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이 새들을 만나다니... 기대 이상입니다
[방문기] 하도리 철새도래지의 습지보호지역 지정을 기원합니다
▲ 노랑부리어저새의 모습 ⓒ 이경호
제주 하도리 철새도래지는 국내 유일의 저어새 월동지였다. 불과 20여 년 전까지는 그랬다.
동남아로 겨울철에 이동하던 저어새가 유일하게 월동할 수 있는 대한민국 땅이었던 제주 하도리는 지금 철새들로 가득했다. 철새도래지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30여년쯤 전이다. 멸종위기종이었던 저어새의 유일한 월동지로 탐조인에게는 더 잘 알려져 있다. 저어새 복원에 적극 나서면서 새들이 늘어나고 국내에 여러 곳에서 저어새는 월동하지만, 아직까지도 하도리는 매우 중요한 철새도래지다.
▲ 하도리의 모습 ⓒ 이경호
이런 철새도래지였던 하도리를 그동안 한번도 와보지 못했다. 제주도를 방문했을 때 시기가 맞지 않거나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지난 14일 그곳을 찾아가게 되는 데에 유난히 기대를 많이 했다.
기대를 품고 갔던 하도리의 탐조는 기대 이상이었다. 작은 탐조대를 통해 새들을 볼 수 있었다.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 종은 민물가마우지였다. 양식장이 었던 하도리의 흔적인 현무암으로 만들어진 경계에 빼곡하게 앉아 있는 모습은 민물가마우지 서식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반갑다, 저어새야
▲ 휴식을 취하는 저어새의 모습 ⓒ 이경호
저어새 월동지로 알려진 만큼 총 7개체의 저어새를 확인했다. 우리나라 서해안에서 90% 이상이 번식하는 새가 바로 저어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저어새를 겨울이면 늘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하도리 철새도래지다. 고향인 서해를 떠나 동남아에서 주로 월동하지만 하도리에는 겨울까지 월동하면서 국내 일부 텃새로 자리잡고 있다.
저어새 복원을 위해 노력한 연구자들과 시민사회의 노력으로 저어새의 개체수가 증가하면서 적은 개체수 일부가 일부 지역에 월동하는 것이 꾸준히 확인되고 있는 종이다. 어찌 됐든 하도리에서는 저어새를 내년 봄까지는 만날 수 있게 됐다.
저어새뿐만 아니라 노랑부리저어새도 1개체가 월동 중이었다. 저어새와 노랑부리저어새를 함께 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하도리에서는 2종을 같이 만날 수 있다. 노랑부리저어새는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의 보호종이다. 두 종이 같이 있는 모습을 만날 수 있는 하도리는 더 특별하다.
매와 물수리도 안녕
▲ 비행하는 매 ⓒ 이경호
하도리는 특히 종다양성이 매우 높아 보였다. 하도리는 그리 넓지 않지만 다양한 수금류와 섭금류가 공존하고 있다. 쇠오리, 홍어리오리, 청머리오리, 고방오리, 알락오리, 흰뺨검둥오리, 청둥오리, 넓적부리, 흰죽지, 댕기흰죽지, 물닭, 논병아리, 민물가마우지, 저어새, 노랑부리저어새, 쇠백로, 중대백로, 왜가리, 깝작도요, 매, 물수리, 박새, 촉새, 딱새, 참새를 확인했다. 2시간의 탐조로 24종을 만났다. 다양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저어새를 제외하고 가장 특별하게 만난 두 종은 매와 물수리다. 매는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다. 이날만 해도 매 2개체가 필자의 머리 위를 비행해 날아갔다.
도시화가 가속되면서 이제 해안가나 도서지역에서만 일부 개체가 확인되는 종이 매다. 매는 사냥술이 뛰어나고 새중에서 가장 빠르게 비행하는 것으로 유명한 새다. 수직낙하 하면서 먹이를 찾는 매에게는 천적이 거의 없을 정도다. 이런 매 2개체가 서식하고 있었다.
▲ 물수리의 비행 ⓒ 이경호
멸종위기종 2급인 물수리도 2개체가 월동중이었다. 우리나라 강의 하구를 주로 찾는 나그네새겸 일부 지역에서 월동하는 겨울철새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 등재된 보호종이기도 하다. 물수리는 먹이 저장하는 습성이 있는데, 바닷가 바위틈에 저장된 물고기가 바닷물에 절여지는 것을 보고, 물수리 초밥이 유래됐다.
오직 물고기만 사냥하는 물수리의 습성 때문에 물고기 수리라고 하며, 전세계 1과 1속 1종이 있는 거의 유일한 조류이기도 하다. 물고기를 주로 사냥하기 때문에 최근 중금속과 화학물질의 오염에 노출돼 위험에 노출된 조류다. 이 조류가 하도리에서는 매년 월동하고 있다고 한다.
▲ 하도리를 찾은 겨울철새. ⓒ 이경호
하도리는 철새도래지이지만 아직 보호지역으로 지정돼 있지 않다. 30여 년간 철새도래지로 알려진 지역이 아직도 보호지역이 아닌 것이 의아하기도 하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처장은 "하도리의 경우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될 것이라며, 환경부와 주민과 시민사회가 공감대를 형성해 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양한 새들과 멸종위기종들이 월동하는 하도리가 습지보호지역으로 빠르게 지정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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