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렁에 빠진 삼성전자 구하기... 의외로 쉽고 간단한 방법
[소셜 코리아] 주주·고객보다 이재용 회장이 우선? 기업 신뢰도 떨어트리는 불법과 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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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지배구조에는 정답이 없다며 지배구조 문제 제기 자체를 막으려는 주장이 있다. 전문경영인이 아닌 창업자 경영도 나쁘지 않다고 한다. 물론 창업자가 경영하는 것도 좋다. 미국이나 일본도 창업자가 경영하는 일은 많다. 그러나 우리나라 10대 재벌 중 창업자가 경영하는 기업은 없다. 창업자가 아니라 창업자 3세 또는 창업자 4세가 경영한다. 미국, 일본 10대 기업 중에는 창업자 3세 경영 기업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미국 10대 기업에 창업자 경영인이 이끄는 기업은 있지만 창업자 2세가 이끄는 기업은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미국의 20대 기업까지 넓혀보면 11대부터 20대까지 모두 전문경영인이다. 결국 미국 20대 기업의 CEO 중 16명은 전문경영인이고 4명은 창업자다. 창업자 아들, 딸이 경영하는 일은 존재하지 않는다.
▲ 미국 20대 기업 CEO ⓒ 이상민
이는 일본 기업도 비슷하다. 일본 10대 기업 중 8개 기업은 전문경영인이다. 창업자 경영은 소프트뱅크 창업자 손정의 회장이 유일하며, 창업자 2세 경영도 유니클로의 모회사인 패스트 리테일링이 유일하다.
▲ 한일 10대기업 CEO ⓒ 이상민
반면 우리나라 10대 기업 중에는 창업자 경영이 단 하나도 없다. 미국에도, 일본에도 존재하는 창업자 경영이 우리나라에만 없다. 우리나라 10대 기업 창업자는 이미 모두 사망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재벌은 이미 창업자도, 재벌 2세도 아닌 재벌 3세 경영이 가장 보편적인 형태다. 삼성그룹도, 현대차그룹도 재벌 3세인 이재용, 정의선 회장이 경영한다.
결국 우리나라는 창업자 경영이 좋은지 전문경영인이 좋은지 논쟁 자체가 불가능하다. 창업자 경영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창업자 3세 경영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삼성 부당 합병 혐의 관련 2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창업자 3세 경영은 우리나라에만 유독 존재하는 독특한 형태다. 창업자 2세만 해도 창업자의 정신과 역사를 공유한다. 반면 창업자 3세는 이미 시스템을 통해 안정적 경영 상태에 접어든 이후에 태어난 '다이아몬드 수저'일 뿐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창업자 3세를 배제할 필요는 없다. 창업자 3세든 전문경영인이든 정당한 지배력을 행사할 지분이나 경영능력이 있으면 경영할 수 있다. 그러나 이재용 회장은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정당한 지분도, 경영능력도 없다. 특히 삼성전자가 TSMC처럼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 파운드리 업체'로 발전하는 데 이 회장은 결정적인 걸림돌로 작용한다.
첫째, 이 회장의 경영능력이 증명된 바는 없다. 시스템반도체 부문은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고, 파운드리 부문은 TSMC와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특히 압도적 1위라고 평가받는 메모리 분야도 HBM에서 SK하이닉스에도 뒤지고 있다. 물론 삼성전자의 최근 부진을 모두 이 회장에게 책임지울 수는 없다. 다만 회장 취임 전의 경영 성과는 더욱 기묘하다.
이 회장이 삼성그룹에 입사해서 첫 번째 맡은 중요한 책임은 e삼성이다. 2000년 당시 닷컴 열풍 때 이재용 전무는 삼성그룹 내 인터넷 벤처회사인 e삼성을 창립했다. 그러나 이 전무가 투자하고 경영한 e삼성은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하자 회사를 정리했다.
