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 곳 없어 헤매는 철새들... 겨울만이라도 낙동강 보 수문 열자
사라진 모래톱에 대혼란 맞은 동물들... 야생과 더불어 사는 '생명의 질서' 되찾아야
▲ 지난 겨울 낙동강 감천 합수부를 찾아온 겨울진객 재두루미 ⓒ 정수근
▲ 낙동강 감천 합수부를 찾아온 흑두루미. 흑두루미들은 2019년까지 이곳을 찾았으나 이곳마저도 이들이 머물기엔 모래톱이 좁고 불안해서 2020년 이후로 보이지 않고 있다. 사진은 2014년 10월의 모습 ⓒ 정수근
가을이 찾은 듯하더니 시나브로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시절이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접어들면 낙동강에는 반가운 이들이 찾아온다. 바로 '겨울진객'이라고도 불리는 큰고니, 큰기러기, 흑두루미, 재두루미, 독수리 같은 멸종위기종을 비롯하여 청둥오리와 쇠기러기 같은 수만 마리 겨울철새들이다 .
겨울진객인 겨울철새들과 4대강사업
▲ 낙동강 찾은 겨울진객 재두루미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겨울진객 재두루미가 낙동강과 감천 합수부 모래톱에 내려앉아 지친 날개를 쉬고 있다. ⓒ 정수근
이것이 수억년 동안 낙동강에서 벌어진 생명의 질서 그 한 축이다. 그런데 그 축이 완전히 망가졌다. 바로 4대강사업과 함께 말이다. 4대강사업은 주지의 사실이듯 낙동강에서 모래를 대거 파내고 댐과도 같은 보를 건설해 물을 가두었다.
그로 인해 낙동강은 옛 모습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8개의 대형 호수가 돼버렸다. 모래톱과 같은 공간이 없이 오직 거대한 물그릇만 존재하는 낯선 공간으로 가히 '혁명적 변화'를 이룬 것이다. 2012년 4대강 보 준공과 더불어 말이다.
이 급격한 변화는 낙동강의 물리적 환경을 완전히 바꿔놓아 이곳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야생의 존재들에게 일대 혼란을 안겨주게 된다. 휴식과 산란의 공간이던 모래톱이 사라지고, 물길은 정체하고 깊어져 물고기를 비롯하여 야생동물과 텃새 그리고 겨울철새들에게 이르기까지 대혼란을 불러온 것이다.
물고기가 떼죽음하고, 낙동강에 사는 물고기 종이 바뀌었다. 물을 찾아 살아가는 야생동물들은 강을 찾을 수밖에 없는데 깊어진 강으로 인해 강을 건널 수 없어 서식처가 반토막났다. 겨울철새들은 쉴 곳을 찾을 수 없어 하늘에서 방황하다 결국 그들의 비행 루트를 바꾸기까지 하는 일대 혼란을 겪게 된 것이다.
▲ 보로 인해 거대한 물그릇이 돼버린 낙동강. 겨울철새와 같은 야생의 존재들에겐 모래톱과 같은 쉼터를 앗아가버렸고, 우리 인간에게는 녹조 독이라는 치명적 선물을 안겨줬다. ⓒ 정수근
야생의 입장에서는 대격변이자 대혼란의 상황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우리 인간에게는 '녹조라떼'와 '녹조곤죽'이라는 선물을 안기면서 녹조 독이라는 심각한 공포로 다가온 것이고 말이다. 야생의 존재과 인간 모두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 게 바로 4대강사업인 것이다.
따라서 4대강 재자연화는 필연일 수밖에 없다. 야생의 존재들에게도 물론이거니와 우리 인간들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서도 낙동강을 이전의 모습으로 되돌리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 낙동강 보의 수문을 열어 어서 낙동강을 흐르는 강으로 되돌리고 동반되어 나타나는 변화 즉 거대한 모래톱이 나타나 야생의 존재들의 쉼터와 안식처가 돼야 한다.
낙동강 보 상시개방이 필요한 이유다. 그러나 아직 낙동강의 취양수시설 개선사업이 이루어지지 않아 보 수문을 열면 취양수장의 취수구가 낮아진 강 수위로 인해 물 밖으로 드러나 취수와 양수를 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이 사업을 시급해 해야 한다.
