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주민들이 2년 간 가꾼 꽃밭 풍경, 놀랄 겁니다
신안 고이도 5천만송이 '아자니아', 11월 중순 절정... 주말에 가을꽃 구경 어떠세요
▲ 고이도 아자니아 정원 ⓒ 양진형
노란 국화는 맑고 푸른 하늘과 어우러져 늦가을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관상용 국화꽃도 아름답지만 산과 들에 자생하는 산국(山菊)이나, 바닷바람을 견디며 해변에 핀 해국(海菊) 등도 은은한 기품을 자아낸다.
신안 고이도 주민들이 2년 동안 가꾼 '갯국 아자니아'
국화과 여러해살이풀로, 늦가을에 노란색 꽃을 앙증맞게 피어낸다. 우리나라 다도해에도 드문드문 산재하고 있으며 금은국화로도 불린다. 은색 잎 가장자리 위로 금색 꽃이 피기 때문이다.
▲ 금은국화로도 불리는 아자니아 ⓒ 양진형
섬마다 각각 다른 꽃들을 심어 섬 전체를 같은 색깔로 통일하는 '컬러마케팅'으로 국내외에서 주목받고 있는 전남 신안군은 이달 1~10일까지 고이도에서 '섬 아자니아꽃 축제'를 개최했다.
고이도 주민들이 정성스레 가꾼 총 66만 본, 약 5천만 송이 아지니아꽃은 방문객들에게 큰 즐거움을 주었다. 그런데 올해는 국화꽃 개화 시기가 예년보다 1주 정도 늦어져, 아자니아 개화도 11월 중순부터 절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 이달 중순부터 절정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는 아자니아 꽃밭 ⓒ 양진형
이번 아자니아 꽃 정원을 기획한 신안군 관계자는 지난 12일 통화에서 "아자니아는 내한성이 좋아 반상록수로 월동이 가능한 꽃이다"며 "앞으로 2~3주 동안 고이도에서 절정에 이른 아자니아꽃 구경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옛 서해 중요 항로였던 압해도 북쪽 섬 고이도
신안군 압해도 북쪽에 위치한 고이도(古耳島)는 '섬 속의 섬'으로, 무안 신월선착장이나 압해 가룡선착장에서 10분 거리에 있다. 면적 5.54㎢, 해안선 길이 21.4㎞로 결코 작지 않은 섬이다.
섬은 100m 미만의 낮은 산줄기가 북남으로 길게 뻗으면서 완만한 구릉지를 이뤘다. 섬 서쪽은 섬과 섬들을 간척해 염전이나 태양광발전소, 농경지로 활용하고 있다.
▲ 하늘에서 바라본 고이도 전경 ⓒ 신안군
고이도는 왕산 북쪽과 남쪽에 형성된 4개 마을(대촌, 칠동, 사동, 고장)로 구성되어 있다. 예로부터 주민들은 대부분 농업에 종사하며, 쌀·보리·고구마·콩·마늘 등을 생산했다. 연안 일대에서는 낙지·도미·바지락·숭어 등이 잡히며, 김 양식업이 이루어진다.
▲ 고이도에서 사동마을에서 만난 할머니(78) ⓒ 양진형
사동마을을 지나다 콩밭에서 막 일을 마치고 나오는 한 할머니(78세)를 만났다. 인근 지도읍 자동리에서 시집왔다는 할머니는 "젊었을 적에는 틈나는 대로 농사 외에 낙지와 칠게 등을 잡는 갯일도 했는데, 이제는 힘에 부쳐 텃밭 정도만 일구고 있다"고 말했다.
▲ 고이도 북쪽 해안가에서 바라본 선도. 선도는 수선화 축제로 유명한 섬이다. ⓒ 양진형
할머니는 또 예전에는 논밭이 많아 사람들로 북적였는데, 이제 모두 나가버려 섬이 한산하다며 아쉬워했다. 압해면 사무소에 의하면 한때 1400여 명이 거주했던 고이도는 11월 현재 120여 가구에 210여 명이 살고 있다.
▲ 고이도 염전 ⓒ 양진형
고이도 앞바다는 예로부터 중요한 뱃길이었다. 삼국시대까지는 해로가 활성화되지 못하여 문물교류는 주로 섬과 섬을 잇는 연안 해로에 의존했다. 남해의 섬 사이를 타고 올라온 배들은 북상할 때 고이도를 거쳐야만 했다.
장보고의 후원을 받아 당나라에서 유학 생활을 마친 일본 헤이안 시대 고승 엔닌(圓仁)이 847년 일본으로 돌아갈 때도 고이도를 거쳐 갔다는 기록도 남아있다.
후삼국 시대 내륙 진출의 전초기지, 고이도 왕산산성
고이도의 최고봉인 왕산(해발 88.9m)에 오르면 무안군의 내륙지역과 인근의 병풍도, 매화도, 마산도, 지도읍, 그리고 압해읍 송공산과 천사대교가 사방으로 조망된다. 왕산에는 신안군 향토자료 제17호로 지정된 왕산산성(王山山城)이 있다.
정상부와 계곡을 연결한 둘레 510m의 소규모 산성이다. 경사가 급한 동쪽과 남쪽 성벽은 왕산의 능선 바깥쪽에 축조됐고, 서쪽과 북쪽은 계곡 중턱을 가로질러 쌓아 전체적으로 삼각형을 이루고 있다.
