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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이간질의 '막장' 서바이벌, 돋보인 장은실의 품격

[리뷰] 웨이브(Wavve) 오리지널 예능 <여왕벌 게임> 최종회

등록|2024.11.17 10:45 수정|2024.11.17 10:45
장은실 팀이 서바이벌 최후의 승자로 등극했다. 11월 16일 방송된 웨이브(Wavve) 오리지널 예능 <여왕벌 게임> 최종회에서는, 대망의 우승팀을 가리기 위한 장은실팀과 모니카팀의 마지막 결승전이 펼쳐졌다.

결승전을 앞두고 장은실 팀과 모니카 팀은 여왕벌(리더)과 함께 최후의 수컷(팀원) 2인을 선택하며 나머지 수컷을 방출해야하는 결정을 내려야했다. 고심끝에 장은실 팀은 11번(이석준)과 12번(박창민)을, 모니카 팀은 7번(이동규)과 13번(이도)을 각각 선택했다.

놀랍게도 장은실 팀은 리더이자 원년멤버였던 4번(임정윤)을 과감한 포기하는 의외의 결단을 내렸다. 장은실은 "4번이 너무 착하고 바람직하다 보니 여려진 모습을 보고 의지하는 마음이 많이 떨어졌다. 12번이 멘탈적으로 케어를 해주고 전략적으로도 도움이 많이 된다고 생각했다"며 선택의 이유를 밝히면서도 "4번에게 너무 상처를 주는 게 아닌가 미안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4번은 아쉬운 속내를 감추지 못하면서도 덤덤히 결과를 받아들였다.

모니카 팀은 9번(윤비)과 13번이 마지막까지 생존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며 경합했으나, 모니카는 결승전에서의 경쟁력을 고려하여 더 젊고 신체능력에서 앞선 13번을 최종 선택했다.

결과적으로 미션 중반 '수컷의 반란'을 일으켜 원조 팀장 서현숙을 몰아내고 모니카를 옹립하면서 최약체로 꼽히던 팀을 결승까지 이끄는 반전을 주도한 13번은, "처음 등장할 때 소개처럼 '서사의 주인공'이 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고 생각한다. 90% 제 역할은 다했고, 마지막 10%의 결승전을 부디 잘 채워주시길 바란다"는 소감을 남기고 퇴장했다.

결승전은 3판 2선승제로 진행됐다. 장은실 팀은 1라운드 '여왕벌 개인전'과 2라운드는 '장애물 릴레이'에서 모두 모니카 팀에 여유있게 승리하며 2연승으로 손쉽게 최종우승을 차지하는데 성공했다.

최후의 승자가 된 장은실은 "여기서 많은 것을 배우고 많은 도움을 받았다. 간절했던 만큼 이루어져서 기분이 좋다"고 밝히며 "여왕벌로서 팀원들을 지켜야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더 생각을 많이 하게 된 시간이었다. 며 함께해 준 팀원들 하나하나를 회상하면서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했다.

아쉽게 준우승을 차지한 모니카는 홀가분한 미소와 함께 "내가 이러한 리더십이 있고, 이렇게 악바리일 수 있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내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순간들이 있어서 너무 행운이었다. 특히 다시 돌아온 뿌듯함을 느끼게 해준 7번에게 고맙다"고 밝히며 "여왕벌 게임에서 이만큼의 성과를 거두기에는 너무 과분한 행운의 여왕벌이었다"는 감사를 전했다.

