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재선에 성공한 트럼프, '승리' 밑거름된 3계명

[영화 리뷰] <어프렌티스>

등록|2024.11.14 10:18 수정|2024.11.14 10:18
(*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970년대 미국 뉴욕, 30대의 도널드 트럼프는 아버지가 이끄는 부동산 개발 기업인 트럼프 그룹에서 부사장으로 일한다. 겉에서 보기엔 번지르르해 보이지만 실상은 세입자의 밀린 집세를 받으러 다니는 정도다. 별의별 사람들이 있어 돈이나 제대로 받으면 괜찮다고 할 정도다. 동시에 그는 사교 클럽을 드나들며 성공의 물꼬를 트려고 기회를 엿보고 있다.

어느 날 트럼프는 로이 콘의 눈에 띈다. 그로 말할 것 같으면 정·재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유명한 '악마의 변호사'였다. 트럼프는 마침 진행 중이던 재판의 변호사로 그를 고용해 승소한다. 이후 트럼프는 로이를 전속 변호사로 데려오고 로이는 트럼프의 인생 멘토가 된다.

트럼프는 로이가 전해 주는 승리를 위한 3계명을 마음에 새기고 실천에 옮기려 한다. 공격, 공격, 공격하라는 게 그것이다. 또 잘못을 인정하지 말고 모든 걸 부인하라, 절대로 패배를 인정하지 말라는 것도 있다. 트럼프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로이의 힘을 빌리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렇게 도널드 트럼프는 제2의 로이 콘이 되어 간다.

'수습생' 시절의 도널드 트럼프

▲ 영화 <어프렌티스>의 한 장면. ⓒ 누리픽쳐스


뉴욕의 부동산 개발 신화를 새로 쓴 도널드 트럼프를 대중적으로 널리 알린 건 베스트셀러 <거래의 기술>과 TV 서바이벌 프로그램 <어프렌티스>다. 영화 <어프렌티스>는 바로 그 프로그램의 제목을 따 왔다. 자연스레 도널드 트럼프가 떠오를 것이다. 그런가 하면 '어프렌티스'는 '수습생'이라는 의미가 있는데 영화 속에서 로이 콘에게 성공으로 가는 길을 전수받는 수습생 트럼프의 모습이 그려진다.

<어프렌티스>는 <경계선>·<성스러운 거미>로 화제가 된 알리 아바시 감독의 신작으로 칸 영화제에 초청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그의 전작들에서 유추할 수 있듯 이 작품 또한 문제작인데 당연히 트럼프 측의 험악한 협박을 받았다. 이제 그가 미국의 제47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으니 이 작품의 앞날이 어떨지 궁금하기까지 하다.

영화는 트럼프의 성장을 주로 다룬다. 지금의 그를 보면 상상하기 쉽지 않은데, 그도 젊었을 적에는 어딘가 어리숙한 한편 물불 가릴 줄은 알았다. 그런데 무자비하고 잔인한 로이 콘을 롤모델로 삶의 행로가 바뀌며 달라지기 시작한다. 그 자신이 바라는 대로 또 로이가 바라는 대로 성장한 것이다.

그렇지만 성장의 모습이 항상 긍정적일 수는 없다, 올바를 수도 없다. 트럼프는 어느덧 로이보다 더 무자비하고 잔인하게 변했고 로이조차 그를 제어할 수 없었다. 누구도 범접하기 힘든 부동산 거물이 되어 가는 동시에 누구든 눈앞에서 치워 버릴 수 있는 정재계 괴물이 되어 갔다. 어디까지가 트럼프 그 자신이 원했던 모습이고 또 로이가 원했던 모습일까.

'도널드 트럼프'라는 창으로 들여다본 미국

▲ 영화 <어프렌티스>의 한 장면. ⓒ 누리픽쳐스


영화는 도널드 트럼프의 청년 시절 개인사를 들여다보는 한편 '도널드 트럼프'라는 창으로 1970~80년대 미국을 들여다본다. 워터게이트를 위시한 사건들이 정치를 뒤흔들었다면 로널드 레이건의 신자유주의 정책은 경제를 뒤흔들었다. 트럼프가 추진한 부동산 사업의 핵심이 세금 면제에 있었는데 바로 그 부분을 정부가 정책을 통해 제대로 긁어준 것이다.

극 중에도 나오는 바 대규모 프로젝트에 세금을 면제해 준다는 건 하층민 구제를 위해 쓰일 세금을 가져오는 거였다. 1%를 위해 99%가 희생하는 것이다. 21세기 들어서도 변하지 않는, 아니 공고하게 고착화된 미국 경제 구조의 시작이 여기에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한편, 트럼프는 로이에게 전수 받은 승리의 3계명을 더욱 악랄하고 잔인하고 무자비하게 발전시켜 자신만의 것으로 만든다. 이후 거래는 물론 정치를 하면서도 요긴하게 쓴다. 그렇게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가 완성된 것이다. 부동산 신화를 새로 쓴 이가 기술을 고스란히 가져와 정치 신화를 새로 썼다고 할까.

영화는 입체적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오히려 평면적이라고 하는 게 맞겠다. 다만 배우들의 열연으로 도널드 트럼프와 로이 콘 등 실존 인물들을 스크린에 살려내는 데 성공했다. 2020년대 후반부 미국, 나아가 전 세계를 뒤흔들 사람의 이야기니 만큼 한 번쯤 보면 좋지 않을까 싶다.

▲ 영화 <어프렌티스> 포스터. ⓒ 누리픽쳐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과 contents.premium.naver.com/singenv/themovie에도 실립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