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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바브웨와 평가전 한국 럭비, 승패보다 귀중한 것 얻었다

최종 스코어 22대 27, 트라이 하나 차이로 패배... 해외 대표팀과 경기 이어가야

등록|2024.11.18 16:45 수정|2024.11.18 16:45
아시아라는 우물에 오랫동안 갇혀 있었던 한국 럭비가 다른 대륙의 선수들과 8년 만에 겨뤘다. 비록 최종 스코어는 22대 27로 마지막 기회를 살리지 못해 트라이 하나 차이로 패배한 것은 아쉬웠지만, 승패보다 더욱 귀중한 경험을 얻었다.

지난 16일 인천광역시 남동아시아드럭비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짐바브웨의 테스트 매치(평가전). 15인제 럭비로는 2016년 칠레 전지훈련 이후 8년 만에 열리는 아시아 외 타 대륙 국가와의 A매치인 데다, 아시아 외의 국가 대표팀이 한국을 방문해 A매치를 치른 일 역시 처음이었다.

거구 선수들 상대로 조직력 앞세웠지만...

▲ 16일 인천 남동아시아드럭비경기장에서 열린 짐바브웨와의 국가대표 평가전에서 선수들이 러크를 형성하고 있다. ⓒ 박장식


세계 랭킹 29위의 짐바브웨, 그리고 세계 랭킹 33위의 대한민국. 짐바브웨는 아프리카 럭비 시리즈에서 우승을 거둔 적이 있는 아프리카 지역의 강팀이다. 해외와의 교류 역시 활발한 팀이다. 대한민국과 맞붙기 전에는 아랍에미리트(UAE)와 평가전을 먼저 치렀다. 그렇기에 세계 랭킹을 떠나 대한민국이 배울 점이 많을거라는 예측이 많았고, 이는 적중했다.

짐바브웨는 그간 아시아 선수들과는 다른 전략을 바탕으로 한국과의 경기에 나섰다. 짐바브웨는 경기 시작 2분 만에 패널티 킥을 얻어내며 먼저 석 점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짐바브웨는 이어진 킥오프에서 바로 역습에 성공, 질주 끝에 트라이를 얻어낸 데 이어 컨버전 킥까지 성공하면서 열 점 차로 경기 초반을 이끌어 갔다. 이어 짐바브웨는 엔드 라인 주변에서 러크가 형성되자 러크 자체를 힘으로 밀어내면서 럭비공을 찍어내는 데 성공, 트라이를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였다.

평소 만났던 국가와는 판이하게 달랐던 전략인 탓에 고전했던 대한민국 선수들. 첫 득점은 전반 17분경 나왔다. 패널티킥을 얻어낸 가운데 김기민(한국전력공사)이 골 포스트에 공을 성공적으로 차냈다. 전반 34분에는 강순혁(포스코이앤씨)이 트라이 역시 성사, 10대 17로 전반전을 마무리지었다.

후반에는 한국 선수들로부터 인상적인 장면이 나왔다. 짐바브웨 진영에서 스크럼이 형성된 상황에서 대한민국 선수들이 힘으로 스크럼을 밀어내면서 상대의 엔드 라인 바깥까지 공을 굴려낸 뒤 인 골 지역에 공을 찍어냈다. 거구의 선수들에 조직력으로 맞서 만든 트라이였다.

하지만 과제도 남았다. 한국이 트라이 하나를 더 만들어내며 22대 27로 다섯 점 차이로 이어진 경기 말미 상황, 대한민국의 마지막 공격 시도 역시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강 대 강' 전진이었다. 하지만 이 기회가 짐바브웨에게 번번이 막히며 경기 종료 선언까지 이어졌다. 한 끗 차이, 아쉬운 패배였다.

짐바브웨는 시작... 더 많은 'A매치' 물꼬 트길

▲ 평가전 이후 치러진 연회에서 짐바브웨 대표팀 선수에게 A매치 50경기 출전을 기념하는 축하 선물이 수여되고 있다. ⓒ 박장식


물론 이번 평가전을 단순한 스코어로 평가할 수는 없다. 한국의 15인제 럭비 대표팀은 1년에 한 두 번 정도 소집되어 경기를 치를 정도로 A매치 출전 기회가 적은 상황. 더욱이 타 대륙과의 교류가 부족한 상황에서 얻어낸 평가전이었다.

당장 많은 경기를 치르는 짐바브웨 선수들이 한국 선수들과 대비되는 장면도 있었다. 평가전 이후 치러진 연회에서 짐바브웨 대표팀 선수 두 명에게 A매치 50경기 출전을 기념하는 축하 선물이 수여됐기 때문. 이 장면을 본 한국 선수들은 "어떻게 A매치를 50번이나 나올 수 있냐"며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앞으로 해외 국가대표팀과 경기를 계속해서 추진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2027년으로 예정된 럭비 월드컵 출전권을 얻어낸다면, 해외 국가 대표팀과의 경기는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

긍정적인 소식이 있다면 짐바브웨 럭비 협회에서도 한국 럭비 대표팀을 '답방' 형태로 초대했다는 점이다. 대한럭비협회와 MOU를 체결하는 한편, 향후에 한국 선수들을 짐바브웨로 초대해 짐바브웨, 우간다, 케냐와 함께 합동 평가전을 치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낸 만큼 럭비 교류가 활성화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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