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거짓 해명?...명태균 "대통령, 윤한홍 안된다고 두 번 전화"
민주당, 2022년 3월 명씨 녹음파일 공개... 후보 비서실장 인선·경남지사 선거 개입 정황
▲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과 미래한국연구소의 불법 여론조사 의혹 등 사건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가 지난 14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법원(창원지법)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명태균씨가 지난 대선 당시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의 윤석열 후보 비서실장 인선을 막고 이후 지방선거에서 경남지사 선거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하는 녹음파일이 공개됐다. 특히 이 녹음파일엔 명씨가 윤석열·김건희 당시 후보 부부와 자주 만나거나 통화하며 욕설까지 섞어 서슴없이 대화했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대통령실은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2021년 11월 대선 경선 후엔 명태균씨와 문자를 주고받거나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으나, 그 이후로도 명씨와 소통한 정황의 녹음파일이 추가로 나오면서 다시 '거짓 해명'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10월 11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필리핀, 싱가포르 국빈 방문 및 라오스 아세안 +3 회의를 마치고 귀국하며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18일 오전 명씨의 음성이 담긴 총 6분 24초 분량의 녹음파일 3건을 추가로 공개했다. 특히 대선 직전인 2022년 3월 녹음된 대화에서 명씨는 "윤한홍이는 내 때문에 잘렸다"라고 주장했다.
명씨는 그 근거로 "사모(김건희 여사에게) 딱 전화해가, '윤 의원님 비서실장, 안 돼요' 내가 그랬지"라며 "(또) '사모님, 윤한홍이는 훌륭한 사람입니다. 서울대 나와갖고, 인서비서관을 하고, 서울시에 있었고, 경남도에 있었고, 그렇게 훌륭하신 분을 어떻게 그 선거판에 비서실장으로 씁니까? 귀한 그릇은 귀한 손님 올 때 써야 됩니다'(라고 김 여사에게 말했다)"라고 설명했다.
명씨는 김 여사와 윤 대통령에게 자신이 낸 비서실장 인선 의견에 대한 답변을 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통화에서 "(내 말을 들은 김 여사가) 바로 신랑(당시 윤 후보) 전화해갖고 '내가 윤한홍 의원한테 안 된다 했으니까 당신 그래 알아'(라고 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명씨는 "윤한홍이를 비서실장 앉히려고 온 게 누구냐? ('윤핵관'으로 불리는) 장제원, 권성동. 그때 내(나)하고 (윤 후보하고) 눈이 마주쳐. (그 전까진 윤 후보가) '우리 마누라가 왜 그러지?' (생각했는데), 내가 (그 자리에) 딱 (있어서). '저 새끼(명태균)구나, 저거'(라고 생각했을 것)"라면서 "옆에 누가 와 있었냐면, 조해진. 조해진이하고 사모하고 내가 소개를 시켜"라고 말했다.
녹음파일을 공개한 더불어민주당은 이 대목을 두고 "(명씨가) 조해진과 김 여사를 인사시켜주는 자리에서 윤 후보와 눈이 마주쳐 배후가 명씨 자신임을 들켜버렸다고 말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명태균이 전한 윤석열의 말 '대통령 되기 X같이...'
▲ 국민의힘 윤한홍 후보(마산회원). ⓒ 윤한홍캠프
이날 공개된 녹음파일에는 박완수 경남지사의 선거에도 명씨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주장도 담겼다. 명씨는 "박완수 (당시) 의원도 내가 작년(2021년) 8월달에 자기가 윤석열 한 번 만나는 게 꿈이라고 해가지고 윤석열 집에 데리고 와갖고 같이 고기 먹고 술 먹고 같이 놀다 왔는데. 박완수도 도지사 되는 게 꿈이지. 가능성이 제로지. 가능성은 제로인데 해줘야지"라고 말했다.
명씨는 박 지사를 당선시키기 위해 윤한홍 의원의 도지사 출마를 막았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윤한홍이 도지사 나가는 건 나 때문에 잘렸다"라며 "(윤 의원은) 음해를 많이 하대. 김태호는 어떻고 박완수는 못 믿는 사람이고(라며 윤 의원이) 막 사람들을 음해하더라. 그래서 내가 윤(석열) 총장한테 '윤한홍이 도지사 나가면 홍 대표가 가만히 있겠나. 그나마 또 어부지리로 민주당 (당선)된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총장이 내보고 '윤한홍이는 행안부장관을 시켜도 명 박사 때문에 경남지사는 내가 안 내보낼 거'라고 두 번 전화 와갖고"라며 윤 대통령과 직접 소통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 박완수 경상남도지사. ⓒ 윤성효
또 명씨는 "문자는 하루에 한 2000~3000통은 기본이고. 자기(김 여사 추정)가 다 보내잖아. '어떻게 해야 돼요, 어떻게 해야 해결되나요'(라고 보낸다)"라며 "(윤 대통령이) 나하고야 뭐 잘 지내지. 나한테 '대통령 되기 X같이 어렵네. XX 정권교체 장난 아니네'(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술 먹으면 말 많고 '명 박사, 우리 마누라하고 장모한테 전화하지마!'(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장모님 전화번호 모르는데'(라고 말하니) 그 다음날 '미안하다'(고 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2022년 3월 대선 직후 녹음된 또 다른 대화 녹음파일에선 명씨가 "(청와대) 안 가는데 뭐. 본인(김건희)이 그거 안 한다는데. 청와대 안 간대. 터가 안 좋아서"라고 말하기도 했다.
앞서 <오마이뉴스>는 명씨의 2023년 10월 11일 페이스북 내용("롯데호텔 38층에서 본 청와대 터는 뒷산 봉우리가 서로 등을 지고 있어 배신을 뜻하는 흉지")을 보도한 바 있다(관련 기사 : [단독] "가면 뒈진다" 명태균, "청와대 터 흉지" 글도 써 https://omn.kr/2awez).
더불어민주당은 명씨와 지인 간의 대화를 누가 녹음해서 제보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명씨의 말이) 거짓말이었다면 대화 상대가 쉽게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 명태균씨가 2023년 10월 11일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과 글. 그는 청와대가 보이는 서울 전경 사진을 올리며 "청와대 터는 흉지"라고 썼다. ⓒ 명씨 페이스북, 박은정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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