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축구는 해외파 줄줄이 배출... K리그, 이게 최선인가
[주장] 지도자들 '장기적 계획·지도자 육성 가로막아'... 1+2 승강제 재점검 필요
▲ 2025시즌 K리그 2로 강등이 확정된 인천 유나이티드 ⓒ 한국프로축구연맹
"전 세계적으로 강등 확률이 25%인 곳은 없다. 16개, 20개 팀이 아니다. 우리는 12개 팀이다. PO에서 K리그1 팀이 유리하다고 하지만, 축구라는 것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K리그1 잔류에 성공한 제주 유나이티드 김학범 감독이 현재 시행되고 있는 승강 제도에 대해 소신 발언을 했다. 얼핏 보면 가볍게 넘어갈 수 있는 '해프닝'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그의 발언을 계기로 이 제도를 다시 한번 생각해봤으면 한다.
2022년부터는 1+1 승강제에서 1+2로 변화했다. K리그1에 속한 12개 팀 중 최대 3팀이 강등될 수 있는 반면, K리그2에 속한 팀들은 최대 3팀이 올라갈 수 있도록 한 것.
현재 K리그1은 파이널 라운드 1경기를, K리그2는 모든 일정이 종료되고 플레이오프만 남았다. 이런 가운데 먼저 조기 잔류를 확정한 제주 김학범 감독은 36라운드 대구전 종료 후 강등 제도와 관련해 "강등 확률 25%는 너무 가혹하다. 우리는 그만큼 다른 것을 하지 못하게 한다. 진짜 상위 몇 팀 제외하고는 장기적인 계획을 짤 수 없다"라고 토로했다.
대전하나시티즌 황선홍 감독도 같은 의견을 제기했다. 지난 10일 인천전 승리로 잔류를 확정한 직후 기자회견에서 "(김학범 감독과)같은 생각이다. 아니면 K리그1 팀 수를 늘려야 한다. 그럴 수 있는 여력도 있는 것 같다. 2부 리그 창단 신청도 많이 모이고 있다. 참가 팀 수를 늘려 3팀을 강등하는 건 괜찮다"라며 "젊은 세대들이 지도자를 잘 안 한다. 너무 가혹한 잣대가 있다. 강등 때문에 6월에 감독이 9~10명 바뀌면 좋은 지도자가 안 나온다. 이런 건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이들의 소신 발언은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현재 시스템에선 장기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여력이 충분치 않다. 물론 투자를 통해 매 시즌 상위권을 유지하며 미래를 말할 수 있는 상황이 되는 팀이 존재하긴 하지만, 이런 자금적인 여유를 가진 K리그1 팀의 숫자는 그리 많지 않다. 특히 시민 구단의 경우, 매년 달라지는 예산으로 인해 당장 1부에 살아남기에 급급한 상황이 반복된다.
결국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장기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 K리그의 경쟁력이 낮아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당장 1부에 살아남기 위해서 단기적인 성과만 집중할 수 있는 상황에 봉착하게 된다. 아울러 황 감독이 제기한 젊은 지도자 육성 문제도 곱씹어봐야 한다. K리그1의 12개 팀 가운데 총 3팀이 강등될 수 있는 상황 속에서 감독들은 자신의 철학을 녹이기보다는 살아남는 데 주력하는 전술을 사용할 수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감독들도 젊은 선수들을 적극 활용하는 것보다는 당장 승점 3점을 위해서 검증된 자원만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K리그의 승강 제도에 변화가 필요한 이유다. 강등 시스템으로 인해 엄청난 재미를 추구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는 한국 축구의 발전을 저해할 수도 있다. 2부 리그 팀들이 올라올 수 있는 기회를 줄이자는 것이 아니다. 1부 팀의 숫자를 늘려 강등 제도에 더욱 적합한 상황을 만들자는 것.
또한 2부 리그에 참가하는 팀의 숫자를 더욱 확대해 건강한 발전 구조를 확립하는 방법 역시 적극 고려해야 한다. 어렵다면 다른 리그의 구조를 벤치마킹하는 방법도 좋다. 당장 일본 J리그만 살펴봐도 올바른 강등 시스템을 구축했다. 1부에 총 20개 팀이 참가하는 가운데 최하위 3팀이 다이렉트 강등이 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또 2부에는 22개의 팀이 참가, 최상위 2팀이 자동 승격을 경험하고 남은 4개 팀이 플레이오프를 거쳐 상위 2팀이 1부에 안착하는 구조를 갖췄다.
이에 따라 1부에 자리한 팀들은 더 높은 잔류 확률을 보유하고 있기에 장기적인 투자와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된다. 또한 젊고 유망한 선수와 감독들이 차례로 등장하며 건강한 발전과 경쟁 구도를 확립할 수 있는 환경이다. 결국 이런 시스템 속에서 일본은 많은 J리그 출신의 유럽파를 배출하는 데 성공했다. 당장 현재 유럽 주요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미토마 가오루를 필두로 이타쿠라 고, 엔도 와타루, 이토 준야, 미나미노 타쿠미, 도안 리츠, 오하시 유키 등이 대표적이다.
물론 일본처럼 리그에 참가하는 팀들을 무작정 늘리는 게 국내 상황 상 현실적이지 않다. 한국도 현재 K리그의 시스템 안에서 양민혁, 윤도영, 설영우, 김민재, 이재성, 조규성, 황인범 등과 같은 훌륭한 선수를 배출했다. 하지만 더 나은 상황에서 경쟁력 있는 선수를 배출하고 리그와 한국 축구를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현재 K리그의 전체적인 승강 시스템을 다시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K리그 구단의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치우고 더 나은 축구 발전과 선수를 키워내는 것에 주력하도록 연맹에서 환경을 만들어줘야 할 필요성이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정말 한국 축구가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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