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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비튼 작품' 폐쇄 후폭풍 "판단은 시민의 몫"

문화예술-시민단체, 홍 시장 초상화 건 작가 전시실 폐쇄한 대구문화예술회관 규탄... 회관은 작가 이름 등 흔적 지워

등록|2024.11.12 17:54 수정|2024.11.12 22:40

▲ 대구문화예술회관이 올해의 청년작가전을 개최하면서 안윤기 작가의 작품을 사전 검열하고 전시실을 폐쇄하자 문화예술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이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문화예술회관을 규탄했다. ⓒ 조정훈


'올해의 청년작가전'에서 홍준표 대구시장의 초상화와 홍 시장 초상화를 그린 노중기 대구미술관장의 프로필 사진 영상을 설치하고 재해석하는 작품을 냈다가 전시실을 폐쇄당한 것과 관련해 문화예술계·시민단체가 "판단은 시민의 몫"이라며 전시실을 열라고 촉구했다.

사전검열과 전시장 폐쇄에 분노하는 예술가, 예술단체, 시민사회단체 등은 12일 대구문화예술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의 청년작가전 주최단체인 대구문화예술진흥원과 대구문화예술회관은 사전검열과 전시장 폐쇄 등 부적절한 대응에 대해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기자회견에는 온라인을 통해 진행된 입장문에 300여 명의 예술인과 시민, 단체가 참여했고 대구 '올해의 청년작가'에 선정된 정종구(2005년), 김미련(2009년), 이소진(2019년), 이승희(2020년) 등도 이름을 올렸다.

앞서 대구문화예술회관은 올해의 청년작가로 선정된 김규호, 박소라, 안윤기, 우미란, 이원기 등 5명의 작품을 10월 31일부터 12월 14일까지 전시할 계획이었다.

전시실 폐쇄 조치가 나오기까지

▲ 대구문화예술회관 전시실에서 31일부터 전시 예정이었던 안윤기 작가의 작품. 홍준표 대구시장 초상화와 홍 시장의 초상화를 그린 노중기 대구미술관장의 사진이 들어간 영상물을 바꾸지 않았다는 이유로 전시를 불허했다. ⓒ 조정훈


안윤기 작가는 홍 시장의 초상화와 기존 홍 시장 초상화를 그린 노중기 대구미술관장의 프로필 사진 영상을 설치하고 관객이 이를 보면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웹캠으로 구성된 작품을 설치했다.

전시를 준비하던 10월 30일, 대구문화예술회관은 안윤기 작가가 홍준표 시장을 희화화했다며 작품 교체를 요구했다. 작가가 이를 거부하자 전시가 불가하다며 안 작가의 작품이 설치된 4전시실을 폐쇄했다.

이후 대구문예회관은 10월 31일 오후 열릴 계획이던 개막식을 취소하고 미술관 안에 설치돼 있던 '올해의 청년작가전' 표지판에서 안윤기 작가의 이름도 지웠다.

또 지난 8일 '입장문'을 통해 "예술창작 행위는 누구도 간섭할 수 없는 절대적 장르에 해당한다"면서도 "대외에 공표하는 예술표현 행위는 개인의 초상권과 창작자의 저작권 등을 침해해서는 안 되고 인격 및 성적 정체성 등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해서도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해당 작가는 당초 제안한 작품을 전시하기 위한 협의 과정에서 핵심 내용을 누락하는 등 원활한 소통을 하지 않았다"며 "전시 진행이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전시실 폐쇄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헌법적 가치 존중과 전시에 필요한 각종 행정절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 작품이 당초 사업 취지와 목적에 현저히 일탈한 것으로 판단하여 불가피하게 해당 전시실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지속적 검열, 안 돼"

▲ 대구문화예술회관이 올해의 청년작가로 선정된 안윤기 작가(오른쪽)와 연혜원 평론가의 작품을 폐쇄하자 이들은 12일 기자회견에서 부당성을 지적하며 전시실을 열라고 촉구했다. ⓒ 조정훈