▲ 하늘에서 바라본 왕산산성 모습 ⓒ 신안군청
이 산성은 고려를 건국한 왕건과 후백제 견훤이 영산강 유역을 차지하기 위해 다투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왕산산성에 관한 최초의 문헌 기록은 '고려사절요(高麗史節要)'에 등장한다. 당시 후고구려를 제패한 궁예는 후백제를 장악하기 위해 남하하였고, 서남해 섬을 거점으로 전라도 내륙으로 진출하려 했다.
▲ 산성의 현재 모습 ⓒ 양진형
이때 견훤은 내륙으로 진격하려는 궁예를 차단하기 위해 목포와 영암에 전함을 잇대어 놓고 대응한다. 이런 상황에서 궁예는 후백제를 공략하기 위한 전초기지로 내륙과 인접한 고이도성을 점거하였다.
이 기록에 등장하는 고이도성이 현 왕산산성으로, 이 문헌을 통해 후삼국 시대에 이미 축성된 상태였음을 추정할 수 있다('신안 문화관광 가이드북-고이도 편' 참고).
▲ 왕산산성에서 바라본 압해도 승공산과 천사대교 ⓒ 양진형
현재 주민들 사이에는 왕건과 고려건국에 얽힌 이야기가 구전돼 내려온다. 왕건에게는 왕망이라는 작은아버지가 있었는데 왕망은 후삼국 평정에 참여하는 역할을 주도하게 된다. 그러나 왕망은 고려건국 이후 왕건으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하자 왕건을 전복할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역모를 실행하기도 전에 발각되자, 왕망은 고이도로 숨어들어 군사를 모으고 군량미를 비축했다. 왕건은 왕망을 공격하였고, 왕망은 끝내 투항하지 않고 접전을 벌이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내용이다.
압해읍에 조성된 세계적 조각가의 '위대한 낙서마을'도 가볼 만
고이도 아자니아꽃구경도 좋지만, 시간적 여유를 갖고 왕산산성, 고이도항, 그리고 염전지대 등 해변을 따라 걸어보는 것도 권장할 만하다. 그리고 압해도로 나와, 읍사무소 일원에 최근 조성된 '위대한 낙서마을(GRAFFITI TOWN)'을 둘러보자.
위대한 낙서마을(GRAFFITI TOWN)은 신안군의 '1섬 1뮤지엄'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신안군은 군의 관문인 압해읍을 활력 있게 만들면서 청년층 인구 유입을 기대하고 있다. 낙서마을 조성에는 세계적 작가들인 미국의 존원(JonOne), 스페인의 덜크(Dulk), 포르투갈의 빌스(Vhils) 등이 참여했다.
▲ 덜크(Dulk)의 작품 ⓒ 양진형
첫 번째 작품은 압해읍사무소 벽면에 설치됐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엑스피디션 엑스퍼트(Expedition Expert)로 유명한 덜크(Dulk)가 그린 작품(30m×6m)이다.
신안 갯벌과 그 갯벌 속에서 자생하는생물들, 한국의 멸종위기 동물에 영감을 얻어 노랑부리저어새, 동박새, 호랑이 등이 담겨있다.
▲ 존원(JonOne)의 작품 ⓒ 양진형
두 번째 작품은 미국 작가 존원(JonOne)이 그린 것으로, 신안군이 신혼부부에게 월 1만 원에 임대해주는 아파트인 '팰리스파크' 두 개 동의 벽면(각 10m×10m)에 조성됐다.
▲ 빌스(Vhils)의 작품 ⓒ 양진형
세 번째 작품은 압해도 농협 벽면에 조성됐다. 조형 언어인 드릴로 벽이나 바닥에 단차를 만들어 음영을 주는 작품을 표현하는 포르투갈 출신 빌스(Vhils)의 작품(8m×10m)이다. 작품의 주제는 '염전과 노동자의 얼굴'이다. 익명의 여성 노동자 얼굴과 압해도를 대표하는 '애기동백꽃'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신안과 압해도의 정체성을 독특한 방식으로 소화해 냈다.
1. 고이도 가는 방법
o 신월항(무안 운남면) → 고이도(고이호, 도선) ☎신월항 매표소 (061) 454-4212
하루 6회/10분(08:50, 10:50, 12:50, 13:50, 14:50, 16:45)
마을 공영버스(010-2429-7987)
▲ 고이도항. 건너편에 신월항에 보인다 ⓒ 양진형
o 압해도 가룡항 → 고이도(에스라인호, 차도선) ☎가룡항 매표소 (061) 262-4211
하루 4회
2. 고이도 여행 일정표
12:00 압해도 가룡항~ 고이도 칠동선착장 (축제 기간만 별도 유람선 운행)
12:10 아자니아 꽃 정원 관람
12:50 왕산산성 입구 도착(마을버스) 13:10 왕산산성 탐방
14:30~16:00 고이도항~사동마을~태야광·염전지대~칠동 선착장 트레킹
16:00 칠동 선착장~압해도 가룡항
16:40 압해읍 소재 '위대한 낙서마을(GRAFFITI TOWN)' 탐방
▲ 고이도 칠동선착장 입구 ⓒ 양진형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한국섬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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