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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폭력 피해자들에게 국가는 이렇게 배상해야 한다

[거꾸로 가는 진화위 ⑥] 배상은 국가의 자기반성이고 화해와 명예회복, 그리고 재발방지 조치이다

등록|2024.11.12 13:59 수정|2024.11.13 15:52
최근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 민간인 학살 분야 군법회의 판결 사건을 재조사하기로 하고 ▲ 농성 유족을 검찰에 송치하는 등 피해자를 탄압하며 ▲ 상층부 간부들이 망언을 일삼고 부적절하게 처신하는 등 과거 청산 역행이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이를 비판하고 과거 청산을 제대로 하기 위해 필요한 과제가 무엇인지 점검하는 글을 과거사 연구자, 활동가, 작가 등이 몇 차례에 걸쳐 게재합니다.[기자말]
지난 1기와 현재 2기 진실화해위원회에서 국가폭력의 피해자로 인정받은 일부 유가족들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고 승소하거나 진행 중에 있다. 또 어떤 피해 가족들은 소송을 할 기간을 넘겨 그 배상금을 받지 못 한 경우도 상당하다. 국가 공권력의 불법적인 행사로 가해진 피해에 대해서 국가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설사 적법한 공권력 행사라고 하더라도 피해에 대해서 그 손실을 '보상'해야 한다. 이것은 법의 기본 원칙이다.

그동안 과거청산, 즉 과거 국가의 공권력이 저지른 불법적인 인적·물적인 '피해'를 본 사실을 국가가 법에 의해서 공식적으로 진실을 밝히고 그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는 일련의 조치는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징검다리이자,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였다. 가해자의 (형사상) 처벌은 실현 가능성이 적다고 하더라도, 피해에 대한 적절한 금전적인 대상(代償)은 과거청산에서 아주 중요한 축 가운데 하나이다.

그런데도 피해 '배·보상' 문제는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에서 빠져 있다. 이런 입법상의 불비를 극복하기 위하기 위해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여 법원이 일일이 그 피해를 확정하고 손해 배상액을 정하여 국가가 지급하도록 하는 구조로 일반화되었다. 예외적으로 5·18 피해자와 제주4·3 피해자에 대한 배상이 법적인 규정을 갖고 있을 뿐이다.

패소해 지급한 '배상'이라는 허무와 국가 배상의 함의

엄밀히 말하면,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집단 학살 사건이나 권위주의 시대에 자행된 인권유린 사건 등에 대해서 국가가 능동적으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해 배상한 경우는 없다. 즉 '소송'의 방식으로 그 배상이 확정되었는데, 이른바 재심이나 진화위를 통해서 국가에 의한 불법적인 피해를 확인한 경우에도 '배상'을 위한 정부 차원의 법적인 제도는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즉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국가에 대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권한' 즉 '채권'을 돌려받은 것에 불과하다. 이것은 과거 국가의 잘못을 스스로 시정하기 위해서 도입된 진실화해위원회의 기능과도 배치된다. 엄밀한 의미에서 일부 배상은 했지만, 실제 국가가 과거청산을 위해서 배상을 한 것이 아닌 것이다. 국가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시효 도과 등의 논리를 폈고, 그에 대해 법원은 국가가 자신의 잘못을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주장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판결했다. 즉 국가가 패소해서 지급하게 된 것이다.

판례가 쌓여 있는데도 국가는 계속해서 손해배상 사건에 피고가 되고 3심까지 불복한 뒤에야 '배상'의 금원을 지급하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이것은 국민통합을 위해서 국가가 능동적으로 피해를 배상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국민통합도 아니고 화해를 위한 것도 아니다. 어떤 면에서 진실화해위원회까지 도입하면서도 국가, 특히 행정부가 배상할 계획은 없다는 허무는 아닐까.

