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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에 꽃이... 식물도 봄인 줄 착각했나 봐요

겨울의 문턱에서 화려하게 꽃 핀 브라질 아브틸론

등록|2024.11.17 16:51 수정|2024.11.17 16:51
요즘 바깥을 보니 울긋불긋 오색 단풍이 들어 아름다운 가을이 찾아왔다. 어디를 가도 은행나무와 단풍나무, 벚나무 단풍으로 아름답다. 그런데 요즘 우리 집 베란다는 초록초록하다. 올여름이 많이 더웠지만, 오히려 우리 집 베란다 화분은 더 싱싱하다.

특히 베란다 화분 중 브라질 아브틸론이 요즘 꽃을 피워 베란다가 화사하다. 브라질 아브틸론은 올봄, 주택에 사는 모임의 동생 집을 방문했다가 얻어 온 화분이다. 키만 크고 볼품이 없었는데 어느 날 복주머니 같은 꽃들이 피어 아름다웠다.

올 여름에 활짝 핀 브라질 아브틸론지인에게 얻어 온 브라질 아브틸론이 초여름에 활짝 꽃을 피워 주었다. 꽃도 복주머니처럼 예뻐서 계속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 유영숙


빨간 꽃 끝에 노란 깃이 달렸다. 꽃을 바로 세우고 리본만 묶어주면 꼭 복주머니 같다. 왠지 브라질 아브틸론 꽃이 우리 집에 복을 가져다줄 것만 같아서 자꾸 들여다보게 된다.

브라질 아브틸론은 물을 좋아해서 여름에는 매일 물을 줘야 했다. 가지는 길게 늘어졌는데 화분이 작아서 쓰러질 것만 같아 조금 큰 화분으로 옮겨주고 중간을 끈으로 묶어주니 조금 정리가 됐다.

물꽂이 해준 브라질 아브틸론브라질 아브틸론이 길게 자라서 끝 부분을 잘라 물에 담가두었더니 뿌리가 나와서 화분에 옮겨 심었다. 잘 자라고 있어 내년에는 꽃을 활짝 피워주길 기대해 본다. ⓒ 유영숙


식성 좋은 아이가 키가 크듯 브라질 아브틸론이 자꾸 웃자라서 옆에 있는 다른 화분을 덮었다. 가지 끝 부분을 잘라서 물에 담갔더니 뿌리가 나와서 화분에 몇 개를 옮겨 심었다. 몇 번에 걸쳐 몇 개를 더 심었다. 내년에는 키가 자라 꽃 피기를 바란다.

여름에 한바탕 꽃이 피더니 가을이 되면서 잎만 무성했다. 너무 길게 자란 가지를 잘라줬더니 자른 가지 옆으로 새로운 가지가 나왔다. 모양도 조금 더 풍성해져서 예뻐졌다. '혹시 가지를 잘라주어서 꽃이 피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11월인데 우리 집 베란다는 봄

11월 들어서며 날씨가 추워져서 올해는 꽃 보기가 힘들 것이라 생각했는데 어느 날 잎 사이로 꽃봉오리가 정말 많이 맺힌 걸 봤다.

집에 온 쌍둥이 손자가 꽃봉오리가 몇 개인지 세어 달라고 해서 세워보니 20개가 넘었다. 그 후에도 계속 꽃봉오리가 올라와서 요즘 우리 집 베란다는 봄이 됐다. 아마 11월이 갑자기 추웠다 더워져서 봄인가 착각한 것 같다.

11월 17일 우리 집 베란다겨울의 문턱에서 꽃망울을 터뜨려준 브라질 아브틸론이 참 고맙다. 힘들게 핀 만큼 오래도록 피어있길 기대한다. ⓒ 유영숙


집에서 반려식물을 키우고 있다. 누구는 텃밭을 가꾸고, 누구는 전원주택에서 다양한 식물을 키우고 있는데 그럴 형편이 안 된다. 요즘 아파트는 베란다가 없는 아파트도 많은데 우리 아파트는 20년이 넘다 보니 베란다가 꽤 넓다. 반려식물 키우기 좋은 환경이다.