웨이브가 제작한 다섯 번째 서바이벌인 <여왕벌게임>은 여섯 명의 여성 리더들(장은실, 모니카, 구슬, 서현숙, 정혜인, 신지은)이 남성 팀원들을 통솔하여 우승팀을 가린다는 독특한 야외 서바이벌 콘셉트로 화제를 모았다. <솔로지옥>과 <피지컬100>시리즈의 제작진이 참여했으며, 이미 여러 방송 프로그램과 서바이벌에 출연한 경력이 있어서 친숙한 유명 출연자들도 다수 등장하여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여왕벌게임>은 공개 이전부터 '여왕벌'과 '수컷'이라는 용어 및 콘셉트에서 성별 갈등과 혐오 표현을 연상시킨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본편 방영 이후로는 여왕의 권한과 역할 범위에 대하여 구체적인 룰이나 기준이 애매하다 보니, 출연자들도 부자연스러운 설정에 제대로 몰입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부 자기 주장이 강한 남성 팀원들의 경우, 신지은이나 구슬, 서현숙같이 비교적 어리거나 만만해보이는 여성 리더들을 존중하지 않는 모습이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동으로 논란을 자아내기도 했다.

여성 출연자간 극명한 역량차이나, 미션 구성에 있어서도 밸런스 조절에 완전히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왕벌게임>은 대부분의 미션들이 두뇌나 전략보다는, 철저히 신체능력에 좌우되는 단순한 게임들 일색이었다. 자연히 국가대표 레슬링 선수 출신인 장은실과, 다른 여왕들간의 격차가 너무나도 넘사벽이라 경쟁의 긴장감이 반감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남성 팀원들마저 장은실팀에서 일찌감치 이동규 같은 우수한 멤버들을 대거 선점하는 구도가 되어버리면서 다른 팀들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여왕벌게임>이 망가지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제작진의 도를 넘은 연출 개입이 불러온 공정성 파괴에 있었다. 제작진은 초반부터 장은실 팀의 독주체제로 무너진 밸런스를 만회하고 라이벌 구도를 만들어내기 위하여, 계속해서 돌발 미션을 부과하며 각 팀간의 인위적인 갈등 양상을 유도했다.

<소사이어티 게임>,<피의게임> 시리즈 등 수많은 게임형 생존 예능이 흔히 그렇듯이, 출연자들 간의 기싸움이나 갈등은 어느 정도는 서사의 재미를 위하여 필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문제는 <여왕벌 게임>의 진행 방식이라는게, 그저 출연자들을 끊임없이 '이간질'시키고 '배신'을 유도하거나, 멀쩡히 잘 돌아가던 팀을 반강제로 해체시키는 등, 서바이벌에서 지켜야할 최소한의 원칙이나 페어플레이마저 아예 무시해버린 비호감 연출로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상실했다는 데 있다.

대표적으로 4회의 '진흙 옮기기' 게임에서 우승후보였던 모니카 팀의 탈락 장면이 있다. 제작진은 최종 1등을 한 팀은 패배한 타 팀 중 한 팀의 우두머리 수컷(남성 리더)을 지목하여 영입할 수 있고, 지목된 수컷이 있는 팀의 나머지 인원은 모두 탈락한다는 룰을 갑자기 추가시켰다. 1등을 차지한 장은실 팀은 주어진 룰에 따라 가장 견제되던 모니카 팀의 우두머리 수컷을 지목했다.

최하위 팀이 아닌데도 불공정한 룰에 의하여 졸지에 탈락하게 된 모니카는, 당시 제작진을 향하여 "방송이 X나 지겹다. 이제 재밌나? 결국은 사람들의 악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 아닌가"라며 진심으로 분노를 드러낸 장면이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제작진은 스토리 진행상 필요한 모니카를 아직 탈락시킬 생각이 없었다. 5화에서는 수컷들에게 '반란의 날'을 제공하여 약체팀으로 꼽히던 서현숙이 13번이 일으킨 반란으로 퇴출 당하자 모니카를 그 자리에 복귀시켰다. 이처럼 탈락한 여왕벌 중 패자부활 기회를 얻은 것은 , 시리즈 전체에서 오직 모니카만이 유일했다.