국가의 화해조치인 법적 배상

과거청산 피해를 확정하고 국가의 잘못을 '진실화해위원회'라는 법적인 공식 기구를 통해서 확인한 뒤부터의 일련의 과정은 '피해자(와 그 가족)에 대한 명예회복'과 '화해'조치이다. 진실을 국가가 밝힌 것 자체가 피해자에게는 하나의 명예회복일 수 있다. 법에는 더 구체적으로 피해자들의 명예를 회복시키는 방법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

법규에서 예정한 명예회복은 결국 '추모제' 등에 대한 약간의 제정 지원 정도이다. 4.3 사건을 제외하고는 이마저도 국가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어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공식적인 추모행사도 아니다. 따라서 법 개정을 통해서 피해자들에 대한 '공식 추념일' 지정과 '공식 추념 행사'라는 국가가 할 수 있는 명예회복 조치를 해야 한다.

▲ 2021년 3월 16일 4.3 생존 수형인인 고태삼(91)씨와 이재훈(90)씨는 제주 지방법원에 재심을 청구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 이창수


국가의 사과와 배상으로 피해자와 화해의 길 가야

어쨌든 배상은 피해자들의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한 실질적인 의미를 갖는다. 이 명예회복의 한 축으로서 배상은 부차적인 의미가 있다. 중요한 것은 과거의 갈등과 대결을 화해하는, 국민통합으로 나아가는 일이다. 그런데 지금의 법제에서는 '화해'를 단순히 가해 집단과 피해 집단, 또는 국군과 우익에 의한 피해자와 좌익과 적대세력에 의한 피해자 집단 간의 만남과 위령·추모 행사, 상호 방문 등으로 취급하고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화해의 주체, 즉 관련 집단은 피해자와 '국가'이다. 즉 국가가 그 보호책임을 거의 하지 못 하고 지금까지 방치한 피해자들의 가족들에 대한 사과와 또 국군과 우익에 의해 학살당한 피해자와 공권력에 의한 인권유린 피해자에게 가한 국가의 불법 행위를 사과하는 것이 화해, 즉 국민통합을 위한 첫걸음이다. 진심어린 사과와 더불어 국가가 화해할 수 있는 방법은 '능동적으로' 적정한 배상과 위로의 금원을 지급하는 일이다. 화해의 증표로서 국가가 공식적으로 배상을 해야 한다.

국가폭력 재발방지책인 신속하고 적정한 배상

금전을 지급하면서 국가의 잘못을 인정한다는 것은 국가의 공식적인 행위로 그 잘못을 승인하는 구체적이고 확실한 일이다. 그리고 국가는 이 과정에서 당시 이 불법행위에 가담한 공직자들에게 그 책임에 비례하는 배상액에 대해서 구상권을 행사하고, 또 관련 가해 책임자가 현직에 있거나 다른 공직 및 산하기관에 취임하지 않도록 배제시킴으로써 확실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

▲ 2019년 9월 2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에서 '진화위법 개정'을 논의하던 중 잠시 정회했을 때 형제복지원 피해자가 입법을 호소하고 있다. ⓒ 이창수


법적인 배상 방법은 어떠해야 하는가?

과거청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국가의 배상 책임은 그 발생 시점이 상당한 과거라는 점과 그동안 가해 사실이 은폐되어 왔다는 점, 그리고 진상규명과 국민통합을 위해서 법정 기구인 '진상규명위원회'를 통해서 피해사실이 확정된다는 특성을 고려한다면 '배상과 보상'에 관한 일반적인 법 원칙을 적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일괄적으로 '과거사정리기본법'에 그 '배상 방식'을 규정함으로써 국가가 공식적으로 '과거의 잘못'을 스스로 인정하는 논리가 성립된다.

- 기본법 개정 vs. 배·보상위원회법 제정
이런 법적 배·보상 방식, 즉 배·보상 법 개정은 형식적으로 기본법에 통합시켜 개정하는 방법과 기본법에 관련 근거를 규정하고 별도의 특별법으로 배·보상 심의위원회법을 만드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둘 모두 나름 타당한 입법이다.

