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심장한 판결... 연예인 카톡 까발린 언론이 놓친 사실
[주장] 당사자 동의 있으면 문제 없다? 유명인 사생활 보도할 때 이것만은 꼭 고려해야
▲ 자료사진 ⓒ envato
최근 유명 연예인이 이혼하는 과정에서 서로 비방하는 내용의 메신저 대화내용, 녹취록까지 모두 언론에 공개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내밀한 사생활뿐만 아니라 쉽게 공개해서는 안 되는 개인정보까지 포함된 내용이었습니다.
당사자들이 해당 내용을 보도하는 것에 동의한 것으로 보이기는 했지만, 그러한 내용들이 보도의 대상이 될 정도로 공적 가치가 있는지는 상당한 의문이 듭니다. 연예인의 사생활을 상품화한 언론의 경쟁적 선정보도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는데, 당사자의 동의만 있다면 과연 문제가 없는 것일까요. 사생활 침해와 관련해 언론보도의 기준을 적시한 판례를 소개합니다.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된 사항의 공개가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는 것이더라도, 사생활과 관련된 사항이 공공의 이해와 관련돼 공중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되는 사항에 해당하고, 그 공개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며, 그 표현내용·방법 등이 부당한 것이 아닌 경우에는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 초상권이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를 둘러싸고 서로 다른 두 방향의 이익이 충돌하는 경우에는 구체적 사안에서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이익형량을 통해 침해행위의 최종적인 위법성이 가려진다.
이러한 이익형량과정에서, 첫째 침해행위의 영역에 속하는 고려요소로는 침해행위로 달성하려는 이익의 내용 및 그 중대성, 침해행위의 필요성과 효과성, 침해행위의 보충성과 긴급성, 침해방법의 상당성 등이 있고, 둘째 피해이익의 영역에 속하는 고려요소로는 피해법익의 내용과 중대성 및 침해행위로 인해 피해자가 입는 피해의 정도, 피해이익의 보호가치 등이 있다. (중략)
피고들이 원고들의 동의 없이 원고들의 사생활 영역에 속하는 부분을 보도함으로써 원고들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했고(이하 생략)
- 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2다31628 판결 [사생활침해행위금지등]
위 판례를 언뜻 보면 '당사자의 동의가 있는 경우' 사생활 영역에 속하는 부분을 보도하는 데 아무런 제한이 없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판례에서 언급한 '위법성 조각사유'는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판례에서는 '당사자의 동의가 없어 사생활 침해에 해당'하는 보도라고 하더라도 '공공의 이해'와 관련돼 '공중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되는 사안에 대해 '침해가 최소화 될 수 있는 상당한 방법'으로 보도하는 경우에만 위법성이 없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기준은 '당사자의 동의가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사자의 동의를 받은 경우에도 공적 보도 가치가 없는 내용의 선정보도는 그 보도에서 파생돼 나온 소위 '~카더라'라는 등의 사실 확인이 제대로 되지 않은 확대 사실 또는 루머를 양산시키고, 그로 인해 여러 가지 추가 피해를 발생시키는데, 이는 결국 언론의 책임으로 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언론은 당사자의 동의가 있었다고 무기삼아 더욱 자극적으로, 더욱 과장해 유명인의 사생활을 보도하는 행태를 지양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과연 그 보도가 '공공의 이해'와 관련해 '공중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를 스스로 고민해 봐야 할 것입니다.
언론이 '지라시'와 달라야 하는 이유
▲ 자료사진 ⓒ envato
국가인권위원회와 한국기자협회에서 마련한 '인권보도준칙'을 보면 '언론은 개인의 인격권을 부당한게 침해하지 않고, 프라이버시는 보도 내용과 관련이 없으면 사용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인격권
1. 언론은 개인의 인격권(명예, 프라이버시권, 초상권, 음성권, 성명권)을 부당하게 침해하지 않는다.
가. '공인'이 아닌 개인의 얼굴, 성명등 신상 정보와 병명, 가족관계 등 사생활에 속하는 사항을 공개하려면 원칙적으로 당사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나. '공인'의 초상이나 성명, 프라이버시는 보도 내용과 관련이 없으면 사용하지 않는다.
다. 취재 과정에서 인격권 침해와 개인 정보 유출이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한다.
- 인권보도준칙
유명인은 필연적으로 대중의 관심이 될 수밖에 없고, 유명인 스스로 필요에 의해 본인의 사생활의 일부를 대중에게 공개하는 것을 용인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언론은 저널리즘의 핵심이 '보도 가치'가 있는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에 있음을 잊지 말고 해당 사안의 보도가치를 따져 보도할 것과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해야 할 것입니다.
당사자의 동의가 있음을 이유로 무분별하게 사생활 영역에 대한 선정적인 보도를 쏟아낸다면 이는 보도의 내용과 특별히 관련이 없는 프라이버시를 보도에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있고, 결론적으로는 그 당사자의 인격권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결과를 언론이 부추긴 것으로 볼 수 밖에 없습니다.
공적 보도 가치가 없음에도 이러한 유명인의 사생활 보도는 왜 무분별하게 양산되고 있을까요? 아마도 돈이 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언론의 '클릭 수' 욕심이겠지요.
물론 언론기관 역시 사적기관으로서의 영리창출 행위를 한다고 해서 바로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언론은 인터넷 익명게시판이나 '지라시'와는 다릅니다. 대중은 언론기관의 '보도'에 대한 신뢰와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언론은 '지라시'의 뜬소문과는 다른 상당한 파급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지요.
그런 이유로 언론은 단순히 영리창출만을 좇아 보도의 대상을 결정해서는 안되는 것이고, 언론 스스로 품위와 신뢰를 떨어뜨리는 보도에 대한 자성을 게을리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언론에 호소합니다. 법적으로 '당사자의 동의 없는 사생활 침해'에 해당하지는 않더라도 언론 스스로 유명인의 사생활 영역인 내용이 '공적 보도 가치'가 있는지를 고민해주기를 바랍니다. 보도의 내용이 불필요하게 내밀한 영역의 사생활을 선정적으로 표현한 것은 아닌지, 그 내용이 대중에게 공개되는 경우 추가 피해가 발생할 우려는 없는지 항상 경계해 주기를 바랍니다.
권현정(사단법인 언론인권센터 이사, 법무법인 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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