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한마디에 감동·눈물의 찬사 쏟아졌다
6개 세종시민사회, 다큐 영화 '괜찮아 앨리스' 공동관람...개봉날 함께 만든 '감동 쪽지'
▲ 13일 세종 메가박스 나성점에서 '괜찮아 앨리스'를 본 관객들이 "괜찮아 앨리스"를 외치며 손을 흔들고 있다. ⓒ 김병기
"출렁 다리는 건너는 당신을 응원합니다... 지금의 눈물이 변화를 시작하는 물결이 되기를."
"아이들의 빛나는 웃음에 눈물이... 헬조선이 아닌 살만한 세상을 만드는 데 노력하겠습니다."
"괜찮아~ 50살인 나도 듣고 싶은 말... 낼 수능 보는 홍00, 괜찮아~"
다큐멘터리 영화 <괜찮아 앨리스>를 본 관객들은 위와 같은 감동의 말들을 쏟아냈다. 전국 100여개 영화관에서 이 영화가 개봉하던 날인 지난 13일, 메가박스 세종 나성점에서 열린 공동관람 후기였다. 이날 영화는 세종환경운동연합, 세종YMCA, 세종교육희망네트워크, 세종참여차지시민연대, 전교조 세종지부, 세종교육연구원 등이 공동 주관했다.
▲ 13일 세종시에서 '괜찮아 앨리스' 공동상영을 추진한 단체 관계자들이 인사를 하고 있다. ⓒ 김병기
이 단체들은 영화 관람 시각인 오후 7시를 30여분 앞두고 상영관 앞에서 관객들을 맞았다. 70대의 어르신, 초등학교 아이의 손을 잡고 온 30대 주부, "아이들 다 키웠다"는 50~60대의 부모들, 그리고 중고등학생들과 청소년 등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100여명의 관객들이 모여들었다. 단체의 초청장을 받거나 개인적으로 예매를 한 시민들이다.
예매 명단을 확인한 단체 관계자들은 상영관에 들어가는 관객들에게 A4용지 절반 크기의 대형 영화티켓을 발행했다. 이날, 선착순 자유석제로 운영해서 좌석 번호는 없었지만, 이 영화 티켓에는 영화관람에 대한 소감문을 적는 공란이 마련돼 있었다. 단체 관계자들은 볼펜을 건네며 "영화를 본 뒤 이 공란에 소감을 간단히 적어달라"고 요청을 했다.
박창재 세종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의 사회로 간단한 사전 행사도 진행됐다. 박 처장은 "오늘 개봉하는 이 영화를 기폭제로 삼아서 사회 변화의 걸음이 줄줄이 이어지는 새로운 물결, 새로운 시작을 맞이했으면 좋겠다"면서 "우리 모두가 이제부터 앨리스가 되자"고 공동관람의 추진 취지를 밝혔다.
성은정 세종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앨리스에게 괜찮냐고 물어보기 전에, 내 자식이 입시경쟁에서 조금 뒤처져도, 좀 더디게 가도 괜찮다고 말하기 전에 나부터 괜찮은지 자신에게 물어보았으면 한다"고 말했고, 이미경 세종교육희망네트워크 대표는 "성적보다는 자기가 원하는 즐거운 삶을 살라고 자녀들에게 편히 이야기하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이주봉 세종YMCA 사무총장은 "얼마 전 청소년들과 농구대회를 하는데, 예선전에서 진 1학년 학생들이 집으로 돌아가면서 '오늘 목표가 1골이었는데, 2골을 넣어서 너무 좋다'고 말하는 것을 들으며 나도 좋아했는데, 오늘 이 영화를 본 뒤에도 그런 감흥이었으면 좋겠다"는 기대감을 표시했다.
영화 상영 전후, 소감 나누기 행사... "감동받았다" "눈물 났다"
▲ 13일 메가박스 세종나성점에서 상영한 '괜찮아 앨리스'를 본 뒤 소감을 나누고 있다. ⓒ 김병기
▲ 13일 ‘괜찮아 앨리스’ 개봉하던 날 쏟아진 감동의 소감문 #shorts ⓒ 김병기
러닝타임 75분의 영화가 끝난 뒤에도 자리에서 뜨지 않고 잠시 앉아서 소감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맨 처음 손을 든 한 초등학생은 "처음에는 보기 싫었는데, 영화를 계속 보다보니 나와 관련이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감동받았다"고 박수를 받았다. 이어 김현옥 세종시의회 의원은 "괜찮아라는 말이 이렇게 깊고 넓고 따뜻한 말인지를 새삼 되돌아보는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이상미 전 전교조 세종지부장은 "표정이 늘 어두운 대부분의 아이들이 핸드폰으로 유튜브를 볼 때만 킥킥거리며 웃는데, 영화에서 본 꿈틀리 아이들이 해맑게 웃는 모습을 보면서 눈물이 났다"면서 "학교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이 영화를 보여줄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짧은 소감 나눔의 행사 때 말을 하지 못했던 관객들은 영화관을 나서면서 사전에 나눠준 영화티켓을 단체에 전달했다. 작은 글씨로 깨알같이 적거나, "지금 당장 행복할 권리를 찾자!" 등 간단하게 한 문장을 쓴 소감문 60여 개가 함에 쌓였다. 대부분 "감동했다" "눈물난다" "좋은 영화 만들어줘서 고맙다" 등 찬사 일색이었다.
반납한 영화티켓에 적힌 소감... "멈춰서도 괜찮다고 나에게도 말하고 싶다"
▲ 괜찮아 앨리스 영화를 본 소감문 ⓒ 김병기
▲ '괜찮아 앨리스' 영화에 대한 소감문 ⓒ 김병기
이날 관객들이 남긴 소감문 몇 장을 아래에 옮긴다.
"변화는 늘 누군가의 시작으로부터 물결을 이루게 되는 데, 당신의, 우리의 눈물이 물결이 되기를... 사랑합니다!"
"괜찮아, 아들아! 속도가 아닌 방향이니 쉬엄쉬엄. 다 괜찮아! 나도 괜찮단다!"
"조카가 내일 수능시험을 보는 데 시험을 잘 보았느냐는 말 대신 괜찮다고 응원해줄 겁니다. 좋은 영화 감사합니다."
"가끔은 정말 이 길이 맞는 것인지 머뭇거리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 어느 길로 가도 괜찮다고 위로를 받았다."
"60을 앞둔 엄마로서 얘들에게 참 미안하네요. 괜찮다는 말을 하면서 내 행동은 화내고, 불만스런 얼굴을 했었네요. 좋은 영화 감사합니다. 밝은 세상은 교육에서 시작한다는 말에 공감하면서 작은 응원 보냅니다."
"무엇을 위해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모두 달리기만 하고 있어요. 달리지 않아도 된다고, 멈춰도 된다고, 다른 길도 있다고 저 자신과 아이들에게 말해주고 싶은 영화였습니다."
한편, 독립영화인 <괜찮아 앨리스>는 2016년, 새로운 교육 실험에 나선 '꿈틀리인생학교'를 중심으로 한 청소년들과 그 부모들이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 이야기를 담은 다큐 영화다. 개봉일인 이날 전국 100여개 극장에서 단체나 관객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영화를 상영했고, 이날 누적관객 1만 명 돌파, 박스오피스 5위에 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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