이와 관련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사전검열과 전시장 폐쇄는 독재국가에서나 일어날 일'이라며 '작품의 판단은 시민들의 몫이기 때문에 전시장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윤기 작가는 입장문을 통해 "전시장 폐쇄와 일방적인 프로그램, 홍보, 오프닝 취소 그리고 소통 과정에서 드러났던 압박적인 행태, 입장문을 통한 압박들은 표현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 침해, 생존권 뿐 아니라 작가로서 본질적인 삶에 대해 위협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안 작가는 대구문화예술회관이 작가 본인이 소통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 "사태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며 "미리 제출하지 않았더라도, 제출했더라도 검열하지 않아야 됨에도 회관 측은 지속적으로 검열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안 작가의 작품에 설명을 넣은 2차 창작물을 전시하고자 했던 연혜원 평론가는 "노중기 대구미술관장은 관장으로 선임되기 전 대구미술관에서 열린 개인전에서 전시 도중 갑작스럽게 출품작 한 점을 떼어내고 홍준표 시장을 그린 유화 작품을 내걸어 논란이 된 바 있다"라고 지적했다.

연 평론가는 "안윤기 작가의 전시에는 노중기씨가 개인전 당시 내걸었던 홍준표 시장의 초상화를 촬영한 사진과 노중기 관장의 사진이 편집 없이 작가의 사진과 함께 나란히 상영된다"며 "초상권과 명예훼손을 문제 삼으며 작가를 겁박하는 꼴이 참으로 놀랍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대구문화예술회관은 예술의 자유를 존중한다면서 어떻게 당사자도 아닌 사안에 대해 법적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느냐"며 "홍준표와 노중기의 얼굴에만 관심이 있지 작품이 의미하는 바에는 어떤 예술적 관심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만 느껴진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안윤기 작가는 전시 주제와 저시 형식을 모두 밝혀왔다"며 "대구문화예술회관은 작가와 저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당장 전시를 재개할 뿐만 아니라 피해보상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만약 예술 행위에 있다면 관객이 판단해야... 행정이 판단해선 안 돼"

▲ 12일 대구문화예술회관 앞에서 열린 청년작가 작품 사전검열 규탄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검열은 잠시지만 예술은 영원하다' 등의 피켓을 들고 서 있다. ⓒ 조정훈


최수환 대구민예총 고문은 "예술가의 행위가 전시장이나 공연장에서 그대로 보여지고 만약 갈등의 소지가 있거나 문제의 여지가 있다면 관객들에 의해 판단돼야 한다"라며 "행정의 판단에 의해 전시장이 폐쇄되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미련 로컬포스트 대표는 "예술은 논란을 일으키고 담론을 생성하고 질문을 던져야 하고 청년 작가들의 전시 공간은 당연히 그것을 독려하고 후원해야 한다"며 "작가의 작품을 미리 예단해서 목소리를 배제하고 탈락시키는 것은 엄연한 검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사안은 전시 공간에 정치가 개입하는 것으로 정치적인 행위라고 할 수 있다"며 "예술의 공공성과 표현의 자유가 침해된 같은 공간에서 15년 전 전시를 한 동료 작가로서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정윤희 작가(블릭리스트 이후 디렉터)는 "지배 권력에 대한 생각을 예술로 풍자하는 것의 역사는 오래됐다"며 "대구문화예술회관은 예술 활동을 방해하면서 예술인의 권리보장법을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이채원 공유성북원탁회의 사무국장도 "자신들의 이념적 편향에 따라 예술 표현을 제한하고 검열하고 교체를 요구하다 전시실 자체를 폐쇄해버리는 방식은 박근혜정부 시절 진행됐었던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 대구문화예술회관 미술관 제5전시실. 안윤기 작가의 작품에 홍준표 시장의 사진이 들어갔다는 이유로 31일부터 전시될 예정이었던 작품이 전시실 폐쇄로 전시되지 못했다. ⓒ 조정훈


이들은 "공공기관이 예술작품을 이러저러한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검열하는 사태가 상식이 되는 사회를 원하지 않는다"면서 "심사를 통해 이미 작가는 전시참여 자격을 얻었고 그가 제출한 작품 또한 합당하지 않은 이유로 검열돼선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해 5월부터 8월 사이에 대구미술관에서 열린 '지역작가 조명전'에 참여한 노중기 작가가 사전에 협의한 작품이 아니라 자신의 고등학교 동기이자 친구인 홍준표 시장의 초상화로 교체해 많은 논란이 있었다"며"대구미술관과 대구시는 작가의 의도를 존중하며 끝까지 전시를 강행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윤기 작가의 작품은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라 이러한 맥락 속에서 시민들이 느낀 감정들을 되짚어보며 창작된 것"이라며 "적법한 과정을 거쳐 선정된 작가의 작품에 대해 즉각적인 검열과 전시장 폐쇄가 진행된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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