이 과정에서 이 전무는 자신이 투자한 회사는 망했지만 본인은 손해를 보지 않는 놀라운 경영능력을 과시했다. 바로 자신의 e삼성 지분을 다른 삼성 계열사가 인수하는 방법이다. 결국 e삼성의 실패는 지분을 인수한 삼성 계열사가 떠안게 되었다.
둘째, 주주와 고객의 이익보다 이재용 회장의 이익이 우선되는 그간 삼성그룹의 행태가 팹리스 업체에 신뢰를 주지 못한 부분이 있다.
현재의 삼성전자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체 부진의 근본적 이유를 생각해 보자.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란 다른 회사가 설계한 칩을 제조하는 회사를 의미한다. 반면 엔비디아, 퀄컴과 같은 반도체 설계 기업(팹리스)은 TSMC나 삼성전자 같은 반도체를 찍어낼 수 있는 업체에 제작을 맡긴다. 쉽게 말해 엔비디아는 반도체 설계(팹리스)만 하고 TSMC나 삼성전자와 같은 반도체 제조업체(파운드리)에 제작을 맡기는 구조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분야에서는 세계 최상급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파운드리 부문은 1등 TSMC와 격차가 매우 크다. 그래서 정부는 파운드리 부문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 세금 혜택을 크게 늘렸다. R&D 투자의 세액공제를 20%에서 30%로 늘리고, 설비 투자도 6%에서 15%로 두 배 이상 확대했다.
이렇게 투자에 세금을 깎아주면 투자가 늘까? 늘긴 늘었다. 그러나 법인세율 인하와 기업 투자의 상관관계 실증연구를 보면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법인세율을 인하해도 기업투자 증가는 거의 없거나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이 많은 실증연구들의 결론이다. 그래도 투자 세액공제를 늘리면 기업 투자가 증가하는 경향은 있다.
반면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임홍래, 한동숙 연구원은 "연구개발비 세액공제가 연구개발 투자를 늘릴 수는 있어도 그렇다고 기술혁신을 달성하는 것과는 별개"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이 말이 무슨 의미일까?
파운드리 생산설비 절반 셧다운 예정
▲ 생산라인이 일부 셧다운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 셔터스톡
삼성전자는 정부의 R&D 및 설비투자 세액공제 확대에 부응하여 투자를 많이 늘렸다. 2023년 삼성전자 시설 투자 금액은 53조 원이 넘는다. 삼성전자는 이 막대한 시설투자 중 최소한 15조 원 이상은 파운드리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막대한 금액을 들여 만든 파운드리 공장설비는 지금 잘 가동되고 있을까?
<조선비즈>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매우 안타깝게도 올 연말까지 파운드리 생산설비의 절반을 '셧다운' 상태로 만든다고 한다(현재 30% 이상 셧다운). 반도체 공장은 진공 등 클린 상태 유지가 필수다. 생산설비 전원을 내리면 나중에 재가동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든다. 그럼에도 아예 공정을 셧다운하는 이유는 물론 주문 물량이 없기 때문이다. 막대한 전기요금 등 관리 비용을 들여서 가동상태를 유지하느니 셧다운할 정도로 주문이 없다고 한다.
팹리스 고객들은 왜 삼성전자에 반도체 제작을 맡기지 않을까? 물론 수율 등 기술적인 문제가 크다. 다만 기술적인 문제 외에도 '고객과 경쟁을 하지 않는다'는 TSMC보다 삼성전자가 못 미더운 부분도 있지 않을까?
