. 온라인 중계 등을 병행한 경우 결과보고서는 그 영상 및 게시물의 시청 수를 함께 집계하였음을 밝히고 있었다. 방법이 명료하면 투명한 수치 집계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 하겠다.

데이터는 의사결정의 핵심이다. 부정확한 데이터는 불투명한 지원 정책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축제에 누가 얼마나 찾았는지도 정확히 알 수 없다면, 한 자치구를 대표하는 축제라고 어떻게 판단하고, 규모에 적합한 예산과 지원금을 어떻게 배정할 수 있을까? 투명하고 내실 있는 축제를 위해 내년에는 깜깜이 어림짐작을 멈추고 체계적인 통계를 만들어내길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정보공개센터 홈페이지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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