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째 회자되는 이 드라마의 '충격적 결말'
[드라마 보는 아재] 시청률 57% 기록한 박신양-김정은 주연의 <파리의 연인>
최근 OTT 드라마 제작이 활성화되면서 스타 작가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내조의여왕>과 <별에서 온 그대>로 이름을 날린 박지은 작가는 tvN에서 방송된 <사랑의 불시착>과 <눈물의 여왕>이 잇따라 케이블 최고 시청률 기록을 경신하면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다. 영화감독 장항준의 아내인 김은희 작가 역시 <싸인>과 <시그널>,<킹덤>,<악귀> 등 장르물에서 독보적인 영향력을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드라마 작가는 <시크릿 가든>과 <태양의 후예>,<도깨비>,<미스터 션샤인>,<더 글로리> 등을 집필한 김은숙 작가가 아닐까. 김은숙 작가는 뛰어난 필력으로 2~30대 여성 시청자들로부터 독보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런 김은숙 작가의 히트작들 중에서 역대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던 작품은 바로 2004년 SBS에서 방송됐던 박신양과 김정은 주연의 <파리의 연인>이었다.
'김은숙 시대'의 시작을 알린 드라마
많은 시청자들이 <파리의 연인>을 김은숙 작가의 데뷔작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김은숙 작가의 데뷔작은 따로 있었다.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해 대학로에서 희곡을 쓰던 김은숙 작가는 친한 후배이자 드라마 제작 PD였던 현 화앤담픽처스 윤하림 대표의 권유에 따라 드라마를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놓은 데뷔작이 2003년 대학동기 강은정 작가와 공동 집필한 SBS 주말 드라마 <태양의 남쪽>이었다.
김은숙 작가의 데뷔작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1년 후 곧바로 차기작 <파리의 연인>을 선보였고 <파리의 연인>은 최 고시청률 57.6%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운 전설의 드라마가 됐다(닐슨미디어리서치 기준). <파리의 연인>은 훗날 '연인 3부작'을 비롯해 <온에어>,<시티홀>,<시크릿 가든>,<신사의 품격>까지 김은숙 작가와 여러 작품을 함께 한 신우철 감독이 처음 호흡을 맞춘 작품이었다.
<파리의 연인>의 가장 큰 성공 비결은 영화에 전념하던 박신양을 드라마에 복귀시킨 것이었다. 1996년 영화 <유리>로 데뷔한 후 1997년 <편지>를 통해 흥행 배우가 된 박신양은 <내 마음을 뺏어봐> 이후에는 오작 영화에서만 만날 수 있는 배우였다. 하지만 박신양은 <파리의 연인>을 통해 6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했고 방영 초반부터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 잡으면서 드라마의 높은 인기를 주도했다.
물론 영화에서 활동할 때도 충분히 스타 배우였지만 <파리의 연인> 방영 당시 박신양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각양각색이었던 연인들의 애칭은 <파리의 연인>과 박신양의 영향을 받아 '애기'로 통일됐고 심지어 조금 크고 두껍게 묶는 '한기주식 넥타이 매는 법'까지 유행할 정도였다.
여주인공 강태영 역의 김정은에게도 <파리의 연인>은 잊지 못할 작품이다. 2001년까지 드라마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다가 2002년부터 영화 활동에 전념한 김정은은 <가물의 영광> 이후 흥행작을 내지 못했다. 그러던 2004년 김정은은 3년 만에 선택한 드라마 <파리의 연인>에서 '캔디형 신데렐라' 강태영 역을 맡아 2004년 SBS 연기대상 공동대상과 2005년 백상예술대상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했다.
막장 요소까지 이겨낸 드라마의 재미
사실 한국 드라마에서 가난하지만 씩씩한 캔디형 여주인공과 까칠한 재벌 또는 재벌 2세 남자주인공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신데렐라 스토리는 전혀 새로울 게 없는 소재다. <파리의 연인> 역시 캔디와 재벌의 사랑이라는 기존 신데렐라 스토리의 설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파리의 연인>은 이런 태생적 불리함(?)을 극복하고 최근 20년 동안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가 됐다.
<파리의 연인>에서 한기주(박신양 분)는 누나로 생각했던 사람이 엄마였고 조카는 아버지가 다른 동생이었으며 아버지는 외할아버지인 그 어떤 막장 드라마보다 기구한 출생의 비밀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파리의 연인>은 수많은 명대사를 탄생시킨 김은숙 작가의 맛있는 각본과 이를 매력적으로 소화해낸 배우들의 연기가 만나면서 어둡지 않은 이야기로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사랑을 이끌어냈다.
