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성범죄 말로만 대책 이젠 그만"
혐오세력에 맞서 딥페이크 성범죄 OUT 말하기대회 '분노의 불길' 9차 집회 열려
▲ 집회 참여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서울여성회
8일 저녁 7시 '딥페이크 성범죄 OUT 공동행동'은, 서울 강남역에 모여 지난 6일 국무조정실에서 발표한 관계 부처 합동 딥페이크 성범죄 대응 강화 방안(범정부 종합대책)의 부실함을 규탄하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서울여성회와 서울여성회 페미니스트 대학생 연합동아리가 주관하고 81개 시민사회단체 및 대학 내 단체와 200여 명의 개인 참여자들로 구성된 '딥페이크 성범죄 OUT 공동행동'은 지난 8월 30일부터 매주 금요일 오후 7시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에서 말하기 대회 '분노의 불길'을 이어 오고 있다.
▲ 박지아 서울여성회 성평등교육센터장이 여는 발언을 하고 있다 ⓒ 서울여성회
박지아 서울여성회 성평등교육센터장은 여는 발언을 통해, 이번 범정부 종합대책이 "서지현 전 검사님이 팀장으로 있었던, 윤석열 정부가 해체해 버린, 2022년 법무부 디지털 성범죄 TF 개선안을 기준으로 해도, 내용이 부족하다"며 "이미 다 나와있는 대안도 제대로 담지 않은 것", "딥페이크 성범죄를 해결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종합대책이 아니라, 하기 어렵거나 윤석열 정권이 싫어할 만한 것은 빼고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을 모아놓은 것에 불과"하다며 정부의 의지 없음을 질타했다.
박 센터장은 특히 성착취물로 인해 번 부당이익을 몰수하는 법안 등, 2017년과 2019년 정부종합대책에 있었는데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다시 들어간 항목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2017년 디지털성범죄 피해방지 종합대책, 2019년 웹하드카르텔 방지대책, 2020년 텔레그램 n번방 방지법까지 그동안 무수히 많은 정부 종합대책들이 있었는데도 이것이 지켜지지 않은 것이 의미하는 것은 "정부가 그동안 만들어놓기만 하고 한번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이라며 "국민들이 분노하면 대책을 발표하고 그냥 시간이 지나가길 기다리는 것이 얼마나 더 반복되어야 하느냐"고 분노했다.
또한 "모두의 안전이 무엇보다도 필요한 시기라는 것, 그것을 누군가에게 기대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힘으로 만들겠다는 것, 우리가 모이면 어떤 혐오 세력보다도 강하다는 것, 우리는 서로 용기가 되어 성차별 사회와 여성폭력 젠더폭력을 끝장 낼 때까지 서로를 지키며 포기하지 않고 싸울 것"이라는 의지를 다졌다.
중요한 것은 "젠더에 기반한 폭력이라고 인식하는 것"
▲ 김여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가 거리 강연을 하고 있다. ⓒ 서울여성회
이날 말하기 대회에서는 김여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의 거리 강연도 함께 진행되었다. 김 대표 또한 지난 6일 발표된 범정부 종합대책의 한계를 지적하고, 딥페이크 성범죄 해결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딥페이크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넘어서서 딥페이크 문제가 왜 심각한지를 다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 김여진 대표는 현재 정부가 발표한 종합대책에서 빠져 있는 것으로 "디지털 성범죄를 젠더에 기반한 폭력으로 보는 관점"을 짚었다.
국가는 왜 계속 디지털 성범죄를 '범죄'로 강조할까요? 지난 신림 공원 성폭력 살해사건 당시 국가에서 내놓은 대책은 '장갑차를 대동시키는 것'이었어요. 성폭력의 발생 원인을 구조적 성차별이 아니라 '가해자 개개인이 악마라서' 분리시켜야 한다고 보는 것이죠. 그렇게 되면 국가는 어떤 폭력사건이 발생했을 때 국가책임을 지울 수 있게 됩니다.