그리고 모니카는 자신을 탈락시킨 장은실 팀의 에이스인 7번을 지목하여 자신의 팀에 강제로 데려오는 것으로 장은실에게 그대로 복수하고 본격적인 라이벌 구도를 형성한다. 탈락 당시만 해도 제작진의 연출 방식을 신랄하게 비판했던 모니카는, 정작 돌아온 직후에는 오히려 제작진이 의도한 그림을 충실히 이행하는 모습으로 '흑화'했다는 식의 묘사를 보여준다.

또한 이 과정에서 장은실 팀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는 7번 본인의 의지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제작진은 오직 반란을 일으키는 것만 허용하고, 다른 팀에게 자율적으로 이를 막거나 거부할 수 있는 선택지는 철저히 배제시켰다. 결과적으로 출연자가 미션을 얼마나 잘 수행하고 팀원과 조화를 이루느냐보다는, 그때 그때의 정치질과 꼼수가 생존에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듯한 모습은, 시청자들에게는 납득할 수 없는 진행방식에 대한 불쾌감과 혼란만 증폭시켰다.

제작진은 마지막까지 무리수를 둔다. 최후의 결승전을 앞두고서는 양팀에게 기껏 고생하며 함께 올라온 팀원들을 갑자기 '방출'시키라는 황당한 조건을 요구하며 또다시 팀워크를 흔들어 놓는다.

여왕과 팀원들은 결승전 전날까지 게임에 집중하고 전략을 준비하기보다는, 인간관계를 둘러싸고 승리와 의리 사이에서 불필요한 감정소비를 강요받아야 했다. 정작 가장 하이라이트가 되었어야 할 결승전은, 이번에도 지략과는 아무 상관없는 단조로운 피지컬 게임으로 일관하며, 어떤 긴장감도 반전도 없이 뻔한 결과로 허무하게 끝났다.

그나마 맥빠진 최종회를 유일하게 살려낸 것은, 장은실의 활약상이었다. 장은실은 압도적인 신체능력은 물론이고, 냉철한 승부사 기질과 팀원에 대한 책임감, 꼼수와는 거리가 먼 정정당당한 스포츠맨십에 이르기까지, 우수한 남성 팀원들도 알아서 믿고 따르게 만드는 가장 '이상적인 리더'의 표본을 보여줬다는 호평을 받았다.

제작진의 불공정한 운영과 악마의 편집 등으로 여러 차례 고비도 있었지만, 장은실은 미션 내내 그 어떤 불평이나 변명도 없이, 마지막까지 오직 실력으로 정면 돌파해내며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또한 장은실은 마지막 장면에서는 모두의 허를 찌르는 감동적인 반전까지 선사했다. 우승이 확정된 후 장은실 팀에게는 1억원의 우승상금이 주어졌고, 여왕이 팀원들에게 상금을 분배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졌다. 결승전을 함께한 11번과 12번은 내심 장은실과 우승상금을 N분의 1로 공평하게 나눌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정작 두 팀원은 자신의 상금 봉투에 각각 1천만원만이 들어있는 것을 확인하고 잠시 어리둥절했다. 사실 장은실은 이미 탈락한 멤버들을 포함하여 그동안 자신의 팀을 한번이라도 거쳐갔던 팀원 모두에게 상금을 고르게 분배하는 훈훈한 마무리를 선택했던 것. 결승전을 앞두고 애착이 깊었던 4번을 비정하게 탈락시키는 결정까지도 과감히 내릴 수 있었던 숨은 이유였다.

장은실은 "저에게는 (돈이 아니라) 우승하는 타이틀만이 목표였다. 여기서 거의 10년의 경험치를 쌓은 것 같다. 모두가 이 프로그램을 통하여 잘 됐으면 좋겠다"는 진심을 전했다. 또한 팀원들에게 분배하고 남은 상금은 좋은 곳에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끝까지 진정한 여왕벌다왔던 장은실의 품격은, 이 서바이벌에서 사실상 건질만한 유일한 수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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