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왕조 이끈 '천유', 21년 현역 생활 마감
[KBO리그] 베어스 역대 최다출전 기록 세우고 은퇴하는 김재호
두산의 왕조시대를 이끌었던 '천재 유격수'가 21년의 현역 생활을 마감한다.
두산 베어스 구단은 14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2004년부터 올해까지 두산에서만 21년 동안 활약했던 유격수 김재호가 구단에 은퇴 의사를 밝혔다고 발표했다. 김재호는 "꽃을 피우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끝까지 믿고 응원해주신 팬들 덕에 21년의 현역 생활을 잘 마칠 수 있었다"며 "비록 유니폼을 벗지만 마음은 언제나 두산 베어스와 함께 할 것이다. 앞으로도 뜨겁게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2004년 두산에 입단한 김재호는 통산 타율 .272 1235안타 54홈런600타점661득점을 기록했고 세 번의 우승과 2년 연속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2015,2016년)를 수상하는 등 두산 왕조의 주전 유격수로 활약했다. 특히 1793경기 출전은 역대 베어스 프랜차이즈 역사상 최다출전 기록이다(2위는 안경현의 1716경기). 두산 구단은 내년 시즌 중 김재호의 은퇴식을 치를 계획이라고 밝혔다.
데뷔 10년 만에 어렵게 주전 차지
1990년대 주전 유격수로 활약했던 김민호(롯데 자이언츠 수비코치)가 잦은 부상으로 은퇴시기가 가까워오자 두산은 차세대 유격수 모집(?)에 나섰다. 비록 '천재'로 불리던 성남고 유격수 박경수 쟁탈전에서는 '잠실라이벌' LG 트윈스에게 패했지만 육성선수로 손시헌(SSG 랜더스 수비코치)이라는 원석이 입단했고 200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천안북일고 출신의 유격수 유망주 나주환을 지명했다.
두산은 젊은 유격수 2명을 확보한 상태에서도 2004년 신인 드래프트 1차지명으로 중앙고의 유격수 김재호를 선택했다. 선린인터넷고의 투수 윤희상(KBS N 스포츠 해설위원)과 덕수정보고의 외야수 최진행, 이용규(키움 히어로즈) 같은 좋은 자원들이 있었지만 두산은 대형 유격수 유망주 김재호를 놓치지 않았다. 물론 기대를 받고 입단한 김재호의 프로 생활이 처음부터 탄탄대로였던 것은 아니다.
프로에서 2년을 보낸 후 상무에서 병역의무를 마친 김재호는 2008년 112경기에 출전하면서 1군에서 자리를 잡는 듯 했지만 2009년 주전 유격수 손시헌이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다시 기회를 잃었다. 설상가상으로 2009년에는 청소년대표 출신의 내야 유망주 허경민(kt 위즈)이 입단했고 김재호는 주전 확보는커녕 백업 경쟁에서도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었다.
10년 동안 인고의 시간을 견딘 김재호는 2013 시즌이 끝나고 손시헌이 NC 다이노스로 이적하면서 드디어 기회가 찾아왔다. 2014년부터 두산의 주전 유격수로 활약한 김재호는 2015년 133경기에 출전해 타율 .307 126안타3홈런50타점63득점을 기록하면서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힘을 보탰다. 김재호는 이어진 프리미어 12에서도 주전 유격수로 활약하며 한국의 우승 멤버로 활약했다.
김재호는 2016년에도 137경기에서 타율 .310 129안타7홈런78타점69득점의 성적으로 두산의 한국시리즈 2연패를 이끌었고 2018년엔 커리어 3번째 3할 타율(.311)을 기록했다. 김재호는 주전으로 도약한 2014년부터 2020년까지 부상으로 고전했던 2017년을 제외하고 6번이나 120경기 이상 출전하는 꾸준한 활약을 선보였다. 김재호는 FA자격을 얻었을 때도 각각 4년 50억 원, 3년 25억 원에 두산과 재계약했다.
