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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 늘리기 위해 이렇게까지? 제주 사람들이 달라졌다

[제주 사름이 사는법]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사무처장

등록|2024.11.19 11:55 수정|2024.11.19 13:38

이영웅 사무처장환경운동 경력 25년이 넘은 제주 시민사회의 대표적 활동가로, 제주도 환경 관련 이슈를 다루는 각종 토론회에 단골로 출연하고 지역언론에 환경칼럼을 기고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 황의봉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망가져 가고 있다는 지적은 이제 진부해진 느낌이다. 리조트와 골프장 관광단지가 중산간 지대를 마구 잠식하고 있지만, 좀처럼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최근에도 한화가 애월읍 중산간에 대규모 관광단지 개발을 시도하고 있어 난개발 논쟁이 뜨겁다.

한화의 애월 포레스트 관광단지 사업은 10년에 걸쳐 중산간 지대 37만 평 부지에 각종 시설을 짓는다는 초대형 개발 프로젝트다. 1단계에만 호텔 200실, 콘도 890실을 비롯해 카페, 식물원, 아트갤러리, 에너지뮤지엄, 스파·요가·명상센터 등이 들어선다는 계획이다. 당장 지하수 고갈, 상수도 부족, 경관파괴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제주경실련은 한화가 이 개발사업으로 3000억 원의 개발 이익을 얻을 것이라며 "제주도를 망치는 난개발로 이어지는 중대한 사안이므로 결코 좌시할 수 없다"라고 못 박고 나섰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25년을 줄곧 청정 제주를 지키기 위해 고민하고, 부딪치고, 싸워온 '산 증인'이다. 제주 난개발 논란이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이를 제도적으로 막을 방법이 있는지 들어보기 위해 그를 만났다.

주민들 인식 달라지고 있어... "경제 보다는 환경"

제주 난개발 반대 집회난개발은 제주의 환경적 가치와 생태수용력을 고려하지 않은 채 환경을 훼손하고 주민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행위로, 특히 중산간 지대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2022년 9월. ⓒ 송악산을 사랑하는 사람들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실에서 만난 이 사무처장에게 현재 제주도가 당면한 환경문제의 근원부터 물었다.

"제주도는 아시다시피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관광지잖아요. 과거 1960∼1970년대부터 제주도가 관광 개발을 계획하고 정책적으로 추진해 왔는데, 그동안의 발전상이랄까 변화상을 보면 환경에 대한 배려나 존중은 거의 없었고 개발 중심의 정책들이 밑바탕에 깔려 있었어요.

제주도특별법에도 개발주의가 만연한 조항들이 대세의 흐름이 되는 상황입니다. 제주도가 국제자유도시를 미래 비전으로 삼고 그걸 완성하기 위해 각종의 대규모 외자 유치에 기반한 발전 방향을 모색하다 보니 난개발이 속출하고, 최근 들어서는 이로 인해 지역주민들과 자주 갈등 상황을 빚고 있습니다.

난개발은 제주의 환경적 가치와 생태수용력을 고려하지 않은 채 환경을 훼손하고, 주민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개발을 말합니다. 현실적으로 각종 대규모 개발, 특히 중산간 지대에서 벌어지는 각종 개발이 난개발의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생활환경에 부하를 초래해 주민들의 삶의 질 저하로까지 연결되고 있기 때문이지요.

제2공항 건설도 크게 보면 이런 상황과 연관된 이슈입니다. 제주의 지속 가능한 미래 비전보다는 양적인 관광 확대 기조 아래 공항 인프라를 추가하겠다는 것 아닙니까. 난개발로 인한 지속가능성의 위기야말로 제주도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라고 봅니다."

한마디로 개발 위주 정책이 초래한 삶의 질 저하가 모든 문제의 저변에 깔려 있다는 진단이다. 이 사무처장은 가장 문제가 심각한 중산간 지대의 상황을 이렇게 진단했다.

