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20년째 회자되는 이 드라마의 '충격적 결말'

[드라마 보는 아재] 시청률 57% 기록한 박신양-김정은 주연의 <파리의 연인>

등록|2024.11.18 11:32 수정|2024.11.18 11:32
최근 OTT 드라마 제작이 활성화되면서 스타 작가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내조의여왕>과 <별에서 온 그대>로 이름을 날린 박지은 작가는 tvN에서 방송된 <사랑의 불시착>과 <눈물의 여왕>이 잇따라 케이블 최고 시청률 기록을 경신하면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다. 영화감독 장항준의 아내인 김은희 작가 역시 <싸인>과 <시그널>,<킹덤>,<악귀> 등 장르물에서 독보적인 영향력을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드라마 작가는 <시크릿 가든>과 <태양의 후예>,<도깨비>,<미스터 션샤인>,<더 글로리> 등을 집필한 김은숙 작가가 아닐까. 김은숙 작가는 뛰어난 필력으로 2~30대 여성 시청자들로부터 독보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런 김은숙 작가의 히트작들 중에서 역대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던 작품은 바로 2004년 SBS에서 방송됐던 박신양과 김정은 주연의 <파리의 연인>이었다.

▲ 2004년 이후 <파리의 연인>보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는 한 편도 없었다. ⓒ <파리의 연인> 홈페이지


'김은숙 시대'의 시작을 알린 드라마

많은 시청자들이 <파리의 연인>을 김은숙 작가의 데뷔작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김은숙 작가의 데뷔작은 따로 있었다.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해 대학로에서 희곡을 쓰던 김은숙 작가는 친한 후배이자 드라마 제작 PD였던 현 화앤담픽처스 윤하림 대표의 권유에 따라 드라마를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놓은 데뷔작이 2003년 대학동기 강은정 작가와 공동 집필한 SBS 주말 드라마 <태양의 남쪽>이었다.

김은숙 작가의 데뷔작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1년 후 곧바로 차기작 <파리의 연인>을 선보였고 <파리의 연인>은 최 고시청률 57.6%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운 전설의 드라마가 됐다(닐슨미디어리서치 기준). <파리의 연인>은 훗날 '연인 3부작'을 비롯해 <온에어>,<시티홀>,<시크릿 가든>,<신사의 품격>까지 김은숙 작가와 여러 작품을 함께 한 신우철 감독이 처음 호흡을 맞춘 작품이었다.

<파리의 연인>의 가장 큰 성공 비결은 영화에 전념하던 박신양을 드라마에 복귀시킨 것이었다. 1996년 영화 <유리>로 데뷔한 후 1997년 <편지>를 통해 흥행 배우가 된 박신양은 <내 마음을 뺏어봐> 이후에는 오작 영화에서만 만날 수 있는 배우였다. 하지만 박신양은 <파리의 연인>을 통해 6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했고 방영 초반부터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 잡으면서 드라마의 높은 인기를 주도했다.

물론 영화에서 활동할 때도 충분히 스타 배우였지만 <파리의 연인> 방영 당시 박신양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각양각색이었던 연인들의 애칭은 <파리의 연인>과 박신양의 영향을 받아 '애기'로 통일됐고 심지어 조금 크고 두껍게 묶는 '한기주식 넥타이 매는 법'까지 유행할 정도였다.

여주인공 강태영 역의 김정은에게도 <파리의 연인>은 잊지 못할 작품이다. 2001년까지 드라마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다가 2002년부터 영화 활동에 전념한 김정은은 <가물의 영광> 이후 흥행작을 내지 못했다. 그러던 2004년 김정은은 3년 만에 선택한 드라마 <파리의 연인>에서 '캔디형 신데렐라' 강태영 역을 맡아 2004년 SBS 연기대상 공동대상과 2005년 백상예술대상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했다.

막장 요소까지 이겨낸 드라마의 재미

▲ 드라마 내내 냉철하고 의연한 모습을 보이던 한기주는 강태영에게 이별통보를 받은 후 눈물을 쏟아냈다. ⓒ SBS 화면캡처


사실 한국 드라마에서 가난하지만 씩씩한 캔디형 여주인공과 까칠한 재벌 또는 재벌 2세 남자주인공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신데렐라 스토리는 전혀 새로울 게 없는 소재다. <파리의 연인> 역시 캔디와 재벌의 사랑이라는 기존 신데렐라 스토리의 설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파리의 연인>은 이런 태생적 불리함(?)을 극복하고 최근 20년 동안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가 됐다.

<파리의 연인>에서 한기주(박신양 분)는 누나로 생각했던 사람이 엄마였고 조카는 아버지가 다른 동생이었으며 아버지는 외할아버지인 그 어떤 막장 드라마보다 기구한 출생의 비밀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파리의 연인>은 수많은 명대사를 탄생시킨 김은숙 작가의 맛있는 각본과 이를 매력적으로 소화해낸 배우들의 연기가 만나면서 어둡지 않은 이야기로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사랑을 이끌어냈다.

한기주와 강태영이 파리에서 아름답게 재회하면서 끝나는 듯 했던 <파리의 연인>은 '지금까지 이야기는 모두 강태영이 쓴 소설'이라는 결말이 나오면서 시청자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물론 '열린 결말'의 여운에 만족하는 시청자도 있었지만 대다수의 시청자들은 <파리의 연인> 엔딩이 주는 혼란을 견디기 쉽지 않았다. <파리의 연인> 엔딩은 현재까지도 드라마 역사상 최고의 충격 엔딩 중 하나로 기억되고 있다.

시청자들 '서브병' 걸리게 했던 배우

▲ 20회 내내 많은 명대사가 있었지만 <파리의 연인>에서 가장 유명한 대사는 서브 주인공 이동건이 했던 "내 안에 너 있다"였다. ⓒ SBS 화면캡처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메인 주인공이 아닌 매력적인 서브 주인공에게 빠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파리의 연인> 역시 많은 시청자들을 '서브병'에 시달리게 한 드라마였다. 바로 이동건이 연기했던 윤수혁의 매력 때문이었다. 태영을 짝사랑했던 수혁은 6회 엔딩에서 <파리의 연인> 최고의 명대사로 꼽히는 "이 안에 너 있다"라는 말을 날리며 많은 여성 시청자들을 설레게 했다.

흔히 트렌디 드라마에서는 매력적인 서부남주와 함께 여주인공을 위협하는 서브여주가 등장하기 마련인데 <파리의 연인>에서는 당시 신인에 가까웠던 오주은이 연기한 문윤아가 그 역할을 맡았다. GD자동차 한회장 딸 한기혜(정애리 분)가 가진 출생의 비밀을 약점으로 잡은 국회의원의 딸 문윤아는 한기주에 대해 병적인 집착을 보이지만 대부분의 악역들이 그렇듯 마지막회에 개과천선한다.

비록 분량은 조연에 가까웠지만 문윤아가 하지 못한 '멋진 서브여주' 역할은 한기주의 전처이자 태영의 직장상사 백승경을 연기한 김서형이 대신했다. 김서형은 <파리의 연인>에서는 내내 쿨하고 멋진 전처의 모습을 유지했다.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감초 연기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고 2022년 영화 <장르만 로맨스>를 연출해 백상예술대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조은지는 <파리의 연인>에서 태영의 친한 동생 양미를 연기했다. 파리에서는 집에서 쫓겨난 태영을 재워줬던 양미는 귀국 후 은근슬쩍 태영의 집에 눌러 앉는다. 양미는 수혁에게 마음이 있었지만 태영만 바라보는 수혁의 일편단심을 눈치채고 마음을 접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