한기주와 강태영이 파리에서 아름답게 재회하면서 끝나는 듯 했던 <파리의 연인>은 '지금까지 이야기는 모두 강태영이 쓴 소설'이라는 결말이 나오면서 시청자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물론 '열린 결말'의 여운에 만족하는 시청자도 있었지만 대다수의 시청자들은 <파리의 연인> 엔딩이 주는 혼란을 견디기 쉽지 않았다. <파리의 연인> 엔딩은 현재까지도 드라마 역사상 최고의 충격 엔딩 중 하나로 기억되고 있다.
시청자들 '서브병' 걸리게 했던 배우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메인 주인공이 아닌 매력적인 서브 주인공에게 빠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파리의 연인> 역시 많은 시청자들을 '서브병'에 시달리게 한 드라마였다. 바로 이동건이 연기했던 윤수혁의 매력 때문이었다. 태영을 짝사랑했던 수혁은 6회 엔딩에서 <파리의 연인> 최고의 명대사로 꼽히는 "이 안에 너 있다"라는 말을 날리며 많은 여성 시청자들을 설레게 했다.
흔히 트렌디 드라마에서는 매력적인 서부남주와 함께 여주인공을 위협하는 서브여주가 등장하기 마련인데 <파리의 연인>에서는 당시 신인에 가까웠던 오주은이 연기한 문윤아가 그 역할을 맡았다. GD자동차 한회장 딸 한기혜(정애리 분)가 가진 출생의 비밀을 약점으로 잡은 국회의원의 딸 문윤아는 한기주에 대해 병적인 집착을 보이지만 대부분의 악역들이 그렇듯 마지막회에 개과천선한다.
비록 분량은 조연에 가까웠지만 문윤아가 하지 못한 '멋진 서브여주' 역할은 한기주의 전처이자 태영의 직장상사 백승경을 연기한 김서형이 대신했다. 김서형은 <파리의 연인>에서는 내내 쿨하고 멋진 전처의 모습을 유지했다.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감초 연기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고 2022년 영화 <장르만 로맨스>를 연출해 백상예술대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조은지는 <파리의 연인>에서 태영의 친한 동생 양미를 연기했다. 파리에서는 집에서 쫓겨난 태영을 재워줬던 양미는 귀국 후 은근슬쩍 태영의 집에 눌러 앉는다. 양미는 수혁에게 마음이 있었지만 태영만 바라보는 수혁의 일편단심을 눈치채고 마음을 접었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드라마 작가는 <시크릿 가든>과 <태양의 후예>,<도깨비>,<미스터 션샤인>,<더 글로리> 등을 집필한 김은숙 작가가 아닐까. 김은숙 작가는 뛰어난 필력으로 2~30대 여성 시청자들로부터 독보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런 김은숙 작가의 히트작들 중에서 역대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던 작품은 바로 2004년 SBS에서 방송됐던 박신양과 김정은 주연의 <파리의 연인>이었다.
▲ 2004년 이후 <파리의 연인>보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는 한 편도 없었다. ⓒ <파리의 연인> 홈페이지
'김은숙 시대'의 시작을 알린 드라마
많은 시청자들이 <파리의 연인>을 김은숙 작가의 데뷔작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김은숙 작가의 데뷔작은 따로 있었다.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해 대학로에서 희곡을 쓰던 김은숙 작가는 친한 후배이자 드라마 제작 PD였던 현 화앤담픽처스 윤하림 대표의 권유에 따라 드라마를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놓은 데뷔작이 2003년 대학동기 강은정 작가와 공동 집필한 SBS 주말 드라마 <태양의 남쪽>이었다.
김은숙 작가의 데뷔작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1년 후 곧바로 차기작 <파리의 연인>을 선보였고 <파리의 연인>은 최 고시청률 57.6%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운 전설의 드라마가 됐다(닐슨미디어리서치 기준). <파리의 연인>은 훗날 '연인 3부작'을 비롯해 <온에어>,<시티홀>,<시크릿 가든>,<신사의 품격>까지 김은숙 작가와 여러 작품을 함께 한 신우철 감독이 처음 호흡을 맞춘 작품이었다.
<파리의 연인>의 가장 큰 성공 비결은 영화에 전념하던 박신양을 드라마에 복귀시킨 것이었다. 1996년 영화 <유리>로 데뷔한 후 1997년 <편지>를 통해 흥행 배우가 된 박신양은 <내 마음을 뺏어봐> 이후에는 오작 영화에서만 만날 수 있는 배우였다. 하지만 박신양은 <파리의 연인>을 통해 6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했고 방영 초반부터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 잡으면서 드라마의 높은 인기를 주도했다.