"제주도는 한라산을 중심으로 해발 200∼600m 사이의 중산간, 해안지역으로 구분합니다. 중산간에는 오름이라든지 곶자왈, 습지와 같은 중요한 보존자원들이 많이 분포하고 있어 요즘 들어 주민들 사이에 이 지역을 잘 보존해야 한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주도의 토지 관련 정책들을 보면 여전히 이런 중산간을 어떻게 개발할까 하는 고민만 하는 것 같아 매우 우려됩니다. 최근 한화가 중산간에 추진하는 대규모 관광단지 개발사업에 대해 제주도가 보이는 태도에서도 이러한 기류가 읽힙니다."

난개발로 상징되는 제주의 위기 상황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인식은 어떨까.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일은 무엇일까.

"아이러니하게도 난개발이 대규모로 이루어지다 보니 환경문제에 대한 제주도민들의 의식 수준이 매우 높아졌어요. 도민 여론조사를 보면 경제발전보다 환경보전을 우선시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얼마 전 제주도가 실시한 내년도 예산 투자 방향에 대한 여론조사를 보면 경제발전보다 환경보전에 대한 투자를 우선해야 한다는 것으로 나왔어요.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의 개발 위주 정책에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점에서 제주도특별법의 전면적인 개정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화제가 '특별법'으로 이어졌다. 이 법은 제주도를 관광으로 특화해서 개발할 목적으로 중앙정부 주도로 제정됐다. 무슨 문제가 있다는 것일까.

"1960년대부터 시작된 제주도 관광 개발을 1991년 법제화한 것이 제주도개발특별법입니다. 당시 재벌이나 외지인에 의한 제주도 투기가 굉장히 성행하던 상황에서 법 초안이 만들어졌는데, 규제 완화와 개발 촉진 조항들로 이루어졌어요. 이때도 도민들의 반발이 컸습니다.

법안을 보면 1차 산업에는 거의 신경 쓰지 않고 그냥 관광 위주였어요. 3개 관광단지 20개 관광지구 같은 식으로 대규모 개발을 촉진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역자본은 참여하기 힘들었고 외지의 대자본이 개발에 참여해 이익을 독점하고 유출하는 문제점이 발생했어요. 그리고 위에서 만들어져 아래로 내려오는 하향식이어서 도민들의 의견 수렴 기회가 없었습니다.

제주도개발특별법은 2006년도에 제주특별자치도가 되면서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으로 바뀌어 지금까지 적용되고 있습니다. 기존 특별법의 핵심적 내용은 그대로 유지된 채 말이죠. 국제자유도시에 대한 정의를 보면 '사람 상품 자본의 이동이 자유로운' 곳으로, 신자유주의 기조 아래 시장 자율성을 중시하고 있는 게 특징입니다. 도민들의 삶은 없는 대신 투자 기업에 혜택을 주는 내용이 많이 담겨 있습니다."

설명을 들어보면 결국 1991년 특별법 제정 이후 현재까지 개발 위주라는 큰 기조로 흐름이 이어져 온 셈이다. 그렇다면 난개발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법의 개정, 나아가 정책 기조의 전환 논의가 진행되고 있을까.

"법을 개정하기에 앞서 개발 위주의 정책 기조와 제주도 미래 비전이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국제자유도시가 아니라 도민의 삶의 질과 제주도의 환경보전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대안이 만들어져 그 바탕 위에서 법이 개정되어야 하겠지요.

시민단체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문제 인식을 하고는 있어요. 오영훈 지사도 후보 시절이나 당선 초기에는 특별법 개정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지만, 아직 실행이 안 되고 있습니다. 원희룡 전 지사 역시 제주도의 비전을 '청정과 공존'으로 내세운 적이 있었고요. 도민이든 도정 책임자든 다들 현행 개발 위주의 정책 기조나 국제자유도시를 비전으로 삼고 있는 방향성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셈인데, 누구도 앞장서서 바꿔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제2공항, 정상적인 환경영향평가 한다면 지을 수 없어"

환경영향평가 부결 요구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을 반대하는 제주지역 시민사회단체가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제주도의회가 오라관광단지 환경영향평가 동의안을 부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2017년 4월 ⓒ 이영웅