TSMC의 경영 철학은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엔비디아, 애플과 같은 반도체 설계업체가 제작업체에 반도체 설계도를 넘길 때, 고유 설계기술이 유출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 그래서 TSMC는 강조한다. 자신들은 설계를 하지 않는 순수한 파운드리 업체이기 때문에 고객(팹리스)의 설계도가 TSMC에 전달되어도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반도체 설계와 제작을 동시에 하는 종합반도체(IDM) 업체다. 아무래도 애플이나 엔비디아가 삼성전자에 설계도를 넘기면 삼성이 그 설계도를 활용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
그래서 삼성전자도 처음엔 파운드리 사업을 삼성전자 시스템사업부 내 팀으로 뒀으나 지금은 파운드리사업부를 독자 사업부로 독립시켜 다른 사업부와 정보 교류를 차단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독자 사업부라고 하더라도 삼성전자 내부에 존재하는 사업부라는 점에서 설계업체의 근원적 불신은 제거할 수 없다.
이재용 삼성전자 지분 1.63%에 불과
▲ 지난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 모니터에 삼성전자 주가가 표시돼 있다. 이날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1.38% 내린 4만9천9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지난 2020년 6월 15일 종가 4만9천900원을 기록한 후 4년5개월 만에 최저가다. ⓒ 연합뉴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부문을 아예 분사하여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 TSMC처럼 만들기를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삼성파운드리'라는 자회사가 삼성전자에서 분사를 해도 모든 시장 참여자들은 삼성전자나 삼성파운드리라는 자회사나 모두 이 회장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안다.
어느 누구도 삼성그룹에 존재하는 기업들이 독립경영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삼성그룹에 속한 기업들은 법인격이 달라도 각자 주주의 이익을 위해 경영하기보다는 이 회장의 이해관계를 최우선으로 생각한다고 믿는다. 그것은 에버랜드 사태, e삼성 사태와 최근 삼성물산 및 제일모직 사태 등 이 회장의 이익을 위해 삼성그룹 주주와 법인이 희생을 반복했던 것으로 충분히 증명된다.
결국 삼성전자 파운드리 부문은 언젠가는 이 회장의 이익을 위해 고객(팹리스) 신뢰를 버릴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반도체 제작을 맡기지 못하고 대만의 TSMC에 물량이 몰리는 부분도 있지 않을까?
셋째, 이 회장은 경영 3세로서 삼성전자를 지배할 만한 충분한 지분조차 없이 보험업법 취지 등을 위배하여 삼성전자를 편법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앞서 지배구조에는 정답이 없다고 얘기했다. 전문경영인에는 전문성이라는 장점과 '주인-대리인 문제'라는 단점이 있고, 지배주주 경영에는 책임성이라는 장점과 '참호구축효과'(entrenchment effect, 기업이 혁신적인 투자나 공격적인 비즈니스 활동을 하지 않고 인적, 물적 방어진을 구축해 자리만 보전하는 현상)라는 단점이 각각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회장은 지배주주조차 아니다. 그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1.63%에 불과하다. 결국 전문성도 없고 지배주주로서 책임성도 없는 비지배 주주인 이 회장의 경영은 주인-대리인 문제와 참호 구축효과의 단점을 취합하게 된다.
1.63%의 지분만으로 삼성전자를 지배하고자 하는 노력이 바로 삼성그룹의 수많은 불법 및 편법의 근원이다. 정상적인 방법만으로는 1.63%의 지분만으로 삼성전자를 지배할 수 없으니 비정상적 방법이 동원된다. 이 비정상적 방법을 이해하려면 삼성그룹 지배구조 핵심이 되는 중요한 두 가지 편법·불법사례를 알아야 한다.
첫 번째 고리는 삼성전자 지분 5%를 보유하는 삼성물산을 통한 지배력 확보다. 이 회장의 불법행위 핵심 고리는 바로 에버랜드, 제일모직, 삼성물산으로 이어지는 불법·편법행위다.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부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불공정 합병까지 일련의 사태의 목적은 이 회장이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전자 지배력 5%를 확보하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으로 해석 가능하다.
두 번째 고리는 삼성전자 지분 8.5%를 보유하는 삼성생명을 통한 지배력 확보다. 삼성물산과 삼성생명 두 회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이 13.5%가 넘는다. 삼성전자처럼 큰 회사의 지분을 13.5% 정도 안정적으로 확보한다면 그래도 안정적인 지배력을 가질 수 있다.