아직 나타나지 않은 김재호의 후계자
두 번째 FA계약 당시 어느덧 30대 중반이 된 김재호는 더 이상 전성기의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2021년 89경기에 출전해 타율 .209로 데뷔 후 최악의 성적을 올린 김재호는 두산이 9위로 추락한 2022년에도 102경기에서 타율 .215에 그쳤다. 많은 야구팬들이 김재호의 은퇴가 임박했다고 입을 모았지만 김재호는 지난해 91경기에서 타율 .283로 반등에 성공하며 '천유'의 건재를 알렸다.
지난해 시즌을 끝으로 두산과의 3년 계약이 마무리된 김재호는 올해 현역 연장을 선택했지만 연봉 협상이 늦어지면서 스프링캠프에 합류하지 못했다. 김재호는 2월 뒤늦게 연봉계약을 체결하고 2군 캠프에 합류했지만 몸을 만드는 시간이 늦어지면서 시범경기에 출전하지 못했고 개막엔트리에도 포함되지 못했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김재호의 21번째 시즌이 허무하게 끝날 위기가 온 것이다.
5월에는 1군에 합류해 57경기에 출전하면서 타율 .302 38안타1홈런11타점20득점이라는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특히 전민재와 박준영, 이유찬 등 김재호의 후계자 경쟁을 했던 선수들이 하나같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불혹을 바라보는 노장 김재호의 활약은 더욱 빛났다.
하지만 김재호도 결국 세월의 흐름을 이기지 못하고 올 시즌을 끝으로 21년의 현역 생활을 마감하기로 결정했다.
김재호가 은퇴하고 허경민이 이적하면서 두산은 한국시리즈 3회 우승과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던 주전 내야수 2명을 동시에 잃게 됐다. 물론 두산의 내야에는 장타력을 갖춘 박준영과 안정된 수비를 자랑하는 전민재, 내외야를 겸업하는 멀티 플레이어 이유찬 등 새로운 유격수 후보들이 많다. 현재 두산 내야에서 풀타임 1군 주전 경험이 있는 선수는 1루수 양석환과 2루수 강승호뿐이다.
3개의 우승 반지와 2년 연속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이라는 커리어가 있지만 사실 김재호의 선수생활은 화려함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1차 지명을 받고 입단한 김재호는 10년의 백업 생활을 버티며 어렵게 주전 자리를 차지했고 주전이 된 후에도 항상 팀을 먼저 생각하며 조연을 자처했다. 21년의 커리어를 마감하는 김재호가 야구팬들의 박수를 받으며 그라운드를 떠날 자격이 충분한 이유다.
두산 베어스 구단은 14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2004년부터 올해까지 두산에서만 21년 동안 활약했던 유격수 김재호가 구단에 은퇴 의사를 밝혔다고 발표했다. 김재호는 "꽃을 피우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끝까지 믿고 응원해주신 팬들 덕에 21년의 현역 생활을 잘 마칠 수 있었다"며 "비록 유니폼을 벗지만 마음은 언제나 두산 베어스와 함께 할 것이다. 앞으로도 뜨겁게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 2004년 두산에 입단해 21년 동안 '원클럽맨'으로 활약한 김재호는 올 시즌을 끝으로 그라운드를 떠난다. ⓒ 두산 베어스
데뷔 10년 만에 어렵게 주전 차지
1990년대 주전 유격수로 활약했던 김민호(롯데 자이언츠 수비코치)가 잦은 부상으로 은퇴시기가 가까워오자 두산은 차세대 유격수 모집(?)에 나섰다. 비록 '천재'로 불리던 성남고 유격수 박경수 쟁탈전에서는 '잠실라이벌' LG 트윈스에게 패했지만 육성선수로 손시헌(SSG 랜더스 수비코치)이라는 원석이 입단했고 200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천안북일고 출신의 유격수 유망주 나주환을 지명했다.
두산은 젊은 유격수 2명을 확보한 상태에서도 2004년 신인 드래프트 1차지명으로 중앙고의 유격수 김재호를 선택했다. 선린인터넷고의 투수 윤희상(KBS N 스포츠 해설위원)과 덕수정보고의 외야수 최진행, 이용규(키움 히어로즈) 같은 좋은 자원들이 있었지만 두산은 대형 유격수 유망주 김재호를 놓치지 않았다. 물론 기대를 받고 입단한 김재호의 프로 생활이 처음부터 탄탄대로였던 것은 아니다.