그러나 여야 정쟁의 대상이 돼버린 4대강은 이마저도 어렵게 돼 아직까지 이 시급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겨울 한철만이라도 낙동강 보 수문을 열자
그렇다면 차선책으로 상시개방이 어렵다면 겨울 한철만이라도 보의 수위를 일정 부분 떨어트리는 방법이 있다. 평균 수심이 6미터에서부터 10미터 이상 되는 보의 수위를 2~3미터만이라도 낮추면 모래톱이 생겨나고 그 생겨난 모래톱에서 야생의 존재들이 쉬어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특히 겨울 낙동강을 찾는 수만 마리의 겨울철새들에게 휴식과 잠자리를 제공해 다시 '공존의 낙동강'으로 되살아날 수 있게 된다.
▲ 겨울 낙동강 감천 합수부를 찾은 재두루미 떼가 모래톱에서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2016년 겨울의 모습. ⓒ 정수근
특히 칠곡보는 상류에 해평습지와 감천과 낙동강 합수부의 모래톱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칠곡보의 수위를 2~3미터 정도만 떨어트려 주면 감천 합수부에 더 넓은 모래톱이 만들어지면서 해평습지의 겨울진객 흑두루미가 다시 이곳을 찾을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또 합천창녕보 상류의 모래톱은 고령 일대 낙동강을 찾는 겨울진객 독수리들에게 아주 중요한 휴식의 공간이었다. 합천창녕보 담수와 함께 사라진 모래톱은 이들의 쉼터 또한 사라지게 만들었다. 따라서 겨울 한철만이라도 합천창녕보 수위 역시 2~3미터만 내려주면 그 상류 일대에 드넓은 모래톱이 만들어지게 되고 독수리들이 그곳에서 쉬어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합천녕녕보 개방과 함께 되돌아온 낙동강의 모래톱. 이 모래톱에 독수리와 같은 겨울철새들이 쉬어간다. ⓒ 정수근
▲ 모래톱에 앉아 망중한을 즐기며 쉬고 있는 멸종위기종 독수리 ⓒ 정수근
다행히 문재인 정부시절 모니터링을 위해 보 개방을 한 경험이 있다. 당시 겨울철 수문개방을 한 합천창녕보 상류에서는 거대한 모래톱이 만들어져 독수리들이 긴 날개를 펴고 활공하면서 모래톱에 내려앉는 장관을 보여주였다.
또 칠곡보 수위 1미터 정도만 내렸을 뿐인데 감천 합수부에서는 드넓은 모래톱이 조성돼 재두루미 수십 마리가 역시 돌아온 모래톱 위로 내려앉는 장관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모래톱과 겨울철새들은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모래톱은 보 개방과 함께 돌아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겨울 한철만이라도 방황하는 겨울진객인 겨울철새들을 위해서 보 개방을 실시해줄 필요가 있다.
▲ 2022년 겨울 독수리식당을 찾은 겨울진객 독수리. 당시 합천창녕보 수문개방으로 드러난 넓은 모래톱에 독수리식당이 차려졌고 그곳을 독수리들이 찾았다 ⓒ 정수근
다행히 겨울에는 농한기여서 농업용수 걱정도 없으니 보 개방을 서둘러 낙동강을 겨울 한철만이라도 공존의 공간으로 만들어줘야 한다. 수억년 동안 각인된 그 생명의 질서를 잠시라도 되찾아 줘야 한다.
"수억년 동안 반복된 생명의 질서를 해친 것은 바로 우리 인간들이다. 그 때문에 야생동물과 겨울철새들은 일대 혼란을 겪으며 낙동강을 떠나갔다. 생명의 질서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우리가 수억년 동안 반복된 그 질서를 해쳐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녹조 독의 공포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도 보 개방이 필요한 것처럼 생명의 질서를 되찾기 위해서라도 보 개방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고령 낙동강변에서 이곳 겨울진객 멸종위기종 독수리를 위해서 '독수리식당'을 이끌고 있는 우곡면 포2리 곽상수 이장의 간절한 호소다.
▲ 모래를 모시는 사람들. 2022년 1월 당시 합천창녕보 개방과 더불어 나타난 모래톱 위에서 생명평화절명상을 하고 있는 이들. 야생의 존재들과 더불어 살기 위해서 4대강 재자연화를 간절히 염원하면서 절을 올리고 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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