그런데 삼성생명은 보험업법에 따라 삼성전자 주식 보유에 제한이 있다. 금산분리의 원칙 및 포트폴리오 원칙에 따라 고객이 맡긴 돈을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을 유지하고자 계열사 주식에 과도하게 투자하면 안 된다.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사가 계열사 주식을 총자산의 3% 이상 보유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삼성생명은 총자산의 약 10% 이상을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하는 데 쓰고 있다. 명백히 보험업법 위반이다. 그러나 보험업 감독규정에 따라 삼성전자 지분을 취득원가로 평가하게 되면 이러한 편법이 가능하게 된다. 시행령도 아닌 규정이 상위법과 금산분리의 원칙을 어기는 상황이다.
법과 원칙만 지키면 된다
▲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가 지난 11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사건 항소심이 열리는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처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제 정리해보자. 미국, 일본, 독일, 영국 등 주요 선진국 10대 기업 경영인 중 재벌 3세 경영자가 존재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물론 재벌 3세라고 경영을 못할 것도 아니다. 경영능력이 검증되거나 지배주주로서 책임감이 있다면 재벌 3세도 괜찮다. 그러나 이재용 회장은 지배주주조차 아니다. 불과 1.63%의 지분으로 삼성전자를 지배하고자 하는 노력이 각종 불법, 편법의 근본 원인이다.
그런데 최근 삼성전자가 15조 원 이상을 투자한 파운드리 공장을 셧다운할 정도로 주문이 마르고 있다. 전세계 팹리스 업체가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TSMC에 주문을 맡긴다. 반도체 설계까지 하는 종합반도체 업체인 삼성전자에 설계도를 주고 제작을 맡기면 그 설계도가 유출될까 봐 두려워하는 것이 아닐까? 고객과 주주의 이익보다 항상 이재용 회장의 이익을 위해 편법과 불법을 해왔던 삼성그룹의 행태를 보면 못 미더울 만하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그냥 법과 원칙만 지키면 된다. 금산분리원칙과 현행 보험업법의 취지에 따라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처분하면 이 회장이 삼성전자를 완전히 장악하기 어려워진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를 지배하지 못한다고 해서 이 회장이 바로 삼성전자의 지배력을 잃는 것도 아니다. 주식이 한 주도 없어도 만약 이 회장의 경영능력이 주주와 시장으로부터 인정받는다면 지속적으로 경영할 수 있다. 다만 지배주주조차 아닌 재벌 3세가 지금까지 확인된 경영능력으로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시장은 삼성전자의 미래를 불안하게 보고 있다. 이재용 회장이 재벌 3세라는 이유만으로 경영능력도 없이 각종 편법과 불법을 통해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것이 과연 삼성전자의 미래에 도움이 되는 일일까?
▲ 이상민 /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소셜 코리아 편집위원) ⓒ 이상민
필자 소개 : 이 글을 쓴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정부 예산서를 분석하는 타이핑 노동자이며 <소셜 코리아> 편집위원입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예산서, 결산서, 집행 내역을 매일 업데이트하고 분석하는 일을 합니다. 재정 관련 정책이 법제화되는 과정을 추적하고 분석하는 덕업일치 타이핑 노동자입니다. 주요 저서로 <경제뉴스가 그렇게 어렵습니까>가 있고 공저로 <한국의 신복지체제의 재정전략>, <지방의정백과> 등이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소셜 코리아>(<a href="https://socialkorea.org" target="_blank" class=autolink>https://socialkorea.org</a>)에도 게재됐습니다. <소셜 코리아> 연재 글과 다양한 소식을 매주 받아보시려면 뉴스레터를 신청해주세요. 구독신청 : <a href="https://socialkorea.stibee.com/subscribe" target="_blank" class=autolink>https://socialkorea.stibee.com/subscrib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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