물론 영화에서 활동할 때도 충분히 스타 배우였지만 <파리의 연인> 방영 당시 박신양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각양각색이었던 연인들의 애칭은 <파리의 연인>과 박신양의 영향을 받아 '애기'로 통일됐고 심지어 조금 크고 두껍게 묶는 '한기주식 넥타이 매는 법'까지 유행할 정도였다.
여주인공 강태영 역의 김정은에게도 <파리의 연인>은 잊지 못할 작품이다. 2001년까지 드라마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다가 2002년부터 영화 활동에 전념한 김정은은 <가물의 영광> 이후 흥행작을 내지 못했다. 그러던 2004년 김정은은 3년 만에 선택한 드라마 <파리의 연인>에서 '캔디형 신데렐라' 강태영 역을 맡아 2004년 SBS 연기대상 공동대상과 2005년 백상예술대상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했다.
막장 요소까지 이겨낸 드라마의 재미
▲ 드라마 내내 냉철하고 의연한 모습을 보이던 한기주는 강태영에게 이별통보를 받은 후 눈물을 쏟아냈다. ⓒ SBS 화면캡처
사실 한국 드라마에서 가난하지만 씩씩한 캔디형 여주인공과 까칠한 재벌 또는 재벌 2세 남자주인공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신데렐라 스토리는 전혀 새로울 게 없는 소재다. <파리의 연인> 역시 캔디와 재벌의 사랑이라는 기존 신데렐라 스토리의 설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파리의 연인>은 이런 태생적 불리함(?)을 극복하고 최근 20년 동안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가 됐다.
<파리의 연인>에서 한기주(박신양 분)는 누나로 생각했던 사람이 엄마였고 조카는 아버지가 다른 동생이었으며 아버지는 외할아버지인 그 어떤 막장 드라마보다 기구한 출생의 비밀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파리의 연인>은 수많은 명대사를 탄생시킨 김은숙 작가의 맛있는 각본과 이를 매력적으로 소화해낸 배우들의 연기가 만나면서 어둡지 않은 이야기로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사랑을 이끌어냈다.
한기주와 강태영이 파리에서 아름답게 재회하면서 끝나는 듯 했던 <파리의 연인>은 '지금까지 이야기는 모두 강태영이 쓴 소설'이라는 결말이 나오면서 시청자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물론 '열린 결말'의 여운에 만족하는 시청자도 있었지만 대다수의 시청자들은 <파리의 연인> 엔딩이 주는 혼란을 견디기 쉽지 않았다. <파리의 연인> 엔딩은 현재까지도 드라마 역사상 최고의 충격 엔딩 중 하나로 기억되고 있다.
시청자들 '서브병' 걸리게 했던 배우
▲ 20회 내내 많은 명대사가 있었지만 <파리의 연인>에서 가장 유명한 대사는 서브 주인공 이동건이 했던 "내 안에 너 있다"였다. ⓒ SBS 화면캡처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메인 주인공이 아닌 매력적인 서브 주인공에게 빠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파리의 연인> 역시 많은 시청자들을 '서브병'에 시달리게 한 드라마였다. 바로 이동건이 연기했던 윤수혁의 매력 때문이었다. 태영을 짝사랑했던 수혁은 6회 엔딩에서 <파리의 연인> 최고의 명대사로 꼽히는 "이 안에 너 있다"라는 말을 날리며 많은 여성 시청자들을 설레게 했다.
흔히 트렌디 드라마에서는 매력적인 서부남주와 함께 여주인공을 위협하는 서브여주가 등장하기 마련인데 <파리의 연인>에서는 당시 신인에 가까웠던 오주은이 연기한 문윤아가 그 역할을 맡았다. GD자동차 한회장 딸 한기혜(정애리 분)가 가진 출생의 비밀을 약점으로 잡은 국회의원의 딸 문윤아는 한기주에 대해 병적인 집착을 보이지만 대부분의 악역들이 그렇듯 마지막회에 개과천선한다.
비록 분량은 조연에 가까웠지만 문윤아가 하지 못한 '멋진 서브여주' 역할은 한기주의 전처이자 태영의 직장상사 백승경을 연기한 김서형이 대신했다. 김서형은 <파리의 연인>에서는 내내 쿨하고 멋진 전처의 모습을 유지했다.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감초 연기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고 2022년 영화 <장르만 로맨스>를 연출해 백상예술대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조은지는 <파리의 연인>에서 태영의 친한 동생 양미를 연기했다. 파리에서는 집에서 쫓겨난 태영을 재워줬던 양미는 귀국 후 은근슬쩍 태영의 집에 눌러 앉는다. 양미는 수혁에게 마음이 있었지만 태영만 바라보는 수혁의 일편단심을 눈치채고 마음을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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