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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K 베테랑 박혜진의 '미친 존재감'

[여자프로농구] 팀 내 리바운드-스틸 1위,어시스트 2위로 완벽 부활

등록|2024.11.13 09:14 수정|2024.11.13 09:14
지난 시즌을 최하위로 마친 여자프로농구 BNK 썸이 시즌이 끝나자마자 대대적인 전력 보강에 들어갔을 때 BNK의 이번 시즌 성적이 오를 거라 전망한 농구팬들은 많았다. 하지만 박지수(갈라타사라이SK)와 박지현(토코마나와 퀸즈)의 해외 진출로 6개 구단의 전력이 비슷해 지리라 예상됐던 이번 시즌 진안(하나은행)이 떠난 BNK가 5전 전승으로 1라운드를 마칠 거라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BNK는 1라운드 5경기에서 득실점 마진 14.2점을 기록했을 정도로 강한 전력을 과시했다. 뛰어난 패스와 경기 운영 능력에 비해 외곽슛에서 치명적인 약점을 보이던 포인트가드 안혜지는 득점2위(15.80점), 3점슛 1위(13개)라는 믿기 힘든 활약을 해줬다. 지난 시즌 주춤했던 슈터 이소희도 39.3%의 3점슛 성공률과 함께 13.60득점(이상 4위)을 기록하며 준우승을 차지했던 2022-2023 시즌의 폼을 회복했다.

하지만 BNK 초반 돌풍에는 역시 두 이적생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물론 상대적으로 골밑이 약한 BNK에서 '스몰 라인업'의 핵심 역할을 해주고 있는 김소니아의 활약도 눈부시지만 박정은 감독과 BNK팬들은 무엇보다도 이 선수의 부활이 반가울 수 밖에 없다. 2010년대 우리은행 우리WON의 왕조를 이끈 주역이자 이번 시즌 고향팀 BNK로 이적해 확실하게 부활한 박혜진이 그 주인공이다.

이적하자마자 챔프전 우승 차지했던 선수들

▲ 박혜진은 지난 시즌이 끝난 후 16년 간 몸 담았던 우리은행을 떠나 고향팀 BNK로 이적했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자유계약 선수 자격을 얻은 선수들이 팀을 이적하는 이유는 크게 2가지가 있다. 먼저 하위권 팀에서 거절하기 힘든 거액을 제시했을 경우가 있고 선수가 성적을 위해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상위권 팀으로 옮기는 경우도 있다. 특히 WKBL에서는 우승에 도전하기 위해 이적을 선택하는 FA 선수들 중 이적 첫 시즌부터 챔프전 우승을 달성했던 선수들도 적지 않았다.

챔프전 준우승을 차지했던 2015-2016 시즌이 부정선수 계약 문제로 몰수되고 2016-2017 시즌엔 부상으로 최악의 성적을 올렸던 김정은(하나은행)은 2017년 4월 FA자격을 얻어 우리은행과 계약했다. 당시 우리은행은 주전센터 양지희의 은퇴로 내외곽을 넘나들 수 있는 베테랑 선수가 필요했고 프로 입단 후 플레이오프 진출조차 힘든 하위팀에서만 활약했던 김정은에게는 새로운 동기부여가 필요했다.

물론 최근 3년 간 꾸준히 떨어졌던 김정은의 성적을 보면 우리은행에서의 성공여부는 장담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2017-2018 시즌 12.8득점4.5리바운드로 부활한 김정은은 이적 첫 시즌 챔프전 MVP에 선정되며 프로 데뷔 후 첫 우승을 차지했고 우리은행에서 활약한 6시즌 동안 3번의 우승을 경험한 후 하나은행으로 금의환향했다(김정은은 하나은행 복귀 첫 시즌에도 팀을 플레이오프로 이끌었다).

김정은의 뒤를 이은 하나은행의 간판스타이자 WKBL을 대표하는 슈터로 활약하던 강이슬(KB스타즈)은 2021년 4월 계약기간 2년, 연봉총액 3억9000만 원에 KB로 이적했다. KB에서 박지수라는 든든한 파트너를 만난 강이슬은 2021-2022 시즌 곧바로 정규리그 우승과 함께 챔프전에 진출해 우리은행을 꺾고 생애 첫 우승 반지를 차지했다. 강이슬에게도, KB에게도 성공적인 이적과 영입이었던 셈이다.

커리어 초기 '레알 신한'의 막내로 활약했던 김단비는 2022년 5월 15년 동안 활약했던 신한은행 에스버드를 떠나 계약기간 4년, 연봉 총액 4억5000만원의 조건에 우리은행으로 이적했다. 통합 6연패 후 네 시즌 동안 챔프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던 우리은행은 김단비가 합류한 후 두 시즌 연속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고 김단비는 우리은행에서 두 시즌 연속 챔프전 MVP를 수상하며 최고의 선수임을 증명했다.

고향팀 이적 후 시즌 초반 최고의 활약

▲ FA시장에서 박혜진(오른쪽)과 김소니아를 영입한 BNK는 1라운드에서 5전 전승을 기록했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박혜진은 우리은행이 신한은행에 이어 통합 6연패를 차지했던 시기, WKBL을 지배했던 최고의 선수였다. 실제로 박혜진은 2013-2014 시즌부터 2019-2020 시즌까지 7시즌 동안 무려 5번이나 정규리그 MVP를 독식했을 정도로 존재감이 대단했다. 박지수가 MVP 4회 수상을 끝으로 유럽리그로 진출하면서 박혜진의 통산 MVP 5회수상은 여전히 정선민(7회)에 이어 WKBL 역대 2위 기록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공수를 겸비한 WKBL 최고의 선수 박혜진은 공교롭게도 김단비가 팀에 합류한 2022-2023 시즌부터 부상으로 부진이 시작됐다. 박혜진은 2022-2023 시즌 12.8득점을 기록하고도 팀의 에이스 자리를 김단비에게 내줬다. 그리고 2023-2024 시즌에는 부상으로 17경기에 출전해 9.1득점으로 2011-2012 시즌 이후 무려 12년 만에 한 자리 수 득점을 기록하면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FA자격을 얻은 박혜진은 프로 입단 후 햇수로 16년 동안 활약했던 우리은행을 떠나 계약기간 3년, 연봉총액 3억2000만원의 조건에 BNK로 이적했다. 하지만 박혜진은 발바닥 부상으로 지난 여름 박신자컵에 출전하지 못했고 부상이슈가 있는 베테랑 선수에게 너무 많은 돈을 투자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돌기도 했다. 하지만 박혜진에 대한 비판은 시즌 개막 후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1라운드 5경기에 모두 출전한 박혜진은 평균 35.60분(4위)을 소화하며 건강과 체력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켰다. 여기에 득점 7위(13.20점)와 리바운드4위(8.20개), 어시스트6위(3.80개), 스틸 2위(2.40개), 블록슛 3위(0.80개), 공헌도 3위(156.80점) 등 공수 전반에 걸쳐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아직 영점이 잡히지 않고 있는 외곽슛(3점슛 성공률 26.1%)만 터지면 박혜진의 무기는 더 늘어날 것이다.

20대 시절 경기당 평균 37~8분씩 소화하던 박혜진도 어느덧 부상 부위가 늘어난 30대 중반의 베테랑이 됐다. 아직은 시즌 초반이지만 1라운드를 전승으로 마친 BNK의 최종 목표가 우승이라면 주전, 그 중에서도 맏언니 박혜진의 체력을 잘 관리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만약 박혜진이 아픈 곳 없이 봄 농구를 맞는다면 BNK는 큰 경기에서 더욱 강해지는 최고의 베테랑 선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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