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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돌아온 전 금감원 국장, 상황버섯에 꽂혔다

경남 함양 개평마을 천령상황버섯 강전 대표

등록|2024.11.15 14:50 수정|2024.11.15 16:59

▲ ⓒ 주간함양


따뜻한 차 한 잔이 자연스럽게 목을 타고 넘어가며 깊은 맛이 더해진다. 일교차가 큰 날의 아침에 마시니, 차가 더 잘 어울리는 계절이 온 듯하다.

강전 대표가 끓여준 상황버섯 차와 경남 함양군 개평마을의 가을 정취가 어우러져 마음이 차분해진다. 이 상황버섯은 지난 10월에 수확을 마친 강 대표의 손길로 얻어진 결과물이다.

"상황버섯은 면역력을 높이는 베타글루칸, 폴리페놀 등의 성분을 다량으로 함유하고 있습니다. 암을 예방하고 혈당 관리에도 좋고 피로회복과 노화방지에도 효과가 있죠."

상황버섯은 뽕나무, 참나무, 버드나무 등 활엽수에 자생하는 버섯으로 주로 뽕나무에 자라며 노란색을 띠고 있다. 나무에 붙어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일목요연하게 공중에 매달려 있는 모습이 참 독특하다.

1998년부터 참나무에 인공재배가 시작된 상황버섯. 현재 재배되는 품종은 장수상황, 고려상황, 마른상황인데 강 대표가 운영하는 천령상황버섯의 품종은 장수상황버섯이다. 상황버섯 물은 따뜻한 차로 마셔도, 시원하게 즐겨도 좋다. 또한 밥이나 수육, 백숙을 조리할 때 넣거나 직접 술을 담가도 좋다고 한다.

"이왕 농사를 짓는다면 사람 몸에 좋은 것을 키우고 싶다는 마음에 상황버섯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고향인 경남 함양은 공기도 좋고 물도 맑아 상황버섯 재배에 적합하다고 생각했죠."

올해 처음으로 상황버섯 농사를 시작한 그는 지난해 말, 무려 50여 년 만에 고향에 정착했다. 서울에 있으면서도 고향을 자주 오가긴 했지만, 일하며 정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6살 때 부모님을 따라 서울로 올라갔지만, 고향이어서 1년에 한두 번은 꼭 내려오곤 했죠. 그래서 여전히 친숙하고 익숙한 곳입니다. 물론 새롭게 정착하다 보니 약간 어색한 면도 있지만, 주민분들이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서울에 있을 당시 금융감독원에 몸담는 등 오랜 기간 금융 관련 일을 해온 강 대표. 그런 그가 전혀 다른 분야인 농업에 뛰어든 것은 큰 도전이었다.

"사실 주변에서 걱정이 많았어요. 농사를 한 번도 지어본 적이 없는데 잘할 수 있겠냐고요. 저도 물론 걱정은 됐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내려왔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조금 더 젊었을 때 왔더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상황버섯은 온도와 습도 조절에 매우 민감해 재배하기 까다로운 편이다. 올해는 특히 여름이 길어 관리가 쉽지 않았고, 이는 강 대표에게 큰 도전이 되는 출발점이었다.

"워낙 재배도 까다롭고 실패하는 사례도 많이 봐와서 처음 시작할 때 두렵고 걱정도 많았습니다. 금년에 기후가 좋지는 않았지만 다행히 안정적으로 재배와 수확 과정을 마친 한 해였습니다."

현재 함양에서 상황버섯을 재배하는 사람은 강 대표가 유일하다. 그는 산 높고 물 맑은 함양에서 재배한 상황버섯을 널리 알리고 판매하는 도전을 앞으로도 이어갈 계획이다.

"공들여 재배한 상황버섯을 잘 판매하는 것이 지금의 중요한 목표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버섯 하우스를 확장해 함양에 상황버섯 농가로서 제대로 자리매김하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건강한 상황버섯을 꾸준히 생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함양뉴스 (김경민)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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