이영웅 사무처장은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기도 하다. 그는 개발 위주 정책의 결정판으로 제2공항을 꼽는다. 제주에 공항이 추가로 건설되면 대규모 환경파괴가 불가피하므로 반드시 저지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제2공항은 지난 9월 초 기본계획이 고시됨에 따라 법적 절차 단계로 넘어갔다. 현재 환경영향평가를 수행할 용역업체 선정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제2공항 건설이 최종적으로 확정되기 위해서는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조류 서식지 보호와 충돌 위험, 맹꽁이 등 법정보호종 보호, 숨골 보전, 용암동굴 분포 가능성, 항공기 소음 저감방안 등 5가지 대표적인 쟁점을 해소하거나 보완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이 사무처장은 이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이 5가지 쟁점은 사실 전략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세 차례나 보완할 기회를 줬으나 통과하지 못했던 것인데, 윤석열 정권의 환경부가 '조건부 승인'을 하는 바람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이지요. 저는 이 사항들은 해결할 수 없다고 봅니다. 새들의 서식지를 보호하면서 조류와 비행기 충돌을 일어나지 않게 하는 건 서로 모순되잖아요.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충돌 위험이 기존 제주공항보다 2.7∼8.3배 높다는 것입니다. 맹꽁이를 모두 포획해서 다른 곳으로 옮긴다는 건 이론적으로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생존율이 떨어지겠죠.

숨골의 경우는 제주도특별법에 근거한 조례에 따라 지하수자원 1등급 기준으로 관리 대상입니다. 이곳은 형질변경을 금지하고 있어요. 건드리지 말라는 것이죠. 온평리 쪽에는 하천이 없는데도 물난리가 안 나는 것은 숨골 때문입니다. 수해 방지 역할을 하는 숨골 수백 개를 다 막아버리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특히 공항이 들어설 부지 인근은 집중호우가 많이 내리는 지역입니다.

용암동굴은 현재 제2공항 사업지 내에 하나가 확인되었고, 또 지하 어느 곳에 더 있을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국토부에서는 활주로 구간에 동굴이 있는 건 아니라고 하지만 활주로 지하에도 동굴이 분포할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이 부분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공항 건설을 밀어붙이면 지하에 있을지도 모르는 동굴은 다 무너져버리는 것이죠.

항공기 소음도 국토부는 소음피해 면적을 굉장히 축소해 놨어요. 현 제주공항과 비교해서도 너무 작게 소음피해 면적을 그려놓아 신뢰성이 없습니다. 제주공항에서 나타나고 있는 소음 등고선을 제2공항에다 등치시켜 놓으면 구좌읍까지도 소음이 발생하는데도, 이 지역을 소음 피해지역으로 평가하고 있지 않습니다. 최소한 그동안 지적돼 왔던 이 5가지 요인만으로도 정상적인 환경영향평가를 하면 절대 통과될 수 없는 것입니다. 정치적 판단이 아닌 환경문제로 제대로 판단한다면 말이죠."

새들의 ‘아파트’성산 일출봉 암벽에 깃들어 살고 있는 새들의 거주공간을 아파트에 빗대어 표현한 그래픽. 성산 지역은 제주도의 대표적인 조류 서식지로, 공항이 들어설 경우 항공기와 조류의 충돌 위험성이 높다. ⓒ 곱을락


이 사무처장은 정상적인 환경영향평가를 강조하고 있다. 이 말은 정상적인 평가를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우려로 들린다. 이 제도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 것일까.

"환경영향평가라는 건 어떤 개발사업을 할 때 그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영향을 최소화한다거나 저감하기 위한 방안을 찾는 과정입니다. 개발사업에 대한 견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과정인 셈이죠.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해 평가서를 제출하면 이걸 심사해 통과시켜 주느냐 마느냐를 결정하는 권한, 즉 협의 권한을 환경부가 가지고 있습니다만, 제주도는 특별법에 의해 이 권한을 제주도지사가 갖고 있어요. 제주도의 특수성을 인정한 특혜처럼 보이지만 다른 한편으론 개발의 유혹에 쉽게 넘어갈 수 있게 되는 양면성이 있습니다. 도지사의 의중에 따라 환경영향평가가 요식 절차로 넘어갈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죠.

