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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말하는 사람과 도서관 가득 메운 '고령인'

[오후 2시에 만난 사람들 ① 공공도서관]

등록|2024.11.13 09:30 수정|2024.11.13 09:30
어느 시인은 새벽 2시를 애매한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일어나기에도 그렇다고 다시 잠들기에도 애매하다는 것이다. 낮 2시도 비슷하다. 직장인은 회사에 있을 것이며, 학생은 학교에서 한창 공부 중일 것이다.

그런가 하면 농민도 축산업자도 이 시간대에는 본업에 집중하고 있을 시간이다. 그런 이유에서 낮에는 오히려 도심 곳곳에 텅 공간이 많다.

하지만 그 시간 바삐 곳곳을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직장인이 잘 알지 못하는 그 시간, 학생이 알지 못하는 그 장소를 찾는 사람들은 누구이며, 어떤 볼일을 하려는 것일까. 오후 2시 용인시 여러 공간을 찾는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기흥구 ICT 밸리 내에 자리한 하늘숲 도서관 내부 모습 ⓒ 용인시민신문


11월 5일 점심시간이 한창인 정오경 기흥구 ICT 밸리 내에 자리한 하늘숲 도서관. 삼삼오오 모인 20대 청년들은 주변에서 다 들릴 만큼 다소 큰 목소리를 사람을 나누고 있었다.

주변에는 커피를 든 사람이 수시로 지났으며, 자리를 잡고 있고 숙제하는 대학생 무리도 있었다. 어른 키 몇 배에 이르는 책장에서 책을 고르기 위해 서 있는 사람도 제법 있다. 2시가 되자 도서관은 다소 한산해졌다.

자리는 대부분 비었고, 도란도란 사담을 나누던 사람들도 떠났다. 남은 사람은 10명이 채 되지 않는다. 이 시간에 도서관은 상담하는 자리며, 세일즈도 이뤄지는 자리다.

ICT 밸리에 입주한 한 업체에서 근무한다는 이아무개(32) 씨는 "짧은 시간 마음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시내와 거리가 있어 그런지 많은 사람이 찾는 공간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30여 분 걸으면 도착하는 시립기흥도서관. 규모에서부터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100여 명 남짓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2층 열람실. 2시에 맞춰 도착했지만 준비된 자리는 모두 주인이 있었다.

군데군데 빈자리가 있었지만 끼어들어 앉을 만큼 공간은 아니었다. 나이대로 보면 70대 이상이 절반은 차지한다. 자리를 잡은 사람 중에는 40~50대 중년도 어렵지 않게 보인다.

성별로는 남성. 자격증 공부 재취업 준비 등 도서관을 찾는 이유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상당수는 도서관이 준비한 신문과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일부 신문은 신분증이나 회원증이 있어야 열람할 수 있을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늦가을 쌀쌀한 바람이 부는 바깥에도 도서관 밖에서 만난 이재규(71)씨는 "집 가까이에 도서관이 있어 점심 먹고 자주 온다. 아는 사람도 생기고 책도 보고 시간 보내기에 좋다"라며 "몇 해 전부터 비슷한 연배에 사람들이 더 많아진 게 확연히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재취업을 준비하기 위해 도서관을 찾은 박제량(51)씨는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 5월이니 7개월가량 남았다. 시험 준비를 한 지 두 달여. 그가 도서관을 찾는 이유는 분명했다.

박 씨는 "관련 책이나 정보를 어렵지 않게 이용할 수 있는 곳이다. 특별히 비용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자격증 따 재취업을 해야 해서 절박한 심정으로 찾은 곳"이라며 "집에서 자전거를 이용해 온다. 식당이 많지 않아 점심시간 이후에 주로 온다"고 말했다.

4시가 조금 넘는 시간이 되니 빈자리가 조금 더 늘었다. 취업 공부를 하러 왔다는 윤아라(25)씨는 자리를 옮길 생각으로 도서관을 나왔단다.

윤씨는 "공부하기 위해 올해 4월부터 도서관을 찾고 있다. 하루에 4시간 정도 보내는데 주변에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많이 없어 다른 곳을 찾고 있는데 주변에 마땅한 곳이 없다"라며 "저녁에는 커피숍에서 친구들과 같이 공부할 계획이다. 시험 때까지는 도서관을 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날 같은 시간에 다시 찾은 도서관 분위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하늘숲도서관은 찬 바람이 고스란히 통과할 만큼 공간이 비어있었으며, 기흥도서관은 역시나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였다.

얼핏 자리 주인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듯했다. 어제 만난 취업준비생 윤아라 씨도, 신문을 보기 위해 찾았다는 이재규 씨를 볼 수 있었다.

2024년 11월 어느 날 오후 두 시 도서관 풍경은, 이들은 눈길 한번 주지 않을 만큼 조용한 도서관에서 서로를 애써 외면하듯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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