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가 만든 자격증, 제자들에게 권하고 발급료 챙겨
학점 볼모 잡힌 재학생들, 자격증 쓸모없는 줄 알면서도 많게는 3개까지 취득
▲ 강동대 사회복지계열 교수가 자신이 등록한 민간자격증을 재학생들에게 발급해 최소 수천만원의 발급료를 챙긴 것으로 확인돼 물의를 빚고 있다. ⓒ 충북인뉴스
대학교수가 자신이 만든 민간자격증을 소속학과 재학생들에게 취득하게 함으로써 상당한 금전적 이익을 챙겼다는 의혹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
충북 음성군 소재 2년재 대학인 강동대 사회복지계열 A학과장은 겸업 사실을 신고하지 않고, 자신이 운영하는 모 연구소(개인사업자)가 발행하는 노인심리상담사·인지심리상담사·아동요리지도사 등 자격증을 재학생들에게 발급했다.
취재 결과 A학과장은 수년간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많게는 3개까지 자격증을 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통해 최소 수천만 원의 이익을 챙긴 것으로 추산된다.
"불이익 당할까봐 두려워, 자격증 신청할 수밖에 없었다"
▲ A학과장인 운영하고 있는 연구소에서 재학생에게 발급한 자격증. ⓒ 충북인뉴스
학생들이 19만 원의 비용을 들여 취득한 자격증은 A학과장이 2019년 한국직업능력연구원에 등록한 민간자격증이다.
등록민간자격증은 미성년자나 파산선고자·국가자격관련법령 위반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형 집행이 끝난지 3년이 지나지 않는 자가 아니라면 누구나 등록해 발급할 수 있는 자격증이다. 누구나 발급할 수 있다는 것은 자격증의 가치가 크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에 등록된 민간자격증은 5만7천여 개에 달한다. 노인심리 관련 자격증만 3천여 개에 이른다. 반면 공인 민간자격증은 100개 뿐이다. 관련 정부기관의 공인을 받는다는 것은 그만큼 자격을 취득하기 어렵고, 유지가 까다롭다는 것을 의미한다. 해당 분야에서 인정받고 통용되는 것은 공인 민간자격증이란 게 연구원의 설명이다.
취재 결과, 재학생들은 수업 중이나 A학과장과 함께 있는 단톡방 등에서 해당 자격증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 한 재학생은 "자격증을 따는 게 어렵지도 않고, 다들 따는 분위기라 휩쓸려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제가 직접 들은 건 아니지만 어떤 수업에서는 '자격증을 따면 일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교수님이 적극적으로 권하기도 했다고 들었다"며 "매일 수업을 들어야 하고, 학점도 잘 받아야 하는데 혹시 나만 거절하면 불이익이 당할까 걱정도 돼 신청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다"고 덧붙였다.
A연구소가 한국직업능력연구원에 기재한 자격취득현황을 살펴보면 0건이었던 발행건수가 2020년부터 급격히 증가했다.
2021년 기준 노인심리상담사 자격증은 64명이 응시해 64명 모두 1급과 2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인지심리상담사 또한 70명이 응시해 70명이 모두 합격했다.
눈에 띄는 점은 2022년부터는 자격취득현황을 갱신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해마다 70명 가량이 자격증을 땄다고 가정하면 지난 5년간 350명 가량이 자격증을 땄고, 평균 2개 자격증을 땄다고 가정하면 A연구소가 자격증 발급비와 교재비로 최대 1억26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는 추산이 가능하다.
취재 결과 자격증 발급비와 교재비는 A학과장 개인 통장으로 거래됐다.
"서면조사 마쳤으나... 학습권 침해 소지 있어"
▲ A학과장이 단톡방에 올린 자격증과정 안내문. 강의를 무료로 하는 대신 발급비와 교재비로 19만원을 학생들로부터 받았다. 입금통장은 A학과장 개인 통장을 이용했다. ⓒ 충북인뉴스
관리감독해야 할 학교는 학생의 학습권 침해 등을 이유로 들며 A학과장에 대한 인사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강동대 부총장은 지난 15일 취재진과 통화에서 "민원사항이라 내용을 하나하나 점검하고 있다. 학과장은 바로 변경조치했고, A학과장에 대해서는 서면조사를 마쳤다"며 "아직 학기 중이고, 학습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어 심사숙고해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취재진이 확인 결과 강동대는 지난 9월말 해당 사실을 확인했고, A학과장을 인사조치한 시기는 <충북인뉴스>가 취재를 시작한 이후였다.
부총장은 "사립학교법에 따른 징계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교수에 대한 1차조사를 끝냈고, 학생들에 대한 조사를 거쳐 감사를 요청할 계획"이라며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학습권이 가장 우선"이라고 거듭 말했다.
강동대의 대응과 달리 비슷한 일이 벌어진 대구 수성대는 인지 즉시 학생과 분리를 최우선으로 진행했다.
지난 4월 대구 수성대에서도 사회복지학과장이 남편이 운영하는 기관의 자격증을 '취업에 도움된다'며 재학생들에게 무더기로 발급한 사실을 확인하자, 즉시 해당 학과장을 직위해제 조치하고 경찰에 고발했다.
수성대 기획감사팀장은 지난 12일 <충북인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재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수사결과에 따라 해임 등 후속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A학과장이 계속 수업을 하는 상황에서 학생들이 그간의 사정을 사실대로 말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정확한 조사를 위해서라도 학생들과 분리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충북인뉴스>는 A학과장에게 자격증 검정 요건을 갖췄는지 등을 물으려 수차례 전화를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한 차례 연결에서도 A학과장은 기자 신분을 밝히고 질문을 하려 하자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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