환경영향평가서 작성 주체가 사업자라는 것이 현 제도의 대표적인 문제입니다. 사업자가 전문대행업체에 용역을 줘서 환경영향평가서 작성을 위탁하게 되어 있어요. 그렇다면 대행업체는 사업자 관점에서 평가서를 작성하지 않겠습니까. 예를 들어 생태계 현황조사를 했는데 멸종위기종이나 보호종이 있으면 허가받는데 어려우니까 있어도 없는 것처럼, 환경적인 가치가 높아도 낮은 것처럼 평가서를 작성한다는 것이죠.

환경영향평가 심의위원 선정도 개선이 필요할 것 같아요. 이분들은 모두 도지사가 임명하고 있는데, 이 심의를 통해 개발사업을 중단시킨 사례가 한 건도 없어요. 심의위원을 시민단체나 학회나 도의회 같은 곳에서 추천해서 도지사가 임명하면 좀 더 객관성을 갖고 심의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주민들의 참여가 제한되는 점도 문제입니다. 현재 환경영향평가서는 초안과 본안을 작성토록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주민들의 참여기회가 초안에만 국한돼 있어요. 초안이 나오면 주민공람을 하고 주민설명회를 거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이 의견을 내면 심의위원, 전문기관의 의견과 함께 모아 본안에 반영합니다. 주민들은 당연히 그 본안을 보고 자신들이 낸 의견이 반영됐는지 알아야 하고, 또 추가로 의견을 낼 수 있어야 하는데, 이게 불가능합니다. 본안은 공개하지 않은 채 심의로 넘어가는 것이에요. 그러다 보니 심의와 도지사 협의 과정이 다 끝난 후에야 주민들이 알고 반대에 나서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환경영향평가의 제도적인 문제점뿐 아니라 관계자들의 유착도 큰 문제라는 게 이 사무처장의 지적이다.

"제주도의 경우 지역이 좁다 보니까 공무원과 개발사업자 혹은 평가업체 사이에 유착이 발생할 소지가 큽니다. 일례로, 송악산 뉴오션타운 개발사업을 추진할 당시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여러 차례 재심의를 받았거든요. 그 결과 몇 년 만에 겨우 통과되었는데, 마지막 단계인 제주도의회 동의 절차에서 저희가 공무원과의 유착을 폭로해 결국 사업이 무산된 바 있습니다.

사업자가 환경영향평가서를 도에 제출하면 담당 공무원이 이것을 환경영향평가 심의위원과 한국환경연구원 같은 전문기관에 보내서 의견을 받습니다. 보완이나 수정, 계획축소 같은 검토의견을 받으면 이를 정리해 다시 사업자에게 전달하고, 보완 후 다시 제출하도록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담당 공무원이 검토의견을 정리하지 않고 그대로 사업자에게 넘겨 당신들이 정리하시오, 한 겁니다. 사업자는 당연히 자신들에게 불리한 검토의견을 누락시키지 않겠습니까. 저희가 이 사실을 포착해 폭로하고 제주도 감사위원회에 넘겼는데, 파면이나 고발 조치해야 마땅한 공무원에 대해 '훈계'처분을 내리는 것으로 그치더라고요."

수상한 제2공항 예정 부지의 토지 소유실태

제2공항 반대 기자회견국토부 제주도 제주도의회 3자 합의로 실시되는 제2공항 건설 찬반 도민 여론조사에 앞서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 측이 반대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1년 2월 ⓒ 이영웅


설명을 듣고 보니 환경영향평가 제도와 관행에 불합리한 점이 많은 것 같다. 이 사무처장은 도의회에서 두 차례 부결됐을 뿐 도지사에 의해 개발사업이 무산된 적이 단 한 건도 없다고 말한다. 대부분 개발사업이 '프리 패스'라는 이야기다. 제2공항 같은 제주도의 미래에 결정적 영향을 줄 개발사업이 이처럼 허술한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최종 판단이 내려져서는 곤란하지 않을까. 제도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저희가 조례 개정과 같은 제도적 개선을 시도한 적은 있는데, 현실적으로 여의치가 않습니다. 제2공항과 관련해 이해관계들이 얽혀 있고, 도민들의 찬반 대립이 첨예하다 보니 관련 규정 개정에 대해 도 당국이나 의회가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겁니다.