- 사회정치적인 피해까지 배상의 폭을 넓혀야
과거청산과 관련된 사건들은 개인의 피해일 뿐만 아니라 당시의 관계의 단절이나 이웃의 파괴, 이후 대결의 사회 지속과 같은 사회정치적인 피해도 배상의 축으로 폭넓게 볼 필요가 있다. 이런 맥락에서 배상을 ▲피해 개별에 대한 배상 ▲피해 집단에 대한 배상 ▲사회 일반에 대한 배상의 차원을 나눠 생각해 볼 수 있다. 즉 제대로 된 배상이란 '과거청산'과 관련된 피해가 단순히 피해자 개인 민원으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인권, 민주주의와 평화를 지향하는 우리 헌법 공동체를 강화시키는 일과 연관이 있다. 즉 기업, 학교, 사회 기구, 시민사회 등 사회적인 관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먼저 피해 개별에 대한 배상과 관련한 법개정 문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문제가 제기된다.

- 소멸시효의 특례
1기 진실화해위원회에서 피해사실을 인정을 받았으나 배상 소송을 하지 못 해 법적인 소멸시효를 도과한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서 '시효에 대한 경과 규정'을 두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국가가 같은 피해 사건을 다르게 취급하는 결과를 초래해 국민통합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소지가 많다. 형평에 맞는 배상을 해야 한다.

- 신속 배상과 적정 배상
배상은 진상규명이 이루어진 직후에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하고 또 적정한 금원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 진상규명이 된 피해자는 통보일로부터 1년 이내에 가칭 '배·보상위원회'에 지급을 신청하고, 동 위원회는 신청일로부터 90일 이내에 결정하고, 결정일로부터 2주 내에 지급해야 하는 등 신속한 지급을 위한 규정이 도입되어야 한다. 또 피해 유가족들이 장기간에 걸친 고통 등을 감안해 배상액을 피해에 대한 직접적인 배상 금원 뿐만 아니라 피해 유가족의 위자료를 현실성 있게 반영하는 액수로 산정한 적정 배상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 피해 집단에 대한 배상
관련 유족회 또는 추모사업회, 대책위원회 등 관련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결사되고 또 그 존속의 필요성이 있는 단체들은 법인등록을 용이하게 하고, 이들 단체들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근거 조항을 두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가칭 '진실과화해를 위한 지원 재단'을 설립하고 국가는 이 재단에 재원을 출연하고 정기적인 재정 지원을 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집단적진 배상금을 출연하는 형식을 갖는 것이다. 현행법상의 '과거사연구재단'은 그 성격이 모호하고 입법이 된 지 15년이 되도록 설립 자체가 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 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 사회 일반에 대한 배상
시민사회 일반에 대한 관련 교육과 연구의 지원을 위해서 '지원 재단'과는 별도로 일반적인 시민과 연구자와 그 단체들이 과거청산과 관련된 문화 확산을 위한 창조적인 사업을 할 수 있도록 가칭 '과거청산 연구 교육 활동 기금'을 출연 또는 조성하는 방식으로 할 수 있다.

우리는 위에서 '배상'이 적어도 행정부에 의한 능동적인 행위가 아니고 피해 개인들이 재판을 통해서 채권을 돌려받는 형식으로 이루어지는 현 상황은 국가, 특히 행정부가 과거청산을 위한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입장을 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봤다. 또 배상이 단순한 금전의 문제만도 아니고 가해자 또는 직무유기한 국가와 피해자들 간의 화해의 성격과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적인 성격을 모두 갖고 있으며 특히 재발방지를 위한 중대한 성격이 있음을 강조했다.

또 현행 제도에서는 과거청산의 문제가 피해자 개인들의 문제처럼 취급되는 구조를 비판하고, 피해 집단과 사회 일반과도 밀접한 관련성이 있으며 배상, 즉 국가의 출연도 이에 상응하게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배상은 확실한 국가의 자기반성이고 화해와 명예회복 그리고 재발방지 조치이다.

*글쓴이 이창수는 새사회연대 대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학살 진상규명 범국민위원회 정책실장과 운영위원장을 지내면서 과거청산 문제와 인권에 실천 활동을 해 왔다. 현재는 법인권사회연구소 대표이고, 제주4.3도민연대, 한국전쟁유족회, 진실화해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논문으로는 <과거청산과 인권발전 : 정치변동에 따른 집단학살을 중심으로>, <전쟁과 법치: 민간인 집단학살 가해자의 처벌 가능성을 중심으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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