그러면서 디지털 성범죄의 중요한 구조로 "내 신체를 신체이미지로 재현하고, 그 재현물을 누군가 소비함으로써 완성되는 폭력"이라는 '신체-신체 이미지-소비'의 3단계 구조로 설명했다. 즉 "누구를 성적대상화 하기 위해, 누구를 통제하기 위해, 누구의 사회적 평판을 훼손시키기 위해 그 이미지들을 소비하고 활용하는 것인지"를 눈여겨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빅테크 기업들의 책임도 물었다. 실제로 2023년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의 보고서에 따르면 구글같은 경우는 콘텐츠 신고 시스템이 지나치게 복잡하여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의 고통을 가중시킨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하였다. 돈벌이가 되기 때문에 불법 성착취 사이트들을 수수방관하고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 구글, 유튜브, 텔레그램과 같은 빅테크 기업들에 대해 "디지털 성폭력이 젠더폭력이라는 관점에 입각해야 이들에게 제대로 된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복되는 일터와 삶터에서의 여성들에 대한 성적 대상화
▲ 행동하는 간호사회 (행페) 소속 김주희씨가 발언하고 있다. ⓒ 서울여성회
이어서 행동하는 간호사회 페미니스트 모임 김주희씨는 "어떤 여성도 안전하지 않은 사회, 문제를 고발해도 제대로 된 대처가 이루어지지 않는 우리 사회가 과연 건강한 사회인지 묻고자"한다며, "딥페이크 성폭력이 기승을 부리자 정부는 이에 대한 처벌 및 수사를 강화하겠다"고 했으나, "정부도, 여가부도, 교육부도, 그 어떤 곳에서도, 가장 문제인 딥페이크 성폭력 피해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N번방 사건 당시 '간호사방'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그는 "간호사뿐 아니라 경찰, 군인 등 N번방 때에도 쉽게 성적 대상화가 이루어진 수많은 여성들과 지금의 딥페이크 성범죄는 분명히 연결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것은 "여성을 성적으로 소유하고 제압하는 것을 가능케 하는" 원인으로 "여성 착취를 매개로 이루어진 남성 중심 권력의 확장"으로 짚었다. "혐오에 지지 말자"는 그는 "내 주변의 한 사람, 단 한 사람이라도 더 잃지 않고 지킬 수 있도록, 다음 세대를 위해 더 나은 미래를 반드시 만들자고 이 자리에서 약속하자"고 말했다.
온라인 공간은 가상세계 아닌 '그냥 현실'
▲ 강나연 서페대연 운영위원이 발언하고 있다 ⓒ 서울여성회
강나연 서페대연 운영위원은 대학의 딥페이크 문제에 대해 '한 줄 대책'을 발표한 딥페이크 범정부 TF를 비판했다. 정부는 딥페이크 성범죄가 심각한 범죄임을 알리는 인식개선프로그램으로 '예방 프로그램 체험 부스를 6회 진행'하고, 성폭력 담당자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해 '담당자 교육 3회, 모의훈련 1회'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강 운영위원은 "딥페이크 성범죄 가해자가 자신이 한 일이 범죄 행위임을 몰라서만 행하는 것이 아니"라며 "피해자들에게 모욕감을 주기 위해서 행하는 고의적인 행동"임을 지적했다. 따라서 "젠더 관점이 포함된 실효성 있는 폭력예방교육을 의무화하는 대책"과 "인권센터의 예산을 확충하고 전문인력을 확대하는 실질적인 대책"을 요구했다.
강 운영위원은 정부가 "대학생들이 느끼는 분노를 이해하지 못했다"며 대학 딥페이크 문제의 심각성과 청년 대학생이 딥페이크 성범죄에 공감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대학은 계속해서 딥페이크 성범죄가 벌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잠재한 곳"이라고 강조하며, 대학이라는 타이틀은 "딥페이크 성착취물의 하나의 장르"가 되었으며 "딥페이크 성범죄를 가능하게 하는 하나의 플랫폼"이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 대학생들에게 온라인 공간은 가상세계가 아닌, 오프라인 공간과 크게 구분되지 않는, '그냥' 현실"이라며 청년 대학생들이 딥페이크 성범죄 문제에 분노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우리는 오프라인과 마찬가지로 온라인 세계에서 자신과 타인을 인식하고, 자아를 형성하고, 우리가 어떤 사회에서 살고 있는지 이해하고 배우며 감각합니다. 심지어 온라인으로 청원하기, 댓글 쓰기 등을 하면서 여론을 만들어내는 사회운동도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일상의 공간이 너무나 쉽게 그리고 광범위하게 침해당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딥페이크 성범죄입니다. 이것이 딥페이크 성범죄를 규탄하는 연서명에 1100(천 백)여 명의 청년 대학생이 단기간에 모인 이유입니다.