사실 환경영향평가와 관련한 불합리한 부분은 비단 제2공항뿐 아니라 제주도의 모든 개발사업의 문제입니다. 이것은 민주적 절차, 공정성과 투명성, 주민 참여의 문제라서 당연히 제도가 바뀌고 개선돼야 하지만, 제2공항과 연계돼 판단하다 보니 해결이 어려운 것이에요."

결국 제2공항의 건설 여부는 환경영향평가 협의 권한을 가진 제주도지사와, 최종적으로 동의 여부를 다룰 도의회에 달린 셈이다. 이에 대한 이 사무처장의 설명을 좀 더 들어보자.

"환경영향평가는 개발사업으로 인한 환경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도출하는 과정입니다. 환경부가 최근 부동의라는 명칭 대신 재심의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만, 도지사가 재심의를 결정하면 사실상 부동의하는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재심의 결정 사항으로 사업계획을 절반으로 축소하라고 하면 그건 사업을 아예 하지 말라는 것이나 마찬가지거든요.

그런데 문제는 재심의 결정 사항을 반영하지 않고, 그냥 조금 수정만 해서 다시 제출하면 당연히 재심의 대상이 될 수 없음에도 지금 제주도에서는 그걸 받아들여 다시 심의해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결국은 수용해서 통과시켜 줍니다. 재심의 결정을 쉽게 생각하는 것이지요. 도지사의 엄격한 법 집행이 요구되는 대목입니다.

도지사가 제2공항 건설을 최종적으로 동의해서 도의회에 넘긴다면 일정 부분 영향을 주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도의회가 그대로 통과시켜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저는 도의원들이 도지사의 의중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보다는 도의원들이 제2공항에 대해 얼마나 심각하게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느냐를 더 걱정하고 있습니다. 환경영향평가가 완료돼 그 결과를 놓고 도지사 협의에 들어가기까지 2∼3년이 걸릴 것이므로 아마 다음번 지방선거 이후가 될 겁니다. 그렇다면 새로 뽑힐 도지사나 도의원들이 어떤 분들인가가 매우 중요합니다."

최근 제주 사회에서는 제2공항 예정 부지의 토지 소유실태를 조사한 결과 투기 의심 사례가 다수 드러났다는 보도로 크게 논란이 벌어진 바 있다. 제주참여환경연대가 제2공항 예정 부지 2840필지에 대한 토지대장을 전수 확인한 바에 의하면, 필지 취득 당시 도외 거주자가 60.2%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역별로는 서울·경기·인천 24.1%, 부산·경남 15.8%, 대구·울산·경북 15.7%로 나타나 경상권에 주소를 둔 소유자가 전체의 31.5%에 달했다.

또 제2공항 예정 부지의 소유권 변동일 현황을 조사한 결과, 제2공항 입지가 발표된 2015년 11월을 전후한 시기에 예정 부지의 필지 거래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전에 정보가 유출된 정황이 짙어 보인다. 이 문제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제2공항에 대한 사전타당성 검토보고서를 보면 여러 지역을 후보지로 해서 점수를 매겼는데, 최종적으로 현재 예정지인 성산 지역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결정됐다고 되어 있습니다만, 검토보고서를 자세히 보면 거의 짜맞추기 수준으로 해서 성산으로 낙점한 정황들을 찾아낼 수 있었어요. 그러니까 성산 지역으로 결론을 내려놓고 보고서가 만들어지고 용역이 진행됐던 것이기 때문에 정보가 새 나갔을 수밖에 없죠. 일반적으로는 외지인의 토지 소유가 서울·경기 쪽이 가장 많은데, 이 경우는 경상권이 가장 많은 것을 보면 그쪽으로 정보가 샌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성산읍 지역에 대한 투기 의혹은 이미 언론에서 제기된 적이 있었습니다만, 이번 조사는 제2공항 예정 부지에 대한 전수조사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공항이 들어서면 그 인근의 땅이 개발 호재로 더 지가가 오르겠지요. 아마 추가로 공항 부지 인근의 땅 투기 의심 사례를 조사해 보면 더 놀라운 사실도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관광산업의 비중을 과대포장... 난개발 멈춰야"

