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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일정 꿰뚫은 명태균 "박완수가 알려줘, 두산 주식 오른다"

민주당, 명태균 통화 녹음파일 3건 추가 공개... 대통령 동선·기관장 선임 등에 경남지사 이름 수차례 등장

등록|2024.11.13 11:59 수정|2024.11.14 10:22

대통령 동선 꿰뚠 명태균 "박완수가 알려줘, 주식 오른다" ⓒ 소중한


명태균씨가 윤석열 대통령 동선을 사전에 파악해 주변에 주식 투자를 진행·권유하고, 경남 지역 기관장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이 의심되는 녹음파일이 추가로 공개됐다. 특히 명씨는 국가 기밀인 대통령 동선을 전달받고 기관장 선임과 관련해 이야기한 인물로 박완수 경남지사를 수차례 언급했다.

더불어민주당은 13일 오전 총 3개의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 달이 좀 넘은 2022년 6월 20일, 명씨는 미래한국연구소 회계 담당인 강혜경씨와의 통화에서 "정보가 샐까 싶어서, 대통령 온다고 아무한테 얘기하면 안 돼요. 대통령 일정 공개하면 그것도 법에 걸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일정을) 박완수가 얘기해준 거라. 박완수가 22일 날 하고 25일 사이에 대통령이 내려온다고. 지사한테 연락이 왔어"라며 "그냥 그거(창원에 위치한 두산에너빌리티의 주식)는 오든가 말든가 간에 가만히 쥐고 있으면 나중에 되면은 6만~7만 원 간다. 나같이 돈 빌려서 한 사람은 단발로 해갖고 일주일 만에 갚아줘야 되고. 알겠어요?"라고 덧붙였다.

통화에서 짚은 날짜에 실제 윤 대통령 방문

▲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6월 22일 오전 경남 창원시 두산에너빌리티를 방문해 신한울 3·4호기 원자로와 증기발생기용 주단소재 보관장에서 한국형원전 APR1400 축소 모형을 살펴보며 설명을 듣고 있다. ⓒ 연합뉴스


실제로 이 통화가 이뤄진 이틀 뒤 윤석열 대통령은 경남 창원에 있는 두산에너빌리티 원자력공장에 방문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시 "원전 세일즈를 위해 뛰겠다"고도 밝혀 해당 기업 주가가 다음날 6.23%(1000원) 올랐다. 당시 박 지사는 2022년 6월 1일 지방선거에서 경남지사로 당선돼 임기를 시작하기 전인 당선인 신분이었다.

명씨가 다른 지인에게도 대통령 일정을 근거로 두산에너빌리티 주식을 추천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도 있다. 명씨는 2022년 7월 10일 한 지인과의 통화에서 '대통령 일정과 관련해 투자할 만한 주식이 있으면 또 알려달라'는 한 지인의 요청에 "환장하겠다. 하여튼 고민해 봅시다"라며 "그거(두산에너빌리티 주식)는 쭉 놔둬야 돼"라고 답했다.

이어 "(두산에너빌리티 주식은) 최소한 2년은 가야, 적금 들듯이 놔두면 7만~8만 원 갈 건데, 아무리 못 가도. 아니, 그렇게 될 수밖에 없어요"라고 강조했다.

▲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과 미래한국연구소의 불법 여론조사 의혹 등 사건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가 8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검찰청(창원지검)에서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한편 이 건과 별도의 또 다른 녹음파일에서도 박 지사가 언급된다. 명씨는 2023년 6월 13일 강혜경씨와의 통화에서 "경남테크노파크에 지금 공고 났거든? ○○○ 내가 (추천)해준 거 알아? 경남테크노파크는 창원산업진흥원보다 훨씬 높아"라고 말했다.

이어 "경남테크노파크는 내가 지사한테 얘기하는 거고, 내가 뭐 ○○○이한테 밥 한 끼 얻어먹겠니? 어제 밥도 내가 샀는데. 지 백수라고 하면서 왔던데"라고 언급했다. 재단법인 경남테크노파크 원장은 경남지사가 임명하는 자리다.

더해 명씨는 창원산업진흥원장을 언급하면서 "근데 내가 □□□(창원산업진흥원장 이름)은 김영선한테 물어봤어"라고 말한다.

창원산업진흥원장에 임명된 해당 인물은 2023년 4월에 임명됐다. 이 녹음파일을 공개한 더불어민주당은 "경남테크노파크 원장 공모에서는 명씨가 추천한 후보자가 탈락했지만, (녹음파일에서) 명씨가 언급한 인사가 창원산업진흥원장에 선임됐다"라고 밝혔다.

이날 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녹음파일 외의 다른 녹음파일에서도 이러한 정황이 발견된다. 위 녹음파일의 통화 시기보다 21일 전인 2023년 5월 23일, 당시 국민의힘 국회의원이던 김영선 전 의원은 명씨를 향해 불만을 토로하는 강씨를 달래면서 창원산업진흥원장의 사례를 언급했다.

김 전 의원은 "지금 □□□(창원산업진흥원장 이름)는 이 지역이 빠삭하니까 그게 뭔가 세팅을 해서 이제 다른 사람도 되지만, 나도 이제, 혜경씨도 되고 하여튼 그런 희망사항을 갖고 가보는 거니까"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6선이 되면 굉장히 여러 가지 가능성이 생기고 또 우리가 창원에서 여러 가지, 일단 여러 가지를 좀 해줘야 우리 입지가 생기고 좀 그러니까 나를 믿고 해봐. 하면은 하나씩 둘씩 풀어나갈 테니까"라며 "지금 이제 좀 우리 쪽에서 박완수만 좀 몇 가지 해주고 이러면 이제 인맥이 되니까, 그 안에서 여러 가지가 되니까"라고 말했다.

이는 더불어민주당 공개 녹음파일에 나온 "창원산업진흥원장은 김영선한테 물어봤어"라는 명씨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는 내용이다.

한편 박완수 경남지사는 대통령 동선 유출 의혹과 관련해 "도지사 취임 이전으로 참석 대상이 아니었다. 대통령 참석 여부는 물론 행사 자체를 알지 못했다"라며 "행사가 끝나고 윤 대통령이 직접 전화해서 '왜 이런 행사에 도지사가 참석하지 않았는가'라고 물었다"라고 해명했다.

또 인사 청탁 의혹에 대해선 "명씨가 말하는 (경남테크노파크 관련) 인사는 원장은 물론 추천자 2명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원장 공모에 외부 인사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라며 "창원산업진흥원장 임명권자는 창원시장이다. 누구로부터 청탁을 받은 적도, 청탁을 한 일도 없다"라고 밝혔다.

▲ 박완수 경남도지사, 11일 오후 창원진해 물류센터 방문 ⓒ 경남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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