"누군가는 계속해서 싸우고 있다는 희망을 주고싶어요"
▲ 30대 직장인 김지은씨가 발언하고 있다 ⓒ 서울여성회
30대 직장인 페미니스트 김지은씨는 N번방 사태 당시 "우리는 그들에게 인간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어 불법촬영, N번방, 딥페이크에서 가해자가 여성들을 '능욕'하려는 것은, "트로피, 성욕 해소 도구이자 가사노동 전담자, 상냥하고 순종적인 위로자여야 하는 여성"에게 "수치심을 주고 능욕함으로써 원래 되었어야 할 하등한 존재로 만드는 것"이라고 분노했다.
그럼에도 그는 페미니스트로서 "누군가는 계속해서 포기하지 않고 싸웠다는 희망을 주고싶다"며 용기를 전했다. 그는 페미니스트가 된 뒤로 "부조리와 차별에 눈을 감아버릴 수는 없지만, 세상은 변하지 않는 것 같아서" 절망적이고 불행했지만, 5.17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 추모 행동을 경험하며 세상이 변한다고 믿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저는 이 싸움을 계속하고자 합니다. 세상이 변한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이전에 제가 얼마나 절망스러웠고 외로웠는지 알기 때문입니다. 이제 그 누구도 저처럼 홀로 싸우다 고립되어 절망을 느끼며 포기하게 두지 않을 것입니다. 누군가는 계속해서 포기하지 않고 싸웠다는 희망을 주고자 합니다.
이어 그는 "홀로 견디고 싸우고 분노하다 결국 지쳐서 쓰러지는 여성들이 없도록 우리 서로의 우리가 되어줍시다"라며 발언을 마무리했다.
▲ 한신대 보라성 노래패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 ⓒ 서울여성회
이번 집회에서는 한신대학교 노래패 보라성의 특별공연이 있었다. 보라성은 <처음처럼>을 부르며 딥페이크 성범죄 해결의 의지를 다졌다. 이어진 퍼포먼스는 11월 6일 범정부 딥페이크 성범죄 대응 강화 방안이 근본적 해결의 의지가 없는 기존 대책 반복이라는 점을 규탄하고 실질적 대책을 요구했다.
▲ 집회 참여자들이 퍼포먼스 피켓을 들고 있다 ⓒ 서울여성회
▲ 집회 참여자들이 퍼포먼스 피켓을 들고 있다 ⓒ 서울여성회
윤석열정부 딥페이크 성범죄 범정부종합대책 규탄한다!
딥페이크 성범죄 해결을 위한 실효성있는 구체적 규제 실행안 마련하라!
딥페이크 성범죄 예방 및 해결을 위한 실질적 예산 확충하라!
대학 내 폭력예방교육 의무화 대책 마련하라!
딥페이크 성범죄 OUT 공동행동은 11월 22일까지 이어진다. 11월 22일 말하기 대회는 11월 25일 세계 여성폭력 추방의 날 공동행동으로 진행된다.
딥페이크 성범죄 OUT 공동행동은 매주 금요일 저녁 7시, 강남역에서 말하기대회를 이어갑니다.
[딥페이크 성범죄 OUT 공동행동 소식 보기]
서울여성회 인스타그램 @seoulwom
서페대연 인스타그램, 트위터 @seoulfemi
[딥페이크 성범죄 OUT 공동행동 단체/개인 참여신청, 집회 참여 및 발언 신청]
https://bit.ly/deepfakeout
[딥페이크 성범죄 OUT 대학생 공동행동 단체/개인 참여신청]
https://bit.ly/deepfakeout_un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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