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수사 정당화 시켜준 판결" 예상 깬 중형에 민주당 더 뭉친다
[분석] "황당무계""납득 못해" 쏟아진 비판들...정권 비판 여론 결집·대여 공세 수위 더 높일듯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5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 1심 선고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오고 있다. ⓒ 권우성
"황당무계하기 그지없다."
1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1심 결과 직후 통화한 민주당 내 한 전략통 중진 의원은 전화를 받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징역형.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만큼은 다수 민주당 의원이 무죄를 확신해 온 터라, 이날 1심 판결은 그야말로 폭탄이나 다름없었다.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될 경우 이 대표는 의원직 상실은 물론 10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돼 차기 대선 출마가 불가능해진다. 공직선거법 강행규정에 따라 항소심과 상고심 모두 3개월 내 결론이 나야 하는 것을 감안했을 때, 이재명 지도부의 위기는 빠른 속도로 닥쳐올 공산이 크다. 형 확정 시 민주당이 보전해야 할 대선 선거 비용만 434억 원이다.
당장 오는 25일 1심 결론이 나오는 위증교사 혐의 재판 결과도 낙관하기 힘든 처지다. 위증교사 혐의 역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될 시 역시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재명 지도부를 둘러싼 당내 분위기는 견고하다. 징역형이라는 예상을 뛰어넘은 중형 선고가 도리어 당내 결집에 힘을 실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당내 한 중진 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보복 수사를) 정당화 시켜준 판결"이라면서 "정치검찰의 정적 제거 의도에 부화뇌동한 결과"라고 1심 판결을 맹비난했다.
그는 이어 "일부 당 밖 비주류 진영에서 목소리들이 나올 테지만, 어떤 결과가 나와도 나올 말이기에 찻잔 속 태풍에 불과하다"면서 "(판결에) 오히려 납득할 수밖에 없는 지점이 있었다면 당 안에서 갑론을박이 일어날 수도 있었겠지만,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결과라 안에선 다른 목소리가 나오기 어렵다"고 봤다.
사법 리스크는 이재명 대표가 당권에 도전할 때부터 줄곧 제기된 문제인 만큼, 오히려 당장 큰 동요는 없을 거라는 해석도 나왔다. 당내 한 초선 의원은 "오늘이든 위증교사 판결이든 어떤 결론이 나온다 해도 동요는 없을 것"이라면서 "(사법 리스크는) 당 대표 선거할 때부터 계속 나온 이야기고, 결국 첫 판결이 나온 건데 당 구성이나 정치적 대외 상황을 보면 그렇게 혼란스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수도권 중진 의원 역시 "(당내 파장이) 전혀 없다고 볼 순 없지만 크게 변하는 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장기적 관점에서 지도부가 직면할 현실적 위기에 대해선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다른 한 중진 의원은 "당장 내부에서 변화는 없겠지만, 여당을 휘몰아쳤던 기세는 꺾일 수밖에 없다"면서 "(1심 판결로) 국면 전환 효과가 생겨버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열흘 후 위증교사 혐의에 대한 결과도 좋지 않게 나오면, 12월 이후부터는 당 내부에서도 (이재명 지도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예상을 깬 중형 선고에 여론 결집 기대하는 민주당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선고공판에서 형사34부(재판장 한성진)는 기소된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하면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민주시민국민항쟁추진연대 주최로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검찰청 서문 앞에서 열린 '정치검찰 해체, 이재명 무죄 촉구 시민대회'에 참석한 한 지지자가 소식을 전해들은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이정민
'명태균 게이트'로 인한 윤석열 정부의 위기 국면과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민심이 들끓고 있는 시점에 나온 중형 선고가 도리어 정부 비판 여론에 불이 붙을 수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당장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일부 의원은 판결을 내린 판사를 저격하고 나섰다. 김용민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소수 판사에 의한 국민 주권 침해"라고 질타했고, 법사위원장인 정청래 의원은 "민심이 천심이거늘 하늘이 두렵지 않은가"라고 역시 자신의 SNS에 남겼다. 대표적 친명계 의원인 김병기 의원은 "사법부를 이용한 야당 죽이기"라면서 "이번 판결을 계기로 더욱 단결하겠다"고 강조했다.
자칫 사법부 악마화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해당 재판부에 책임을 돌렸다. 한 중진 의원은 "대한민국 사법부 전체 문제라기 보다 판결 내용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재명 대표가) 자기 기억을 이야기한 것만으로 이런 형량을 때린 것은 정말 억지"라고 주장했다.
다만 앞으로 다수 재판이 남아 있는 만큼, 판결 전부터 사법부를 압박하는 모습은 삼가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초선 의원은 "(판결 전에는) 법리적으로 일단 대응하는 게 맞지 않았나 생각한다"면서 "이번에는 환영하고 다음에 규탄할 수 없는 거 아닌가. 평정심을 갖고 대응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단 '단일 대오'로 뭉친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선고공판에서 형사34부(재판장 한성진)는 기소된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하면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민주시민국민항쟁추진연대 주최로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검찰청 서문 앞에서 열린 '정치검찰 해체, 이재명 무죄 촉구 시민대회'에 참석한 지지자들이 소식을 전해 들은 뒤 규탄구호를 외치고 있다. ⓒ 이정민
민주당 지도부가 이날 내린 결론은 단결과 집중이다. 계파 구분 없이 모두 '이재명 중심 대응'에 입을 모았다. 조승래 대변인은 이날 비공개 최고위 직후 브리핑에서 "검찰이 시작한 윤석열 정권의 대선 후보 죽이기, 정적 말살 시도에 판결로 화답한 것"이라면서 "항소심에서 국민과 진실을 밝히겠다"고 밝혔다.
고민정, 박수현, 윤건영 의원 등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민주당 국회의원들도 판결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검찰 독재정권이 이재명 대표 죽이기에 전력을 다해도 이 대표는 쓰러지지 않을 것이고, 민주당 탄압에 기를 써도 민주당은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당원과 국민이 선출한 이 대표와 민주당은 더욱 일치단결해서 윤석열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당장 다음날인 16일로 예정된 예정된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특검 촉구 3차 국민행동의 날' 장외집회에서 윤석열 정부를 겨냥한 공세 수위를 더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항소심에서 무죄나 벌금 100만 원 이하로 1심 판결을 뒤집지 못할 경우 이 대표의 대선 출마가 사실상 좌절되는 만큼 당내 검찰독재대책위원회와 사법정의특별위원회 등을 중심으로 현실화한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방어해 나가는데 당력을 집중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조승래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향후 당 차원의 대응 방안을 묻는 질문에 "장외집회를 예정대로 진행한다"면서 "정치적 판결을 수용할 수 없고, 법률적으로 대응해 모든 것을 동원해서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