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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조은희 "명태균 만났고 안다, 영남 황태자? 하고 싶었겠지"

김영선·김종인 소개로 만난 사실 인정, 명씨 도움은 부인...통화 여부엔 "기록 봐야"

등록|2024.11.16 10:34 수정|2024.11.16 12:49

조은희 "명태균 영남 황태자? 하고 싶었겠지" ⓒ 김화빈·복건우·소중한


'명태균 리스트' 중 한 명이자 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녹음파일에 등장하는 조은희 국민의힘(서울 서초갑, 재선) 의원이 명씨와 만난 사실을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처음 인정했다. 명씨는 녹음 파일에서 지인에게 "조 의원이 (나를) '영남의 황태자'라고 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조 의원은 '영남 황태자' 발언에 대해 "그런 말은 제 용어가 아니"라면서 명씨와 관련성을 부인했다. 다만 명씨와 통화 여부에 대해선 "통화 기록을 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확답하지 않았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14일 오후 1시 30분께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실 앞, 오후 3시 30분께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조 의원에게 명씨와의 관계 등을 물었다.

조 의원은 "(2021년 서울시장 경선 때) 김영선 전 의원이 전화를 해왔고 '김종인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명씨를) 만나보라고 했다'고 해서 두 분(명태균·김영선)을 만난 적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기자 출신인데 황태자라는 단어를 안 쓴다"라며 "영남 황태자는 (명씨) 본인이 하고 싶었겠죠"라고 주장했다. '명태균 리스트'에 대해서는 "(명씨가 영남 황태자 같은) 그런 말을 했으니까 (리스트에) 넣었을 것"이라며 "(명씨가) 자랑하는 사람은 다 넣었지 않았겠나"라고 덧붙였다.

"통화한 적 없다"... 2시간 후 "기록 봐야"

▲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이 14일 오후 1시 30분께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 직후 명태균씨와의 관계를 묻는 <오마이뉴스>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복건우


민주당이 지난 10월 31일 공개한 녹음파일에 따르면, 명씨는 2022년 6월 지인과의 통화에서 '조 의원이 자신을 영남 황태자라고 칭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아까 조은희 전화 왔더라고. '대표님 이제', 나보고 이러대. '광역단체장 둘이 앉히시고. 김진태, 박완수, 진짜 생각하신 대로.' 지(조은희)는 알잖아. 한 1년 반 전에 나를 봤으니까. (조은희가) '생각하신 대로 두 사람 다 앉히고, 저 조은희도 만들어 주셨고, 김영선도 만들었으니까, 이제 우리 명 대표님은 이제 영남의 황태자십니다' 이러대. 참 내가 기가 차서. (그래서 내가) '(윤석열·김건희) 대통령 내외분께서 해 주신 겁니다. 제가 한 게 아니고(라고 말했어. 그러자 조은희가) '아니 우리 명 대표님이 다 했잖아요, 제 것도 그렇고'(라고 말했어.)" - 명씨, 2022년 6월 지인과 통화

조 의원은 지난 1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 직후 <오마이뉴스>가 "명태균 관련해 질문을 드리려고 한다"라고 묻자 "행사에 가야 한다"며 발걸음을 엘리베이터로 옮겼다. 그는 처음 명씨와의 통화 여부를 물었을 때 "그런 일 없다"고 잘라 말했다.

- 2022년 (6월 명씨) 음성파일에 의원님이 (명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오는데.)
"아닙니다. 그런 일 없습니다."

- 전화하신 사실 없으세요?
"네."

이어 조 의원은 '(녹음파일의 발언이) 명씨의 일방적인 (주장인가)' 묻자 "<조선일보>를 보십시오"라고 답했다(조 의원은 지난 1일 <조선일보> 보도를 통해 "명씨의 일방적인 허풍이 반영된, 허위 사실의 내용"이라고 밝혔다). 도착한 엘리베이터에 오른 조 의원은 "나중에 하시죠"라고 말하기도 했다.

▲ 윤석열-김건희 대통령 부부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가 8일 오전 창원지방검찰청에 소환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윤성효


<오마이뉴스>는 약 2시간 뒤 국회 본회의장에서 다시 조 의원을 만나 명씨와의 통화 여부를 재차 물었다. 조 의원은 '아까 (명씨와) 전화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는데'라고 질문하자 "아뇨. (영남 황태자 발언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지) 전화한 사실이 없다는 게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저는 명씨를 안다"라며 그 과정을 설명했고 "(통화) 기록을 봐야 하는 상황이고 제가 (지금) '통화를 안 했다, 했다'고 할 순 없다"라고 말했다.

