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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하고 나이들 수 있는 마을 만드는 사람들

[인터뷰] 최순옥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약자의 시선으로, 마을 돌봄 시대"

등록|2024.11.17 11:47 수정|2024.11.17 11:47

▲ 최순옥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 차원


고령화 시대로 접어들며 '돌봄'이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는 지난 14일 '함께 만드는 돌봄 사회' 특별위원회를 구성했고, 국회와 지자체에서도 관련 법안과 정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이 가운데 서울시 은평구에서 "안심하고 나이 들고 싶은 마을을 만들겠다"면서 의료·복지·돌봄 기관을 만들고 운영 중인 이들이 있다. 비영리협동조합, 사회적기업인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아래 살림)이다. 살림은 현재 은평구 내 구산역 인근에서 건강거점 다짐, 살림의원, 살림치과, 살림한의원·살림데이케어센터, 서로돌봄카페 등을 운영하고 있다.

최순옥 살림 이사장을 지난 14일 '은평상상 콘퍼런스 - 은평 서로돌봄공간 공동과제만들기 워크숍'(관련 기사: 함께하는 돌봄 만들려 머리 맞댄 은평시민사회 https://omn.kr/2b00a ) 이후 서울혁신파크에서 만났다. 아래는 최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돌봄 거점에서 동네 친구들과 함께하는 삶의 마무리 만들고파"

▲ 지난 2022년 12월 3일 열린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10주년 기념 행사 '살림대축제' ⓒ 차원


- 살림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2012년 여성주의 의료생활 협동조합을 표방하며 창립했다. 장소를 물색하다 시민사회가 활발하게 구성돼 있는 은평구에 둥지를 틀기로 했다. 현재 4530명 정도의 조합원이 있다. 은평구 밖에도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많다."

- 여성주의 건강관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사회적 약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거다. 여성, 장애인, 노인, 소수자, 빈곤층 등 약자들의 시각에서 보면 사회에 힘든 일들이 너무 많지 않나. 예를 들어 여성의 시선에서 봤을 때 독박 육아‧가사 노동이 보이고, 육아휴직 등 제도를 만들 수 있는 거다. 우리는 그 약자의 시선을 계속 유지하고자 한다."

- 살림만의 특별한 의료 시스템도 있나.

"주치의 개념을 도입했다. 보통 병원은 영리가 목적일 수밖에 없으니, 그냥 짧게 보고 다음 환자 들어오고 이런 체계이지 않나. 그러나 우리는 주치의 제도를 통해 모든 환자에게 집중하고, 치료뿐 아니라 환자의 환경까지 살펴보며 예방에도 전념한다. 돌봄 공간들과 연계해 운동을 권하기도 한다."

- 노쇠와 장애 등 어려움을 겪는 국민들이 원래 살던 곳에서 건강하게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요양 등 지역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돌봄통합지원법)이 2026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 어떻게 평가하나.

"잘 정착되면 좋겠다. 지역 중심의 1차 의료를 강화하고, 의료와 돌봄이 마을에서 잘 이뤄질 수 있도록 국가의 힘이 필요한 때다. 요양원을 전전하다 삶의 마지막을 맞는 게 아니라, 자신이 살아온 지역사회와 함께 나이들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 노인 고립 문제가 심각하다. 지금 시대의 돌봄은 어떤 의미인가.

"지역사회의 기능이 정말 중요해졌다. 누가 요양원에서만 있다 가고 싶겠나. 또 자식에게 짐이 되고 싶지도 않다. 그럴 때 마을의 돌봄 거점들이 있어서 동네 친구들과 함께 그림도 그리고, 차도 마시고, 같이 운동도 하고 하면 얼마나 좋나.

우리는 그런 돌봄을 만들고 싶다. 그래야 노인 고립, 고독사 등을 막을 수 있다. 끝까지 나답게 살다가 아는 얼굴들 사이에서 죽고 싶다는 게 많은 이들의 소망 아닌가. 마을에서 서로 돌볼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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