이사 와서 하나둘 화분을 들여놓고 가꾸다 보니 화분이 많아졌다. 처음에는 아이처럼 조그맣던 식물들이 이젠 어른처럼 키도 크고 실하다. 개음죽은 곧 천장에 닿을 것 같고, 해마다 2월이면 어김없이 꽃 피워주는 군자란도 싱싱하게 꽃 필 준비를 하며 힘을 저축하고 있다.

11월 17일 우리 집 베란다 화분오른 쪽 식물이 호야다. 호야가 올 여름 가장 많이 자라서 넝쿨이 길게 자랐다. ⓒ 유영숙


공기 청정을 해주는 알로카시아도 죽을 것처럼 갈색 잎이 나오더니 지금은 잎이 반들반들 윤이 난다. 올해 가장 많이 자란 식물은 호야이다. 여름에 햇볕도 쬐어주고 정성을 들였더니 화분 두 개 모두 넝쿨이 길게 자랐다. 별 같은 예쁜 꽃을 한 번 피워주길 늘 기대하는데 꽃을 피워주지 않아서 조금 서운하다.

손자의 소원, 하얀 민들레가 베란다에서 꽃 피우길

쌍둥이 손자 둘째는 민들레꽃을 좋아한다. 어느 날 걷다가 아파트 정원에서 하얀 민들레를 발견했다. 신기해서 사진을 찍어서 손자에게 보여주었더니 보고 싶다고 해서 가 보았는데 정원 제초 작업을 했는지 싹둑 잘라버려서 찾을 수 없어서 손자의 실망이 컸다.

화분에 심은 하얀 민들레민들레를 좋아하는 손자를 위해 아파트 정원에서 하얀 민들레를 캐서 화분에 심어 베란다에서 가꾸고 있다. 꽃이 피길 기다리는 손자 소원을 들어주길 바란다. ⓒ 유영숙


혹시나 다시 민들레 싹이 올라올까 봐 자주 가봤는데 어느 날 잎이 올라온 것을 발견했다. 그대로 두면 또 제초 작업을 할까 봐 손자와 화분을 가지고 내려가서 모종삽으로 민들레를 캐서 화분에 심어 왔다.

그날 이후 아침에 일어나서 첫 일과는 민들레가 죽지 않고 잘 살아 있는지 살피는 것. 우리 집에서 가장 사랑과 관심을 받는 식물이 됐다. 요즘 잎도 많이 나오고 잘 크고 있다. 소원은 민들레에서 꽃대가 올라와서 하얀 민들레꽃이 피는 거다. 꽃이 피고 홀씨가 생기면 긴 화분에 씨앗을 심으려고 한다. 꼭 손자의 소원이 이뤄지면 좋겠다.

11월 17일 우리 집 베란다 반려 식물날씨가 추워졌지만 우리 집 베란다는 꽃도 피고 봄이다. ⓒ 유영숙


반려식물은 자식 키우는 마음으로 늘 관심을 가져야 잘 키울 수 있다. 요즘 발가락 인대가 늘어나서 외출을 잘하지 못 해 우울한데 환하게 핀 브라질 아브틸론과 하얀 민들레를 보며 위로를 받는다.

올해 전학 온 브라질 아브틸론과 하얀 민들레가 우리 집 베란다에 주인공이 됐다. 다른 식물들이 질투할 수도 있는데 모두 잘 자라는 걸로 봐서 축하해주는 것 같다. 올겨울 추위도 거뜬히 이긴 반려식물이 잘 자라서 내년 봄에도 환하게 꽃 피워주길.

오늘부터 다시 날씨가 추워졌다. 힘들게 핀 브라질 아브틸론이 활짝 꽃피어 우리 가족에게 기쁨을 주리라 믿는다. 기사를 읽으시는 분들도 활짝 핀 브라질 아브틸론 꽃의 기운을 받아 올겨울도 따뜻하게 지내시길 응원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브런치 스토리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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