- 어떻게 (명씨를) 알았나요?
"왜냐하면 (제가 출마한) 서울시장 (2021년 보궐선거) 경선 때 김종인 위원장이 만나보라고 보내셨거든요."

- 김 위원장을 통해서?
"아니, 김영선 의원이, 그때는 명태균씨를 몰랐고요. 김영선 의원이 전화를 해와서 '김종인 위원장이 만나고 오라고 했다' 그래서 만난 적이 있어요."

- (김영선의) 전언으로 그러면 (만났다?)
"아니 그래서 만난 적 있다고요, 두 분(명태균·김영선)을요. 그런데 제가 그분이 명태균인지 몰랐고 나중에 (명씨가) 저한테 명함을 보내줬어요. 그래서 통화는 언제 했는지 기록을 봐야 하는 상황이고 제가 '통화를 안 했다, 했다'고 할 순 없고요."

- 김종인 위원장을 통해 (명씨를) 만났단 말인가요?
"그때 (2021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 때, 제가 김종인 위원장을 (2020년) 12월 11일(인가), 12월 1일에 찾아뵀으니까. 그때 (김 위원장이) '조사해보니까 조은희가 굉장히 포텐셜(잠재력)이 있다' 그런 말씀을 주시는데, 김종인 위원장이 보냈다는 사람(명태균·김영선)을 제가 안 만날 수 있겠어요?"

"명씨가 선거에 도움? 그런 적 없어"

▲ 2022년 2월 17일, 당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조은희 국회의원(서울 서초갑) 보궐선거 후보가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유세에서 손을 맞잡고 인사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조 의원은 2022년 3월 대선과 함께 치러진 국회의원(서울 서초갑) 보궐선거에서 당선됐다. 조 의원은 이 선거에서 도움을 줬다는 명씨의 주장 역시 강하게 부정했다. 서초구청장을 그만두면서 경선에서 페널티를 받고, 경선 상대가 이례적으로 많았다는 등의 이유를 내세우며 "악조건 속"에서 선거를 치렀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영남 황태자와 같은 발언은 물론, 명씨에게 감사 인사를 한 사실도 없었다는 게 조 의원의 주장이다.

- (명씨에게) 영남 황태자라는 발언을 하지 않았는지?
"그런 말은 제 용어가 아니에요. 제가 (2022년 3월 국회의원 보궐)선거도 정말 경선을 어렵게 치렀어요. 굉장히 악조건 속에서 경선을 했거든요. (명씨가) 도와준 준 적이 없는데 제가 (명씨가 주장하는 것처럼) '도와줘서 고맙고' (그런 말을 했겠어요?).

그리고 저는 서울시 부시장 출신이라 지역 개념이 없습니다. 제가 기자 출신인데 황태자라는 단어도 안 씁니다. '영남 황태자'라는 건 (명씨) 본인이 하고 싶었겠죠. 명씨의 그 말을 제가 보니까, 자기 주변에 자랑한 거였더라고요. 방송에서 인터뷰하거나 나를 (앞에) 두고 한 이야기가 아니고 (지인 등과) 자기들끼리 '나 이런 사람이야' 한 거더라고요."

조 의원은 명씨와 함께 일한 강혜경씨가 공개한 '명태균 리스트'에 자신이 포함된 것을 두고도 명씨의 자기 과시의 결과물이라고 반박했다.

- 강혜경씨가 명태균 리스트, 정치인 리스트에 의원님을 넣었는데요.
"(명씨가 강씨에게) 그 말(영남 황태자)을 했으니까 넣었겠죠. 그때는 뭐 관계없는 사람들을 (리스트에) 다 넣고, (명씨가) 자랑하는 사람은 다 넣었지 않겠어요?"

조 의원과 나눈 대화의 상세한 내용은 기사 맨위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한편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 등의 핵심 인물인 명씨와 김 전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증거인멸 우려" 등의 이유로 구속됐다.

▲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과 미래한국연구소의 불법 여론조사 의혹 등 사건의 핵심 인물인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과 명태균(오른쪽) 씨가 14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법원(창원지법)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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