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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신인 드래프트 1, 2순위 모두 고교생

[2024 프로농구] 첫 '비선출' 출신도 발탁... 턴오버 프로젝트는 아쉬운 고배

등록|2024.11.16 11:09 수정|2024.11.16 11:09
고교생과 일반인 출신 선수들이 프로농구 신인드래프트에서 이변의 역사를 다시 썼다. 하지만 프로 재도전을 꿈꾸던 무명 선수들의 '턴오버' 프로젝트는 끝내 프로 구단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여 아쉬움을 자아냈다.

11월 15일 고양소노아레나 체육관에서 2024 프로농구 신인드래프트가 열렸다. 홍대부고 3학년 가드 박정웅이 1라운드 1순위로 안양 정관장의 지명을 받았다.

2순위로는 경복고 3학년 이근준이 고양 소노 지명을 받았다.이밖에 전체 3순위는 원주 DB가 피지컬이 뛰어난 연세대의 장신빅맨 김보배, 4순위는 한국가스공사가 혼혈선수인 명지대 빅맨 손준을, 5순위는 울산 현대모비스가 동국대 이대균을 각각 지명했다.

국내 프로농구 신인 지명에서 고교생이 나란히 1-2순위를 모두 차지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박정웅은 2020년 당시 제물포고 소속이던 차민석(현 서울 삼성)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고교생으로 1순위 지명의 영광을 안았다. 장신 가드인 박정웅은 올해 모교의 협회장기 우승, 연맹회장기 준우승을 이끌었고, 18세 이하(U-18) 대표팀에도 발탁된 유망주다.

정관장은 프로농구에서 신인 드래프트 성공률이 대단히 높은 팀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정관장에서 역대 드래프트 1순위로 뽑힌 오세근(현 SK), 문성곤(현 KT), 박찬희(은퇴) 등은 모두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이자 국가대표급 선수로 성장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박정웅은 이번 드래프트에서 일찌감치 같은 고교생인 이근준과 함께 드래프트 최대어로 꼽히며 상위 지명이 유력한 선수로 프로팀들의 주목을 받았다. 리빌딩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정관장으로서는 팀의 미래자원으로 박정웅에게 거는 기대가 클수밖에 없다.박정웅도 "안양 정관장의 1순위 성공 역사에 폐를 끼치지 않게 좋은 선수로 성장하겠다"고 다짐했다.

고등학생 선수의 강세와 함께 이번 드래프트에서 또 하나의 이변은, 사상 첫 '비선출' 출신 선수의 발탁이다. 일반인 자격으로 참여했던 성균관대 출신 정성조는 3라운드 2순위로 고양 소노의 지명을 받는데 성공하며 이번 드래프트의 최대 신데렐라로 등극했다.

올해 드래프트에서 일반인 자격으로 프로구단의 지명을 받는데 성공한 것은 2라운드 8순위로 삼성의 지명을 받은 황영찬과 정성조 단 두 명뿐이다. 이중 황영찬은 경희대 농구부 출신으로 지난해 드래프트에서 낙방한 이후 두번째 드래프트에 도전한 재수생이었다.

반면 정성조는 국내에서 학원 농구부 경력을 거친 정식 엘리트 선수 출신이 아닌 ,동호인 대회와 3대3 농구에서만 활동해온 100% 순수 비선출 일반인에 해당한다. KBL에서 해외무대에서 활동하다 온 사례를 제외하면, 국내파 선수 중 순수하게 비선출 엘리트 출신으로 프로구단의 지명을 받은 사례는 정성조가 사실상 최초다. 그만큼 프로무대 도전을 꿈꾸는 일반인 선수들에게는 중요한 이정표를 개척했다는 의미가 크다.

또한 고양 소노는 2순위 이근준과 정성조를 비롯하여 10개구단중 유일하게 최다인 4명의 선수를 지명하면서 농구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한편으로 농구팬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되었던 웹다큐 '하승진의 턴오버' 출신 선수들은 아쉽게도 단 한 명도 프로구단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턴오버'는 은퇴 농구 선수 하승진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시작된 기획으로, 개인사정으로 중간에 선수생활을 포기했거나 프로구단에 지명되지 못한 선수들을 모아 함께 훈련시키며 다시 프로 진출을 모색하는 프로젝트였다.

프로그램 제목이자 구단명이기도 한 턴오버(turnover)는 농구용어로서는 실책을 저질러 공격권을 넘겨주는 상황을 의미하지만, 한편으로 한 번 좌절했던 농구인생을 다시 뒤집어보겠다는 반전의 중의적인 의미를 담고 있었다. 하승진, 전태풍, 최윤아 등 남녀프로농구에서 큰 족적을 남긴 레전드급 선수들이 코칭스태프를 맡았고, 10여 명의 선수들이 약 1년에 걸쳐 해외 전지훈련과 평가전 등을 통하여 동고동락하며 프로 재도전의 꿈을 키워왔다.

방송국이나 기업의 후원 없이 출연자들의 자발적인 기획과 의지로 진행된 프로젝트임에도 농구팬들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며 '농구판 청춘FC'로 불릴 만큼 많은 화제가 됐다. 이중 한양대 출신의 정희현은 올해 10월 일본농구 B3리그 소속 쇼난 유나이티드 BC과 정식 계약을 체결하면서, 비록 해외리그지만 '턴오버' 출신 선수로는 처음으로 프로진출에 성공하기도 했다.

'턴오버' 프로젝트 선수들은 이번 KBL 신인드래프트에서 모두 일반인 자격으로 도전했다. 총 5명의 일반인 선수가 실기테스트를 통과했고, 이중 서문세찬(한양대 졸업), 이승구(경희대 졸업), 정연우(중앙대 졸업)까지 3명이 '턴오버' 출신이었다.

하지만 일반인 최종 진출자 5인중 정성조와 황영찬은 모두 프로진출의 꿈을 이룬 것에 비하여 턴오버 선수들 3인은 모두 마지막 관문을 넘지못했다. 그나마 가장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평가받은 이승구도 프로구단들의 마음을 돌리는데 실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농구팬들은 꿈을 위하여 후회없는 도전을 선택한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있다.

한편으로 고교생 1,2순위와 비선출 신화의 이면에는 그만큼 올해에는 뽑을 만한 선수가 예년보다 많지 않았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었다. 객관적으로 올해 신인드래프트는 프로무대에서 사실상 당장 즉시 전력감 수준의 선수는 찾기 힘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총 42명의 참가자 중 26명만이 프로농구 선수라는 꿈을 이루며, 지명률은 약 62%로 지난해의 66.6%(30명 중 20명)보다 더 감소했다. 정성조의 기적과 대비되는 '턴오버' 프로젝트의 아쉬운 결말은, 현실적으로 그만큼 프로의 벽이 얼마나 높고 어려운지 농구팬들에게 새삼 실감시켜 줬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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