습지 보전 전문가 포럼학창시절부터 제주사회를 위한 시민운동에 뜻을 두었다는 이영웅 사무처장은 순수한 자연 그대로의 제주 모습이 난개발 등 인위적 요인에 의해 훼손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 이영웅


지난해 6월 열린 제주도 환경영향평가 조례 개정을 위한 토론회에서 정대연 아시아 기후변화 교육센터장은 제2공항과 관련해 "관광객 1인당 관광 수입을 50만 원으로 계산하면, 3200만 명이 유입될 때 GRDP(명목상 지역내총생산)는 16조 원이 늘어나지만, 쓰레기와 오폐수처리 등 사회적 비용도 16조 원에 육박한다. 제2공항으로 관광객이 늘어나도 남는 장사가 아니다"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런 문제 제기에 대한 이 사무처장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현재 제주도의 인구가 70만 명이 조금 안 됩니다. 연간 1400만∼1500만 관광객이 들어오는 것을 고려하면 평균 87만 명 정도가 제주도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 수치만으로도 제주도는 이미 과잉관광 단계로 들어갔다고 봅니다. 도민들을 대상으로 삶의 질 체감 설문을 해보면 관광객이 적정 수준을 넘은 것으로 나타납니다.

저는 제주도의 주 산업을 관광업으로 삼는 것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어요. 관광 수입이 늘어나도 남는 게 없다는 분석에 공감합니다. 관광객 증가에 따른 수익이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건 진작부터 도민들이 체감하고 있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제주도는 1차 산업을 기반으로 해서 요즘 많이 거론하는 6차 산업이라는 복합적인 산업을 창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다시 말해 1차 산업과, 여기서 파생되는 가공 등 2차 산업, 그리고 1차 산업과 연계된 체험관광 같은 3차 서비스산업이 어우러지는 것입니다.

사실 제주도는 관광산업의 비중을 과대포장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제주도의 음식업종을 모두 관광산업으로 통계에 포함하고 있는데, 실제 현실과 맞지 않습니다. 또 관광에 의존하는 부분이 많다 보니 외부요인에 의해 제주경제가 좌지우지되는 경우들도 많고요. 제주도의 경제 독립성 확보라는 측면에서도 산업구조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아요."

내셔널트러스트 공모전 수상제17회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이것만은 꼭 지키자’ 시민공모전에서 제주환경운동연합이 제주 제2공항 예정지인 온평리 마을을 제안하여 대상을 수상했다. 오른쪽에서 둘째가 이영웅 사무처장. ⓒ 제주환경운동연합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제주의 대표적인 시민단체로, 후원회원만 1200여 명에 달한다. 환경운동에 몸담은 지 25년이 되었다는 이영웅 사무처장은 지역언론에 다양한 환경 칼럼을 기고하고, 제주도 환경 관련 이슈를 다루는 각종 토론회에 단골로 참석하는 제주 시민사회의 대표적인 활동가로 꼽힌다. 마지막으로 제주도의 미래에 대한 그의 소망을 들어본다.

"25년 전과 비교하면 주민들이나 공무원들의 환경에 대한 인식 수준이 높아졌고, 당국의 환경정책도 많이 발전했다고 봅니다. 반면에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풍광들은 많이 사라졌고 대신 인공시설물이 크게 늘었습니다. 누군가 그러더라고요. 제주도에서 옛날을 시대 배경으로 한 영화를 찍는데 하도 시설물들이 카메라 앵글에 많이 잡혀서 지우는 작업을 하느라 고생했다는 겁니다. 순수한 자연 그대로의 제주 모습은 점점 보기 힘들어지고 있어요. 더 이상 난개발로 제주의 자연이 훼손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오랜 세월 환경운동을 하면서 얻어진 어떤 촉이랄까, 감으로 미루어 제2공항은 무산될 겁니다. 가장 큰 이유는, 이제 도민들의 인식이 예전과는 크게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도민 다수가 반대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무리하게 강행할 수는 없을 거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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