프로에서 2년을 보낸 후 상무에서 병역의무를 마친 김재호는 2008년 112경기에 출전하면서 1군에서 자리를 잡는 듯 했지만 2009년 주전 유격수 손시헌이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다시 기회를 잃었다. 설상가상으로 2009년에는 청소년대표 출신의 내야 유망주 허경민(kt 위즈)이 입단했고 김재호는 주전 확보는커녕 백업 경쟁에서도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었다.
10년 동안 인고의 시간을 견딘 김재호는 2013 시즌이 끝나고 손시헌이 NC 다이노스로 이적하면서 드디어 기회가 찾아왔다. 2014년부터 두산의 주전 유격수로 활약한 김재호는 2015년 133경기에 출전해 타율 .307 126안타3홈런50타점63득점을 기록하면서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힘을 보탰다. 김재호는 이어진 프리미어 12에서도 주전 유격수로 활약하며 한국의 우승 멤버로 활약했다.
김재호는 2016년에도 137경기에서 타율 .310 129안타7홈런78타점69득점의 성적으로 두산의 한국시리즈 2연패를 이끌었고 2018년엔 커리어 3번째 3할 타율(.311)을 기록했다. 김재호는 주전으로 도약한 2014년부터 2020년까지 부상으로 고전했던 2017년을 제외하고 6번이나 120경기 이상 출전하는 꾸준한 활약을 선보였다. 김재호는 FA자격을 얻었을 때도 각각 4년 50억 원, 3년 25억 원에 두산과 재계약했다.
아직 나타나지 않은 김재호의 후계자
두 번째 FA계약 당시 어느덧 30대 중반이 된 김재호는 더 이상 전성기의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2021년 89경기에 출전해 타율 .209로 데뷔 후 최악의 성적을 올린 김재호는 두산이 9위로 추락한 2022년에도 102경기에서 타율 .215에 그쳤다. 많은 야구팬들이 김재호의 은퇴가 임박했다고 입을 모았지만 김재호는 지난해 91경기에서 타율 .283로 반등에 성공하며 '천유'의 건재를 알렸다.
지난해 시즌을 끝으로 두산과의 3년 계약이 마무리된 김재호는 올해 현역 연장을 선택했지만 연봉 협상이 늦어지면서 스프링캠프에 합류하지 못했다. 김재호는 2월 뒤늦게 연봉계약을 체결하고 2군 캠프에 합류했지만 몸을 만드는 시간이 늦어지면서 시범경기에 출전하지 못했고 개막엔트리에도 포함되지 못했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김재호의 21번째 시즌이 허무하게 끝날 위기가 온 것이다.
5월에는 1군에 합류해 57경기에 출전하면서 타율 .302 38안타1홈런11타점20득점이라는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특히 전민재와 박준영, 이유찬 등 김재호의 후계자 경쟁을 했던 선수들이 하나같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불혹을 바라보는 노장 김재호의 활약은 더욱 빛났다.
하지만 김재호도 결국 세월의 흐름을 이기지 못하고 올 시즌을 끝으로 21년의 현역 생활을 마감하기로 결정했다.
김재호가 은퇴하고 허경민이 이적하면서 두산은 한국시리즈 3회 우승과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던 주전 내야수 2명을 동시에 잃게 됐다. 물론 두산의 내야에는 장타력을 갖춘 박준영과 안정된 수비를 자랑하는 전민재, 내외야를 겸업하는 멀티 플레이어 이유찬 등 새로운 유격수 후보들이 많다. 현재 두산 내야에서 풀타임 1군 주전 경험이 있는 선수는 1루수 양석환과 2루수 강승호뿐이다.
3개의 우승 반지와 2년 연속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이라는 커리어가 있지만 사실 김재호의 선수생활은 화려함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1차 지명을 받고 입단한 김재호는 10년의 백업 생활을 버티며 어렵게 주전 자리를 차지했고 주전이 된 후에도 항상 팀을 먼저 생각하며 조연을 자처했다. 21년의 커리어를 마감하는 김재호가 야구팬들의 박수를 받으며 그라운드를 떠날 자격이 충분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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