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로 소득 줄어 고민이라면 이렇게 사는 것도 방법
[백세인생, 준비 이렇게] 귀향·귀촌하거나 평수 줄여 생활비 줄인 지인들
'100세 인생'이란 말이 흔히 쓰이는 요즘, 통상 60대에 은퇴한다 해도 그 뒤 약 40년을 더 살게 됩니다. 이 시기를 잘 보내려면 경제적, 비경제적으로 어떤 준비들이 필요할까요? 6070 시니어 기자들이 이 시기를 준비하고 맞이한 이야기, 일본과 호주 등 노인연금 해외사례를 알아봅니다.[편집자말]
갓 60대로 접어든 또래들은 아직 국민연금이나 기초연금을 받을 나이도 되지 않아서, 재취업하거나 자영업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친구들이 많다.
귀향·귀촌하는 친구들
▲ 친구와 선배들이 귀향하여 살고 있는 고향 마을, 들판과 바다 모습 ⓒ 곽규현
나의 고향은 경남 남해이다. 고향 마을에는 은퇴 후에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귀향하여 사는 친구나 선배 부부들이 더러 있다. 연로하신 노부모 세대는 서서히 세상을 떠나고, 그 빈자리를 귀향한 자식들이 채우고 있는 것이다.
물론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빈집으로 남아 있는 집도 있지만, 살기 편하게 단장하거나 새로 지어서 자녀들이 들어가 사는 집도 있다.
오랜 죽마고우인 한 친구도 비어 있는 본가를 개조하여 몇 년 전부터 내려가서 생활한다. 창원에서 사업을 했던 그 친구는 경기가 좋지 않고 일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다며 하던 일을 모두 그만두고, 부부가 본가로 들어가서 살게 된 것이다.
그 친구가 고향으로 내려가서 사는 데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사업을 정리하고 주된 수입원이 없어지면서 생활이 어려워진 측면이 컸다고 한다. 아직 국민연금도 받지 못하는 그는 고민 끝에 살던 아파트와 사업장을 처분하여 그 돈으로 본가를 개조했고, 나머지 돈은 대출금을 상환하고 노후 자금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본가로 들어가서 사니까 생활비가 많이 줄었다고 한다.
친구는 고향 마을 본가 가까운 곳의 골프장에서 일하고 있는데, 거기서 받는 급여로도 '소확행'이 가능하다는 거다. 틈틈이 집 옆의 텃밭에서 채소를 가꾸고, 마을 앞의 바다에서 낚시를 하면서 여유로운 시간과 신선한 먹거리도 즐기면서 사는 것 같다.
은퇴 후 귀향한 고향 선배들은 대부분 부모님이 가꾸던 농지에서 농사를 짓는다. 부모님 세대가 힘겹게 농사짓던 다락논이나 경사진 밭은 묵어서 황폐화되었지만, 자동차나 농기계가 들어가는 논밭은 자식들이 적당하게 농사를 짓는다. 고향 마을에서 6070 연령대는 마을회관 노인정에 얼굴도 내밀기 어려운 청장년으로 여긴다.
부산의 한 해운 회사에서 근무하다 은퇴한 70대 종갓집 형님도 은퇴 후 본가로 내려가 줄곧 농사를 지으면서 한 번씩 관광도 다니며 즐겁게 산다. 바닷가 주변에는 고향은 아니지만 귀촌하여, 외지에서 들어와 새롭게 정착한 사람들도 있다. 현재 고향 마을은 귀향한 선배들과 친구가 중심이 되어 이끌어 간다.
중소 도시·소형 아파트 이사로 지출 절감
▲ 지인이 이사한 양산시 물금읍의 황산공원과 주변 전경 ⓒ 양산시홈페이지
한편 부산 시내에서 살다가 은퇴 후에 인근 중소 도시인 양산으로 이사를 간 지인 부부도 있다. 그 지인은 부산 시내 도심에 직장이 있어 출퇴근과 생활 편의 때문에 부산에서 살았으나, 은퇴하고 나서는 아파트 면적을 줄여서 인근 도시로 옮겨간 것이다.
행정 구역상 광역 지자체가 다르긴 하나, 양산은 부산과 같은 생활권이라 기존의 인간관계나 생활하는 데 큰 변화는 없다고 한다. 오히려 양산이 자연환경이 쾌적하고 복잡하지 않은 데다 아파트 생활비도 적게 든다며 만족스러워하고 있다.
지인은 부산 근교에 있는 텃밭에서 나처럼 텃밭 농사를 하고 있어서 자주 이야기를 나눈다. 그분은 국민연금을 받고는 있지만 조경사 자격증을 따서 간간이 일을 다니며 부족한 생활비나 용돈을 보충하고 있다. 텃밭 농사를 하다가도 일할 데가 있으면 며칠씩 먼 타지까지 일하러 갔다가 돌아오곤 한다.
일머리 파악이 빠르고 손재주가 좋아 여기저기 일을 많이 다닌다. 일정하지는 않지만 돈벌이를 계속함으로써 어느 정도 수입을 올리고 있고, 인근의 중소 도시로 이사를 감으로써 생활비 지출을 줄여서 살아가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는 듯하다.
그런가 하면 서로 형님, 아우라 부르며 친하게 지내는 60대 후반의 형님은 지병이 있어 건강상 일을 하지 않는다. 자녀들은 결혼하여 따로 살림을 차려서 살고, 형님 자신은 가정 사정이 있어 혼자 살고 있다. 기존에 가족들과 같이 살던 30평형대 아파트에서 18평 규모의 소형 아파트로 이사했다.
다만 지병 때문에 병원을 자주 가는 관계로 멀리 가지는 못하고 원래 살던 지역 내에서 옮겼다. 두어 번 형님네 집에 놀러 간 적이 있는데, 18평의 아파트도 혼자 살기에는 좁지 않은 편이고 자식들이 방문하더라도 딱히 불편은 없을 것 같았다.
소형 아파트라 관리비나 냉·난방비도 적게 나오고, 청소하기도 편해서 좋은 점이 많다는 것이다. 현재 수입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받는 게 전부다. 생활이 빠듯하지만 가지고 있는 얼마간의 자산이 있어 그럭저럭 생활한다고 한다. 더 어려운 상황이 되면 현재 소유하고 있는 아파트를 담보로 주택 연금을 신청할 계획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집을 바꾸고 옮겨 가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주된 직장에서 은퇴를 하면 줄어드는 수입과 함께 지출을 고민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직장 출퇴근과 생활상의 편의, 자녀들의 교육 여건을 고려하여 집을 구했던 젊은 시절과는 상황이 달라졌다는 걸 고려해야 한다.
자식들이 독립하고 부부만 남게 되거나, 혼자 살게 되는 경우에는 넓은 평수의 집에 살 필요성도 적어진다. 수입이 줄어서 생활 형편이 여의치 않으면 어쩔 수 없이 지출도 줄여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 친구나 선배, 지인들은 지출을 절감하고 노후 자금 확보와 현실적인 삶을 위해 거주지를 옮겼다.
정든 집을 바꾸고 옮겨간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오랜 세월 동안 맺어온 인간관계와 주변 생활환경까지 바뀌는 먼 지역으로의 이전은 더욱 조심스럽다.
그럼에도 은퇴 후 줄어든 수입과 부족한 노후 자금으로 지출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지출을 줄이는 방안으로 거주지를 옮기는 것도 심사숙고해 봐야 하지 않을까.
어쨌거나 노후에도 경제적인 부담을 줄이면서도 마음 편하게 생활할 수 있는 거주지에서 안락한 삶이 이어지길 염원한다.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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